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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편안한 내 마음의 포구여!

영화 <친구> 촬영지 구덕포를 찾아서

등록|2008.08.05 17:07 수정|2008.08.05 17:07

구덕포 항구송정옆 조그마한 포구 ⓒ 김찬순


사람들은 살면서 저마다 친구처럼 편안한 마음의 공간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구덕포는 나에게 영혼의 공간, 마음의 공간이자 여름이면 문득 생각나서 찾는 피서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곳 구덕포는 영화 <친구>의 촬영지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그리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   구덕포는 약 300년 전, 동래군 원남면의 아홉 포구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구덕포가 있는 이곳은 행정구역상 해운대구 송정동에 속한다. 조선 말기 함안 조씨 일가가 이곳에 정착해 살았다고 한다. 발밑까지 파도와 와서 찰싹찰싹 거리는 구덕포는 해운대구에 소재한 미포와 청사포와 그리 멀지 않은 약 10킬로 가량 떨어진 곳이다.  

구덕포 방파제해운대 미포, 청사포 그리고 구덕포 해운대의 몇 안되는 포구의 하나로 경관이 뛰어나다. ⓒ 김찬순

한때는 계절에 관계 없이 자주 찾았는데 이곳에는 정말 편안한 친구처럼 반겨주는 먼 인척 아주머니가 항상 애기를 업고 식당 일을 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고향을 멀리 떠난 고향 친구처럼 먼 인척 아주머니는 이곳에 살지 않는다.    구덕포를 내 마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는 푸근한 고향처럼 반겨주는 아주머니가 직접 끓여주는 매운탕의 얼큰한 맛 때문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고 가는 손님들도 가족처럼 생각해서, 멸치나 멸치 젓갈을 안겨주던 인정이 넘치는 아주머니가 항상 날 정겨운 친구처럼 반겨주었기 때문이리라.   아주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은 도심 속의 화려한 인테리어가 장식된 음식점과 달리 나무의자와 나무탁자가 몇 개 놓은 허름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얼큰한 매운탕 솜씨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나그네를 찾게 한 구덕포의 명물이기도 했다.  

구덕포의 해변이 주변의 해안은 바위로 그 경관이 정말 아름답다. ⓒ 김찬순

이처럼 구덕포는 이곳에 오래 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쓸쓸한 갯마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적한 피서지를 원하는 여름철 피서객에게는 조용한 여름바다를 선물한다. 무엇보다도 해안의 절경을 이룬 바윗돌이 매우 아름답다. 포구의 북쪽으로 곽걸산이 있고, 목측에서 건너다 보이는 바다의 남쪽이 송정해수욕장이다. 송정해수욕장은 그 옛날 갈대밭이 많아 가래포(加來浦)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안선청사포와 인접해 있으나 청사포로 가는 길은 없고 막다른 길이지만 낭만과 그리움이 있는 조그마한 포구이다. ⓒ 김찬순

1980년에 해운대구 관할이 된 송정동(구덕포 마을)은 순자연산 같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양식업과 근해어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고, 미역과 멸치가 많이 생산된다.  그리고 서남쪽 산기슭에는 당집이 남아 있다. 매년 음력 정월 14일과 6월 14일 자정에 용왕제 등을 지내고 있다. 이 마을은 대나무가 많고, 죽도(竹島)에는 그림 같이 가꾼, 송정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구덕포에서 바라본 송정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송정. 애기업고 채마밭에 기른 야채에다, 푸짐하게 회를 많이 내 놓던 그 친구 같은 아주머니는 어디로 떠나셨을까? ⓒ 김찬순

애기를 업고 항상 채마밭과 식당일을 하던 아주머니가 살던 구덕포 갯마을. 이곳에 오면 절로 동요 <섬집아기>가 흥얼거려진다. 바다를 접한 많은 피서지가 있지만, 이곳은 내 마음의 넉넉한 피서지이자 휴식의 바다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바다도 좋지만, 사람들이 없는 쓸쓸할 정도의 한적한 바다가 일상의 복잡한 세상사를 잊게 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 오면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는 어느 시인의 시구도 외워지고, 영화 <친구>의 한 장면처럼 바닷물 속에 첨벙 뛰어 들던, 물장구치던 유년의 바다도 수평선 너머에서 시원한 추억처럼 손짓한다.
덧붙이는 글 '2008년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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