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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은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보려는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단상

등록|2008.07.31 13:25 수정|2008.07.31 13:50
이명박 정권과 교육관을 공유하는 공정택씨가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막판까지 주경복 후보가 선전했지만 결국 전교조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서울 시민의 전교조 콤플렉스를 자극한 공정택 후보의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강남 지역 유권자들의 전교조에 대한 거부감이 당락을 좌우했다. 또 강남 지역 임대아파트 거부감에 편승한 전략도 멋지게 성공을 거둔 셈이다.

서울시의 교육은 어디로 갈 것인가?

공정택 후보는 철저히 이명박식 교육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 경쟁을 극대화하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0교시 부활, 영어몰입교육, 우열반운영, 학교선택권 확대, 자율형 사립고의 본격추진으로 요약된다. 극도의 경쟁을 지향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교육에 있어서의 신자유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지향을 보였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은 약육강식의 경쟁에 더욱 내몰릴 것이다. 이미 공부를 많이 해서 공부하다 죽는 학생을 보지 못했다고 일갈했던 서울시 교육청이다. 더더욱 그 방향으로 몰아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아이들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삶의 지혜를 배워갈 길은 없다. 숨쉬기도 빠듯한 생활 속에 친구를 밟고 넘어서려는 잔혹한 경쟁만 남았다.

또 한 가지는 교육 수준의 대물림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의 교육 수준은 부모의 경제력이 좌우할 것이다. 사교육비를 누가 많이 투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미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선행 학습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에 따라서 상급학교 진학이 결정된다. 선행학습은 바로 사교육 시장이 담당할 것이다. 사교육비의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의 차이가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창의력은 숨쉴 틈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시대는 선행학습이 잘된 인재를 원하지 않는다. 창의력이 넘치고 다양성이 넘치는 인재를 원한다. 그러나 선행학습과 사교육 열풍 그리고 0교시와 자율학습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질 강행군은 창의력과 다양성을 말살할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인재를 기성품처럼 만들어내는 교육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주경복 후보의 패인은...

주경복 후보는 선전했다. 결과적으로 패배하긴 했으나 의미있는 접전을 펼쳤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이 일부 투영되어 선전을 했다. 특히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정권에 대한 분노가 주후보의 득표로 연결된 부분이 있다. 이전의 선거들에 비하여 진보적 지향을 가진 후보의 득표로는 매우 위협적인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선되지 못하였다. 그가 주장하던 공약은 서울시의 교육에 투영될 수 없게 되었다.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 금지, 특수목적고의 설립취지로의 회귀,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창의력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 사교육비의 혁신적 저감등 모두가 현실로 구현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주경복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서울시민 특히 강남 지역민들의 전교조에 대한 반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타 지역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점이다. 물론 그러한 주 후보의 한계를 공정택 후보가 철저하고 집요하게 공략하였다.

전교조를 마치 빨갱이로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에 다수 존재한다. 그들을 공정택 후보가 투표장으로 많이 끌여들였다. 전교조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홍보 문구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강남구나 서초구에 사는 유권자들이 투표율도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거의 몰표를 던졌다. 이부분에 대한 주경복 후보의 대응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공정택 후보는 임대주택 건설이 교육여건을 악화시킨다며 계급적 이해관계를 자극하였다. 총선에서 뉴타운으로 대성공을 거둔 한나라당 후보들의 그 전략을 답습한 것이다. 이에 대한 주경복 후보의 대응 카드는 타 지역에 이러한 상대 후보의 잘못된 행태를 충분히 알리는 것이었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 것이 주효한 대응전략이다. 그것에 실패하였다.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지키려고 철저히 응집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응집력도 없으며 점점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기득권 층이 영리하게 자신들의 것을 지키고 확대하는 동안 지지멸렬한 서민들은 점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민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이제 아이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바로 옆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곧 삶의 경쟁자이다. 그를 이기고 물리쳐야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얻을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쉴 틈도 없이 0교시, 야간자율학습, 학원 영업시간 확대, 우열반, 특목고 확대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강남 지역의 비교적 부유한 아이들은 부모의 지원 속에 많은 돈을 들여서 사교육에 열중할 것이다. 그들도 삶이 무척 피곤하고 고통스러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나마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모자라는 아이들은 경쟁의 대열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고 탈락한다. 때로는 자포자기를 하기도 하고, 돈없는 부모를 원망도 안 할 수 없다. 아이들의 고통지수는 점점 늘어만 갈 것이다.

정권도, 의회구성도, 교육감도 아이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강요당한다. 그들의 고통은 바로 부모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러한 고통을 감당하도록 강요한 것은 다름아닌 어른들이다. 그들의 부모이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들의 선택에 의하여 아이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다. 아이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나마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음에도 그러한 고통을 막아주지 못했다면 아이들도 어른들을 이해할 것이다. 피치못할 일이었다고 자위라도 할 것이다. 계급적 이해가 갈려서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투표율이 15.4%이다. 적어도 84%가 넘는 어른들이 투표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생각한다면 과연 그렇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일일까? 아무런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지금부터 아이들이 받을 극심한 고통은 모두 어른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어떤 원망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내 집 값 오르는데 좀 도움이 될까 하는 이기심으로, 때로는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선택한 것이 아이들의 고통을 폭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동기마저 대단히 이기적인 것으로 아이들에게 비난받아 마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고 대충 놀면서 청소년기를 보내고자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적어도 인간답게 살면서 미래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며 살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그들에게 그렇게 혹독한 환경을 강요한 어른들은 진지하게 아이들의 고통에 대하여 성찰해야 할 때이다. 친구와 어울려 놀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격려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통렬한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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