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바다의 만남 '울산 전국 바다문학축제'
4일 저녁 현무 깔린 일산해수욕장서... 시·음악·공연 한자리에
▲ 4일 저녁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 '제 6회 울산 전국 바다문학축제'에서 밸리댄서들이 율동하고 있다. 그 너머로 현대중공업이 보인다 ⓒ 박석철
바라보면 그리 멀지 않을 듯, 저만치 수평선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히 깔렸다. 마이크를 잡은 시인은 이를 보고 "이슬을 스프레이로 뿌리는 듯하다"고 했다.
4일 저녁 7시경,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는 해가 떨어지기 전으로는 보기 드물게 현무가 바다에 깔리면서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바닷가를 적셨다.
국악인 홍승희씨의 국악공연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그룹 시나브로가 '나 어떡해'를 불렀다. 그러더니 박장희 서순옥 신혜경 전용원 김정숙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수필가 송왕근씨와 안혜자씨는 수필을 낭독했다. 울산문인협회 조돈만 회장은 "바다와 시를 즐기자"고 했다.
▲ 해질무렵 일산해수욕장에는 갑자기 현무가 깔렸다. ⓒ 박석철
올해로 여섯번째 맞는 '울산 전국 바다문학축제'는 이렇게 어둠이 내릴 때까지 계속됐다. 울산문인협회가 주최하는 바다문학축제는 매년 이맘때면 이곳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일산해수욕장은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면서 바위섬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이 서린 대왕암을 끼고 돈다. 신라시대 왕들이 나들이 왔다는 설화도 있다.
울산 동구 지역 토박이들은 지금도 일산해수욕장과 이어지는 인근 현대중공업 부지를 가리켜 "이 지역에 세계 최대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바다경치로 인한 관광산업수입이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을 것"이라고 할 만큼 이 지역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여름휴가를 나온 시민들과 연주자, 성악가, 국악인이 시인과 함께 여름밤을 수놓으면서 저녁 7시 시작된 울산 전국 바다문학제는 밤 9시 폐회를 알리며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 현무가 자욱한 일산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선 울산문인협회 조돈만 회장 ⓒ 박석철
4일 저녁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바다와 문학의 만남을 주선한 그는 "바다는 즐거워야 하면 이기주의가 판치는 혼탁한 세상일수록 낭만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바다문학제는 이같은 취지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시는 특정인, 특수계층이 실내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시는 탁 터인 공간에서 일반시민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돈만 회장은 이어 "급격한 산업화로 대도시가 된 울산이지만 옛부터 전해오는 전통, 특히 문학적 정취는 도시 곳곳에 살아 숨쉰다"며 "울산시민이 긍지를 가져도 좋을 만큼 울산은 문학적 도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80년대 '국제신문' 기자로 있다 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으로 해직했고, 1989년 울산의 최초 지역신문으로 창간한 경상일보 창간 멤버로 울산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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