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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보고 싶어요!"

[서평] 김창배의<대통령님, 나와 주세요!>

등록|2008.08.04 09:01 수정|2008.08.04 09:01

책 겉그림김창배의〈대통령님, 나와 주세요!〉 ⓒ forbook


"대통령님, 보고 싶어요!"

이는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봉하마을을 찾은 유치원생들, 어느 계모임 중년 여인들, 실직한 지 2년째 접어든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못 다 푼 염원을 갖고 내려간 강서구 화곡동의 강명식씨 등 많은 사람들이 외친 함성이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어쩔 때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대문을 활짝 열고 그들에게 인사도 하고 악수를 나누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은둔자의 유유자적한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김창배의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포북 펴냄)는 그렇듯 하루 몇 차례씩 집 앞으로 나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마을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의기투합해 오리농법을 일구고, 수달이 발견된 화포천 정비에도 힘을 쏟고, 뒷산에 장군차를 심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실 역대 대통령들은 권좌에서 물러날 때마다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겠다'고 한결같이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렇지만 정작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민과 같은 처지에서 삶을 살고 있는 전직 대통령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집을 원천봉쇄하듯 감추며 산다. 그것도 모두 서울 땅에.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전에 밝힌 그대로 퇴임 후 시골로 내려가 친환경농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직접 차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봉하 마을의 한 사람으로서 동네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더욱이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일일이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만남의 창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가까이 해서 너무 좋은 당신'처럼.

"소통 그리고 희망. 봉하마을에서 우리가 얻고 싶은, 혹은 한아름 얻고 돌아가는 선물은 바로 이것입니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을 이야기한다는 것, 바로 그 소통의 힘이 결국은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 작은 마을에서 배웁니다."(23쪽)

물론 봉하마을을 찾아야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지금 개발하고 있는 '웹 2.0사이트, 민주주의 2.0'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소통과 희망의 마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한밤중에 그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봤습니다.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면 앞으로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보기에 이미 시민들의 의식과 역량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두려워할 수준이었습니다. 이제는 일방적으로 정보와 논리를 전달하는 대중 매체가 아니라 시민들의 에너지가 모이고 선순환을 하는 새로운 소통의 광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149쪽)

이는 인터넷으로 쌍방 간에 행하는 공동 작업실이자 공동 연구센터 같은 '민주주의 2.0'을 만든 직접적인 이유이다.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소추 무효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광화문 촛불집회를 보고 하게 된 생각이란다. 물론 그때 시민들의 숫자가 최근 미국산 쇠고기 반대집회 못지않은 규모였으니, 이명박 대통령도 또 다른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어찌됐든 봉하마을을 찾고 있는 방문객들에게 어떠한 문턱도 높이지 않은 채 지금껏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구릿빛 농사꾼의 모습으로 자신의 문을 활짝 열어 주었듯이, 앞으로도 '민주주의 2.0'을 통해서 더욱더 따뜻한 소통과 알찬 희망의 마을을 개방해 놓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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