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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좌파방송? 코미디 같은 소리"

[현장] 도로에서 열린 '공영방송 KBS를 말한다' 토론회

등록|2008.08.04 23:04 수정|2008.08.05 01:07

▲ 4일 저녁 '공영방송 KBS를 말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 하민지


"KBS 앞 인도까지는 KBS시설이기 때문에 들어오면 안 됩니다."
"도로에 나오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니까 나오면 안 됩니다."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공영방송 KBS를 말한다' 토론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애초 토론회는 4일 저녁 7시부터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시작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토론회 참가자들이 인도에 서면 "KBS 시설보호"라고 밀어내고, 도로로 밀려나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저지하는 경찰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결국 도로에서 토론을 열 수 있었다.

"토론만 하겠다는데 인도 한쪽 못 내주나"

토론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그들을 따라 전경들도 몰려들었다. 전경들은 시민들을 둘러싸고 전경들은 4열종대로 서있었다가 "앉을 자리가 없다"는 항의를 받고 물러섰다. 

전경들이 물러서고 어느 정도 토론장소의 분위기가 정리되자, 성유보 범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실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 신태섭 전 KBS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은 150여명 정도였다.


토론자들은 각자 발언에 앞서, 경찰이 어떻게든 토론회가 열리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에 대해 성토했다. 사회를 맡은 성유보 위원장은 "광장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촛불집회 뿐만 아니라 이번 토론회도 경찰이 철저하게 막으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토론회의 서두를 열었다.

진중권 교수도 경찰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시민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습니다. 지금은 웹 2.0시대입니다. 이런 방법이 통하겠습니까? 우리가 쇠파이프를 들었습니까, 짱돌을 들었습니까, 시설을 파손시킬 사람들입니까? 경찰이 이렇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벌써 국민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증거입니다."

▲ 토론회 장소가 도로로 밀려나고, 전경들이 한 쪽을 장악한 가운데 신태섭 전 KBS 이사가 답답한 표정으로 서 있다. ⓒ 하민지


"정연주 괴담이 말도 안 되는 까닭은"


▲ 진중권 교수가 ‘KBS는 좌파방송인가’라는 주제의 발제를 하고 있다. ⓒ 하민지


토론자들은 정부와 보수단체가 KBS에 대해 이념적 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진중권 교수는 "KBS를 좌파방송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보수단체들도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경멸적인 의미로 '좌파'라고 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섭 전 이사는 "'좌파'라고 (색깔론 공세를) 하는 것이 아직 먹힌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영란 위원장은 "보수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미디어포커스>, 송두율 관련 프로그램  정도였다"며 "<미디어포커스>는 상호비평적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하다, 송두율 관련 프로그램도 문제 삼을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늘 6일에는 KBS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고, 7일에 KBS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 권고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토론자들은 KBS 안에서 정연주 사장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는 그동안 조금씩 발전하고 진화해왔다"며 그 증거로, KBS가 그동안 ‘영향력 있는 언론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는 "정 사장은 취임한 후 <스펀지> <도전 골든벨> 등 재미와 유익함을 적절히 조화시킨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신태섭 전 이사는 "정연주 사장을 공격하는 측에서 말도 안 되는 '괴담'을 해임이유로 내세우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KBS 적자와 관련 "2008년 예상분까지 포함한 것이고, 더구나 2008년은 공공성 증대를 위한 공격적 예산편성을 해놓은 상황이라 예상적자액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에 대해서는 "100% 이하면 건전한 것인데 KBS는 72.8%고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 중 차입금도 정상범위 내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편향 논란에 대해서는 2003년과 2006년의 KBS기자협회 조사결과를 예로 들며 반박했다. 특히 '정치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지 않다'라는 설문 조항에 대해 2003년에는 12.7%만 '그렇다'고 답했지만, 2006년에는 62.7%가 '그렇다'고 한 결과를 제시하며 "공영성이 크게 강화되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의 발언을 마친 후, 토론자들은 시민들과 약 1시간 정도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유발언에서 시민들은 "KBS뿐만 아니라 현재 모든 언론들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윤서한, 하민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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