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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몰입수업·학교자율화에 '반대' 1표 우릴 사람 취급하는 교육감 뽑아주세요

[고등학생 릴레이①] 여의도여고 3학년 김효정 "교육에 이념잣대 들이대면 안돼"

등록|2008.07.28 15:18 수정|2008.07.28 16:28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7월 30일 열립니다.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대통령'으로 불릴만큼 그 권한과 책임이 큰 자리입니다. 어떤 인물이 당선하느냐에 따라 서울시 학생들의 삶은 크게 달리집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투표권은 없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글을 총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첫 번째 글은 김효정(여의도여고 3학년) 학생이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만, 김성동, 공정택, 주경복, 박장옥, 이인규 후보. ⓒ 권우성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민들이 서울시교육감을 투표로 직접 뽑는다는 게 과거보다 발전한 것이지만, 그 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을 학생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주실 거라 믿는다.

수준별 이동수업·영어몰입, 과연 효과적일까

몇몇 후보가 찬성하는 수준별 이동수업은 사실상 우열반 편성이다. 2년 전 학교에서 수학시간에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 적이 있다. 옆 반하고 합쳐서 잘하는 학생들은 A반, 못하는 학생들은 B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생들에게 말도 없이 점수 순으로 줄을 세워 상하 두 반으로 나눈 것이었다.

강제로 반을 나눠 수업을 했는데 이는 우열반과 다를 바 없다. 한 달 정도 수업을 하다가 수준별 이동수업은 없어졌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어려운 문제로 진도를 나가는 A반과 못하는 학생들이 이해를 하든 말든 진도를 나가는 B반은 그 전과 별로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상처만 주고 사라졌다. 이렇듯 수준별 이동수업은 문제점을 동반하고,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도 힘들다는 것을 상기해주셨으면 좋겠다.

난 정말 영어몰입교육을 이해할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년 동안 영어를 배운다.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 수능 정시모집에서 언어영역보다 외국어영역에 더 비중을 두는 대학교까지 있는 마당에 이 이상 어떻게 영어에 몰입하여야 하나.

우리나라 말 맞춤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수두룩한 이 마당에 영어몰입교육이 올바른 정책일까.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외국인과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것은 학교의 영어교육이 전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지, 영어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소녀'들이 무대에 올라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투표권이 있는 어른들을 향해 서울시교육감선거에 반드시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사교육 부추기는 특목고 확대가 공교육 정책?

학교자율화도 절대 이루어지면 안 되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최근 일부 교장들은 직영급식을 의무화한 현행 학교급식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급식법 개정에 나서면서 내세운 이유 중 하나가 선생님들이 급식에 신경 쓰느라 교과지도를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학생들의 먹을거리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학생들의 건강을 가볍게 취급하는 이런 교장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면 학생들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또한 학교자율화는 0교시와 강제 야간자율학습, 우열반 편성을 조장할 뿐이다.

특목고 확대는 학생들의 무한경쟁과 사교육비 증가를 만들어낸다.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교 기본 수업을 마치고, 따로 학원과 과외를 다녀야 한다. 사교육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공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다.

보수단체들이 보수진영 후보자들에게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왜 교육에까지 보수·진보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철저히 후보의 정책만을 보고 뽑아야지 보수라서, 또는 진보라서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소한 교육에는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은 우선적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학생에게 인간다운 취급도 해주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지식만을 주입하는 것이 과연 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교육은 지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인성을 길러주는 것 또한 교육이다. 우리 학생들을 최소한 사람 취급 해주는 분이 서울시교육감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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