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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에서 상의를 벗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더욱 당당해지자

등록|2008.07.29 08:10 수정|2008.07.29 08:10
여름이다. 무덥다.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긴 했지만 역시 여름은 여름이다. 오늘은 낮 최고기온 31도를 기록하며 바람조차 불지 않는 뜨거운 날씨를 보였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의 옷차림은 더욱 간소해지고, 수영장과 해수욕장은 더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해수욕장에서 상의를 벗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주 전에 대천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학교 동아리 후배들과 함께였다. 그 곳에는 머드 축제가 열리고 있었고, 진흙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은 모래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 들기도 했다. 내국인보다 더 많아 보였던 외국인들은 바다보다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웃기 바빴다.

고민했다. 바닷가에 가면 무엇을 입어야 할 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상의를 벗어야 할 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랬다. 매일 이어지는 폭음과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인해 내 몸은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감추고 싶었다. 출렁이는 뱃살과 축 늘어진 옆구리 살을. 결국 난 상의를 벗지 못했다.

▲ 결국 난 상의를 벗지 못했다. 벗고 싶었지만 남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 이덕만



2년 전 5월경에 다이어트란 걸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체지방률이 높은 때였다. 더 이상 내 바지가 허벅지와 엉덩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헬스클럽 3개월 치를 끊었다. 회비는 총 10만원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을 했다. 휴학 중이라 가능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나만의 운동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란 걸 한 건 중학교 때 부터다. 나보다 세 살이 많은 사촌형이 당시에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는데, 어느 날 형의 몸을 보고 감탄했다.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 철봉은 운동 효과가 아주 좋다. 평상시에는 옷을 걸어둘 수도 있다. ⓒ 이덕만


게다가 중학생이었던 나는 체격도 왜소하고 힘도 약했다. 싸움을 잘 하는 친구들 곁에 있으면 주눅 들기 십상이었다. 운동은 그런 이유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팔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했다. 기초 체력이 부족했던지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자 동대문에 있는 운동기구 상점에 가서 아령을 사왔다. 방문에 철봉을 달기도 했다. 5킬로그램 아령은 어느새 가벼워졌고, 턱걸이를 하느라 손에 잡히던 물집들도 굳은살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에서만 운동을 해도 몸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에는 왕자가 새겨지고, 팔은 더욱 굵어졌으며 가슴도 더 단단해졌다. 이 정도의 운동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하느라, 운동장에 나가 축구하고 농구하느라 살 찔 틈이 없었고,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내 몸은 적정 몸무게를 유지했다.

3개월 동안 이어진 다이어트 강행군

그러나 아까 얘기했다시피 2년 전 봄에는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다이어트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작정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량을 늘려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 있다. 체지방 감소를 위해 유산소 운동은 필수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해줘야 효과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다.

▲ 내가 먹었던 음식들은 모두 이 주방 저울 위를 거쳐갔다. ⓒ 이덕만



나의 강행군은 3개월 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토록 좋아하는 술과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 닭가슴살과 옥수수 그리고 과일과 야채가 주식이었다. 얼마나 독하게 칼로리 조절을 했냐하면 모 인터넷 사이트의 칼로리 측정 표를 이용하여 음식을 먹을 때마다 주방 저울에 음식의 무게를 달아 그걸 칼로리로 환산하여 기록했다. 뭘 먹기만 하면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가 무게를 쟤는 내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혀를 차기 바쁘셨다.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3개월의 노력은 고스란히 몸에 반영되었다.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은 더욱 당당해졌다. 2년 전 여름은 내 몸을 사람들에게 과시할 좋은 기회였다. 수영장이라도 가서 멋진 몸을 자랑하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같이 바다에 가지 않겠느냐고. 수영장도 괜찮다고. 그러나 결국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 내 자신 앞에 당당해지자

그랬던 내가 2주 전, 대천에서는 너무나 초라했다. 당당히 상의를 벗지 못했다. 여전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고 몸을 만드는 것은 자기만족이며, 건강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남들 앞에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또다시 다이어트의 욕구가 생기고 말았다.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다이어트가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을까. 2주 전에 들었던 욕구를 억누르며 스스로 질문해본다. 나의 다이어트에는 '목적'이 불분명했고, '과정' 또한 자연스럽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는, 그들에게 맞춰가는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로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이어트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2년 전에 열심히 운동을 한 결과다. 지금은 저 몸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더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 이덕만




여름이다. 무더운 여름이다. 열심히 일 하느라 더워서 땀 흘리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땀 흘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분명한 목적의식과 자의식을 가지길 바란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가 가진 현재의 몸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없다. 후덥지근한 이 여름, 다이어트를 하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덧붙이는 글 이덕만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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