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첫 선물은 '초등학생 입시지옥'?
국제중학교 설립 강행 논란... 강남에선 벌써 맞춤교육 성행
▲ 국제중학교 설립 신청서를 낼 예정인 학교법인 대원학원의 웹사이트. ⓒ 대원학원
빠르면 올해 12월 서울에서 중학교 입학시험(입시)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국제중학교 설립에 대해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서울 지역 중학교 무시험제가 실시된 1969년 이래 40년 만에 사실상 중학교 입시가 부활되는 셈이다. 이 당시 초등학생들은 각성제를 먹어가며 중학입시를 준비해 '초6병'에 시달리는 등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은 "사립학교재단인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이 국제중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식 신청서는 이번주 안에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미 많은 얘기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은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원중학교(서울 광진구)와 영훈중학교(서울 강북구)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게 시교육청의 말이다. 교육내용은 국어와 국사를 뺀 나머지 수학·사회·과학·예체능 등은 모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영어몰입교육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학생 선발방식. 시교육청은 모집대상을 전국으로 할지, 서울지역으로 국한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발방식은 전국 유일의 사립 국제중인 청심국제중 사례를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장 추천과 함께 심층면접·적성검사 형태의 입시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등학교 교장의 추천을 받기 위한 치맛바람과 함께 학원과외 과열 현상이 예상된다. 심층면접과 적성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초등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특별과외가 필요한 탓이다. 조기 유학 열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유명 국제중 대비학원인 F학원은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중 대비 맞춤식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유학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다.
2년 전에도 추진했다가 반대여론으로 무산
▲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30일 밤 서울 광희동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2006년에도 국제중 설립을 추진하다가 그만둔 바 있다. 당시 참여정부 교과부도 반대했지만, 무엇보다 '초등학생들을 입시지옥에 몰아넣는 행위'라는 따가운 여론을 넘어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장을 맡아 국제중 설립반대 단식을 벌인 정진화 현 전교조 위원장은 "공정택 교육감이 그 때 국제중 설립은 반드시 의견수렴을 한 뒤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선되자마자 의견 수렴절차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69년 중학입시 폐지 1세대이기도 한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당시 과외 공부를 하다가 입시 폐지 발표를 듣고 '이제야 살겠구나'하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고 회상하면서 "40년 뒤 졸속으로 중학교 입시를 부활시키는 행위는 학력신장의 본보기를 위해 아이들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의 판단은 다르다. 이정우 학교운영지원과장은 "학교 다양화에 대해서는 여러 면으로 이미 의견수렴이 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그런 선택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또 중학입시 부활이라는 지적에 대해 "옛날식의 지필고사는 보지 않도록 하는 등 과열 과외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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