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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의 열정, 어떻게 교육으로 이어갈 것인가

[주장]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고

등록|2008.08.03 18:21 수정|2008.08.03 18:21
7월 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주경복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와 연관되어 선거전부터 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표율은 15. 4%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낮은 투표율은 선거일이 임시 공휴일이 아닌 평일이었고 휴가기간이 겹쳤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십일 전만 해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쇠고기 수입문제로 시청 앞에 나섰던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이번 투표율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정치적인 색깔은 둘째 치더라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간 언론과 학계에서는 촛불집회를 두고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확산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먹거리와 시민들 간의 이해관계는 주의 깊게 다루어지지 못했다. 먹거리는 성·계급·나이·정치적 이념을 떠나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임에도 언론과 학계에서는 쇠고기 촛불집회 하나만으로 시민들의 정치의식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리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먹거리와 같은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교육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학생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미성년자에 불과하고, 청년들은 취업문제로 노년들은 건강 및 생활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이의 부모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저조한 투표율 문제는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적 차원에서 좀 더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던 쇠고기 문제에 대해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개진했지만, 그들의 이해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촛불집회 이전의 집회 및 파업에서 종종 발생하곤 했던, 경찰의 폭력진압이나 비정규직의 분신자살 시도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시민들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막연히 촛불집회와 같은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했던 언론과 학계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대학 자율화 및 자율형 사립고 건설 등을 통해 교육 전반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데, 시민들 다수는 그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 공약 하나만으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었던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수입 및 의료보험 민영화 문제로 뒤늦게 여론의 거센 저항을 받았던 것처럼 앞으로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같은 결과가 발생할지 모른다.   

교육의 문제는 결코 학부모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상황 속에서 다수의 청년들이 취업문제로 골몰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경제구조와 더불어 심화되어가는 교육의 양극화 그리고 서열화된 대학구조에 대한 성찰 없이 해결할 수 없다. 지식기반경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오늘, 교육이 최소한의 공공성과 형평성마저 잃고 시장원리에 따라 소득과 계급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후보는 25개 자치구중 강남 3구인 강남·서초·송파를 포함한 8곳에서만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만약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먹거리 수준으로 높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촛불집회에서 보았던 그 열정을 교육문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촛불집회의 열정을 교육으로 이어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부단한 성찰과 노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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