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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촬영하는 줄 알았다고요?

바닷길 열린 무창포 해수욕장, 횃불대행진 개최

등록|2008.08.05 10:06 수정|2008.08.05 11:01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대낮의 바다도 멋지지만 서늘한 가운데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는 '밤 바다'도 바다 여행의 묘미이다. 이러한 밤 바다를 좀 더 특별하게 즐기기 위해 무창포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해수욕장에서는 일명 '모세의 기적'으로 바닷길이 열리는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8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무창포신비의바닷길축제추진위원회(공동회장 박치규)가 주관하고 문화재청과 충남도, 보령시가 후원한다.

사극 촬영하는 줄 알았어요

▲ 무창포 해수욕장의 수 백개의 횃불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편은지


밤 10시가 되니 이글이글한 불빛이 파도와 함께 일렁인다. 바로 '횃불 대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불꽃놀이는 어느 곳을 가도 흔히 볼 수 있지만 '횃불 대행진'은 약간 생소했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 중에서 횃불 대행진은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석대도까지의 약 1.5km 구간에서 사람들이 밤 10시경부터 손에 횃불을 하나씩 들고 섬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물이 들어오면 배를 타고 가야 할 곳을 바닷길에 열린 틈을 타 직접 걸어서 섬까지 가는 것이다.

▲ 횃불을 들고 즐거워 하는 관광객 ⓒ 편은지


횃불은 무창포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에게 무료로 지급되며 촐 1500개가 이번 축제에 쓰였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작은 불꽃들이 반짝 거리는 것이 마치 광화문이나 시청 등지에서 볼 수 있었던 촛불들 같기도 하지만, 규모나 크기면에서 촛불을 능가한다.

▲ 무료로 횃불에 불을 붙혀서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 편은지


태어나서 횃불들이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을 처음 본 아이들은 연신 놀라워하며, "엄마~ 태왕사신기 찍나봐요!"라고 소리치기도 했고, 그 외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관을 담기 위에 다들 셔터를 눌렀다.

횃불 밝혀서 게 잡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 

무창포 해수욕장은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하여 월별로 4∼5회 정도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길에 열린 낮에 조개나 게 잡기는 식은 죽 먹기이다. 다들 장화를 신고 손에 봉지를 하나씩 들고 조개나 게 잡기에 바쁘다. 석대도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무창포 해수욕장에서는 한밤중에도 조개잡기가 가능하다.

▲ 횃불을 밝혀서 게를 잡고 있는 무창포를 찾은 관광객. ⓒ 편은지


사람들이 손에 하나씩 든 횃불로 불을 밝혀 조개나 게 등을 잡는다. 시민들은 "밤에 잡으니 훨씬 재미 있다" "횃불 어업이 실제로 있다고 들었는데 체험해보니 신기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만족해 했다.

뭉친 종이에 석유를 적셔서 만들기 때문에 불씨가 지속되는 시간은 20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치 전쟁에서 이긴 장군이라도 되는 양 즐거워했다. 다 탄 횃불을 해수욕장에서 나갈 때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계속되었다. 실제로 해수욕장 입구에서는 횃불을 나눠주는 곳 옆에 트럭에서 다 탄 횃불들을 수거하고 있었다.

▲ 해수욕장 입구에서는 트럭에서 다 타버린 횃불을 수거하고 있었다. ⓒ 편은지


무창포를 찾은 시민 한 명은 "멋진 횃불 장관을 보게 되어 너무 좋지만, 내심 쓰레기가 바다를 오염시킬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회수까지 이렇게 해주니 너무 좋다"며 내년에 또 오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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