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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골분 사료? 과학기술이 만든 폼나는 제품

[서평]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

등록|2008.08.06 09:20 수정|2008.08.06 09:20

▲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겉그림 ⓒ 동아시아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동아시아 펴냄)의 제3장 '누구를 위한 과학기술인가?'는 특히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황우석의 줄기 세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한반도 대운하,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 등 우리 사회와 밀접한 과학기술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골분 사료' 이야기는 관심을 더욱 바짝 돋우고 읽었다. '가축을 도축하고 남은 부산물을 사료로 만들어 다시 가축에게 먹임으로써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것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육골분 사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 일부의 목적에 우선한 과학기술이 인류 전체를 재앙으로 빠뜨리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 책의 주제인 '과학기술이 사회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엽까지 대부분의 서구인들은 채식위주의 식사를 했다. 고기는 귀했고 턱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당시 서구인들은 평균 식비 90%를 밀이나 귀리 등의 곡식을 구입하는데 썼다고 한다. 이런 서구에 육식이 장려된 것은 산업혁명의 종주국인 영국 때문이다.

고기 때문에 가축의 노예로 전락한 인류?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영국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 대안으로 열량이 높은 육식이 장려된다.

그리하여 빠른 시간에 가급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과학적 축산이 장려, 고기의 저장과 운반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한다. 미국의 도축장에 자동화 기계가 도입, 19세기 후반에는 미국에서 도살된 수백 만 마리의 가축들이 뉴욕, 영국, 파리 등지로 운송된다.

1950년 이후, 패스트푸드의 발달로 육류소비가 더욱 급증한다. 지난 50년간의 소비량이 1950년 이전보다 4배나 뛰었을 정도이다. 이처럼 육류 위주로 음식문화가 급속하게 바뀌고 발달하는 동안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전처럼 집에서 기르던 가축을 도축하여 먹는 과정에서 한번쯤 고민-다른 생명을 희생하는-했던 성찰 등이 전혀 필요 없어졌다. 사육과 도축은 다른 사람의 몫이요, 고기는 수많은 공산품들과 함께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에 불과했다. 이렇게 육식은 더욱 보편화 된다.

두 번째 문제는 값싼 '고기'의 도래가 식량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축이 곡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육류의 생산이 늘면서 곡물의 소비가 증가했다. 지금 전 세계 곡류의 36%가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이것은 2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고기 소비가 제일 많은 미국에서는 곡식의 70~80%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고기 1칼로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곡식 11~17칼로리가 소모되기 때문에, 육식은 채식보다 2~4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가축이 물을 많이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동물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에는 같은 양의 식물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보다 100배의 물이 필요하다. - 책 속에서

멕시코의 경우, 1960년대에 5%에 불과했던 경작지는 1980년대에 이르러 23%로 늘었는데, 이렇게 늘어난 경작지에는 가축에게 먹일 사료들이 주로 재배된다. 때문에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0%는 가축이 먹고 22%의 가난한 민중들은 굶주리고 있다. 가난한 계층이 먹을 옥수수, 쌀, 밀 등을 경작할 수 있는 땅이 가축 때문에 줄어버렸기 때문이다.

옛 소련이 세계 제2의 곡물 수입국으로 전락한 것도 고기의 수요와 소비증가로 가축 사육이 늘자 가축의 사료로 쓸 곡물을 대량으로 수입하면서부터다. 우리 역시 가축의 사료로 연간 수백 만 톤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고기 1칼로리를 만들기 위해 곡식 11~17칼로리가 소모되기 때문에 1950년대 이후 육류 소비가 급증하자 서구 축산업자들은 사료해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닭똥과 도축 폐기물, 과학기술이 폼 나는 육골분 사료로!

미국의 한 축산업자가 닭의 배설물을 관찰하다가 사료의 25% 가량이 소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배설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 축산업자는 닭의 배설물들을 모아 말린 다음 다시 소와 닭의 사료로 쓴다.

산업혁명의 종주국으로 육식을 이상적인 식단으로 권장한 영국은 어떤가. 곡물 경작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국은 도살한 소에서 고기를 발라낸 뒤에 남는 내장이나 뼈를 활용한 가축사료를 개발한다. 미국과 영국에 의해 육골분 사료는 이렇게 개발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골분(肉骨紛)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1980년에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소가 우유도 많이 생산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포함한 육골분 사료의 소비가 급증했다. 곧바로 1985년에 광우병으로 죽는 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수만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되었으며 그 원인이 육골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국에서 육골분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미국에서도 육골분 사료의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닭의 배설물을 소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은 관행대로 행해졌다. - 책 속에서

고기 한 조각을 얻기 위해 가축에게 바치는 엄청난 양의 곡물과 물. 그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인류가 희생하는 수많은 노동력과 경작지, 고기 한 조각을 위해 굶주리는 수많은 빈민층. 고기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인류가 가축의 노예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과학기술인가?

광우병, 대운하,나노 기술, 유전자 조작식품, 조류독감, 원자력 발전, 세포 치료…, 실로 우리는 위험요소들이 범람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위험의 대부분은 과학기술발달에 의해 야기된 것들이다.…(중략)시민의 참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부의 이해관계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채로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존재이다 - 책 속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과학자의 시각과 논리로 과학자다운 목소리를 내온 저자는,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학기술 문제들을 조목조목 들려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과학기술의 올바른 사회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관련 몇 꼭지의 글들은 날로 급증하는 우리의 육식 위주 식단, 그 근본적인 문제부터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사례와 과학적인 근거나 상식들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진지하게 짚어 나간다.

저자는 한반도 대운하도 적극 반대한다. 저자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다양한 시각의 접근은 그동안 대운하 추진 세력들이 펼쳤던 주장들을 통쾌하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로써 충분해 보인다. 대운하에 관한 글 '대운하, 어떻게 볼 것인가?'를 맺는 말은 이렇다.

한반도 대운하는 포기하는 것이 옳다.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단서도 필요 없다. 권력은 국민이 잠깐 맡긴 것이다. 국토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라고, 그것도 오래전에 사망 선고를 받은 18세기 교통수단인 운하를 건설하라고 국민이 권력을 맡긴 것이 아니다. 인간이 대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듯이, 권력자는 국민 앞에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홍성욱
덧붙이는 글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홍석욱 지음/동아시아 펴냄/2008.7/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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