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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2)

― '기존의 지식인 시인', '기존의 성리학의 입장' 다듬기

등록|2008.08.02 18:51 수정|2008.08.02 18:51
ㄱ. 기존의 지식인 시인들의 성과

.. 이들 시들은 미학적으로 기존의 지식인 시인들의 성과에 빚지고 있는 바가 크지만 ..  <문답으로 풀어 본 문학 이야기>(백민, 현장문학사,1990) 123쪽

 ‘미학적(美學的)으로’는 ‘아름다움으로 치면’이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으로 손질합니다. “지식인 시인들의 성과(成果)에”는 “지식인 시인들이 거둔 열매”나 “지식인 시인들이 이룬 열매”로 손질해 주고요.

 ┌ 기존(旣存) : 이미 존재함
 │   - 기존의 세력 /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획기적 이론 / 기존의 구리 전선 /   │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싸면서도 / 기존의 편견을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
 ├ 기존의 지식인 시인들
 │→ 그동안 작품을 내놓았던 지식인 시인들
 │→ 여태껏 애써 온 지식인 시인들
 │→ 오래도록 힘써 온 지식인 시인들
 └ …

 예전부터 있어 온 시인이라 한다면 ‘선배 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기존의’를 굳이 넣지 않고, “지식인 시인들이 거둔 열매에 빚지고”라 적어도 됩니다. ‘열매’란 앞선 사람들이 이루어 놓기 마련이라서, 이들 앞선 사람이 바로 ‘기존의’ 시인이 되거든요.

 ┌ 기존의 세력 → 옛 세력 / 예전 세력
 ├ 기존의 구리 전선 → 진작에 깔려 있던 구리 전선
 └ 기존의 편견 → 낡은 편견 / 낡고 치우친 생각

 ‘기존’이라는 낱말을 생각해 봅니다. “기존 세력”이나 “기존 질서”나 “기존 제품” 같은 자리에서는 이처럼 쓸 때가 낫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쓰임새가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 지금 질서를 무너뜨릴
 │→ 그동안 이어온 질서를 무너뜨릴
 ├ 기존 제품보다 싸면서도
 │→ 예전 제품보다 싸면서도
 │→ 이제껏 써 온 제품보다 싸면서도
 └ …

 쓰고 싶다면 써야 하는 ‘기존’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나, 꼭 써야 하지는 않은 ‘기존’이며, 안 쓰면 한결 나은 ‘기존’이기도 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예전’이나 ‘옛’이라는 낱말을 써 왔고, ‘그동안-이제껏-여태껏’ 같은 낱말도 써 왔습니다.

ㄴ. 기존의 성리학의 입장

.. 기존의 성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다른 만물보다 더 지혜로운 존재였고 .. <의산문답>(홍대용/이숙경,김영호 옮김, 꿈이있는세상, 2006) 52쪽

 “성리학의 입장(立場)에서 보면”은 “성리학으로 보면”이나 “성리학에 따르자면”이나 “성리학에 따라 생각하자면”으로 고쳐 줍니다. “다른 만물(萬物)”은 “다른 모두”로 다듬고, “지혜(智慧)로운 존재(存在)였고”는 “슬기로웠고”로 다듬습니다.

 ┌ 기존의 성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
 │→ 예전 성리학 잣대로 보면
 │→ 옛날 성리학으로 따지면
 │→ 낡은 성리학에 따라 생각하면
 │→ 이제까지 뿌리내린 성리학에서는
 └ …

 오늘날 우리 세상에서는 성리학이나 주자학 같은 학문은 자리잡지 않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세상은 어떤 생각이나 학문이 자리잡고 있는가 헤아려 보면, 글쎄,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게만 되지, 딱히 어떤 생각이나 학문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거나 다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돈벌이’와 ‘처세’와 ‘영어’쯤이 오늘날 우리 삶터를 휘감는 생각이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 그동안 세상을 다스린 학문 성리학으로 보면
 ├ 여태껏 나라를 이끌어 온 성리학에서 보면
 ├ 우리 사회를 이루어 온 가장 큰 학문 성리학으로는
 └ …

 우리나라는 겉으로는 자유와 민주를 내세웁니다. 평화와 통일을 사랑한다고도 합니다. 평등과 복지를 꾀한다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떤 자유가 있고 어떤 민주가 있는지, 또 평화와 통일은 어떤 생각과 학문에 밑바탕을 두고 있는지, 또한 어떤 사람을 어떻게 하겠다는 평등과 복지인지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무런 생각과 학문이 없는 가운데 말잔치로만 꾸며진 이야기들일지 모르겠어요.

 속살은 텅 빈, 속알은 하나도 없는, 한낱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 말놀이라고 할까요. 세상도 교육도 정치도 문화도 모두모두 속없이 겉멋에만 치우친다고 할까요. 이러는 가운데 우리가 쓰는 말과 글조차 온통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가뭇없이 말라비틀어져 있다고 할까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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