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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이래서 집값을 못 잡았습니다"

[인터뷰②] 김수현 세종대 교수(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록|2008.08.01 09:27 수정|2008.08.01 09:58

▲ 김수현 세종대 교수(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는 "아직도 부동산 값 이야기를 하면 속이 편하지 못하다"면서 "어디 토론회 같은데 가서 '집값도 못잡은 주제에 무슨 말을 하느냐'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면서, 울렁거릴 정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유성호

"참여정부가 제일 못한 것은 부동산이라고 하죠. 사실 저희도 생각 있는 집단인데, 못 하려고 했겠어요? 우리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몸부림을 쳤는데…."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왜 못잡았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던 그였다.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김 교수는 "아직도 부동산 값 이야기를 하면 속이 편하지 못하다"면서 "어디 토론회 같은데 가서 '집값도 못 잡은 주제에 무슨 말을 하느냐'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면서 울렁거릴 정도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찾아간 사연

- 지난 2006년인가, 한국은행에 가서 이성태 총재를 만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웃으면서) 2006년 11월 쌍코피가 터졌다. 하나는 북한 핵실험이었고, 또 하나는 부동산 값 상승이었다. 참여정부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 그 때 청와대 모 수석이 "집 사면 손해"라고 주장했다가, 보수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지금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요즘 부동산값이 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하지 않나."

- 이 총재는 왜 만나러 갔나.
"2006년 2월까지 부동산 업무를 하고 사회정책 비서관으로 옮겼는데, 하반기 들면서 아파트 값이 다시 오르는 것을 보고, 제가 했던 모든 일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 그 때는 당황스러웠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이 '과잉 유동성 문제를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데, 과소대응 했구나'라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워낙 답답한 심정에 (이 총재를) 찾아갔는데, 의외로 이야기가 길어졌다."

당시 김 전 비서관과 이 총재가 만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정부가 한은의 금리 정책에 압력을 넣었다는 설(說)이 금융시장에 퍼져 나갔다. 이는 곧바로 채권시장 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은 총재도 당시 과잉 유동성 부분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고, 서로 개인적인 소회를 나눴을 뿐"이라며 "일개 청와대 비서관에게 한은 총재가 압력을 느낀다면 그것은 잘못된 나라이고, 그랬다면 총재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과잉유동성의 덫, 금융당국의 묵인, 그리고 폭등...

▲ ⓒ 유성호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2006년 11월께 부동산 폭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도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듬해인 2007년 초 청와대는 과잉 유동성을 왜 관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대상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이었다. 그의 말이다.

"당시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각 부처에 대한 조사 결과, 재경부나 금감원·한국은행 모두 각자 관점에서 다 자기 일만 했어요. 넘쳐나는 돈을 재경부는 바로 통제하긴 어려웠지. 수출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대기업은 이 돈이 필요없었고, 중소기업은 신용문제로 이미 한계에 다다랐죠. 결국 가계쪽에서 돈을 써야 했는데, 은행의 무분별한 담보대출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좀 묵인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김 교수는 "2006년 7~8월에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더 넘어가선 안되는 임계점이 있었다"면서 "그 때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중지시키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 요즘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일정부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가운데 긍정적인 점도 있지 않나.
"지금 공(功)을 이야기하면 어디서 돌을 맞지 않을까(웃음). 그래도 일단 시장이 투명화됐고, 조세 형평성도 많이 높여졌죠.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분들의 경우 고통을 입을 수도 있었죠. 조세인프라 구축이나, 개발이익 환수 원칙을 세운 것도 있고…."

참여정부 부동산의 교훈 "거시와 미시정책 한 꾸러미로 봐야"

- 그렇다면 김 교수 생각하시기에 가장 큰 과(過)는 무엇인가.
"부동산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보통이 아니라 많이 올랐다. 특히 여론은 서울과 수도권이 움직이는데, 이 곳에서 너무 크게 올랐다. 물론 세금을 너무 급격히 올려 고통에 빠뜨렸다고 하지만, 부동산값 폭등에는 비교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시중의 돈을 죄면 나갈 것이 없는데, 퇴로가 없는 돈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걸렸다"면서 "우리 경제가 과잉 유동성이라는 덫에 걸려 있었는데, 덫의 결과가 실물 자산의 거품으로 간 것은 분명히 잘못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거시경제 부문과 미시정책(부동산)을 분리해서 대처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새 정부 뿐 아니라 모든 정부가 참여정부가 겪었던 이 고통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면서 "수출 등 거시정책과 부동산 등 미시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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