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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토공 통합 부추기는 '서울언론' 속셈은?

[지역언론 별곡 239] 도 넘어선 공기업 통합 '기름붓기' 경쟁

등록|2008.08.06 11:37 수정|2008.08.06 13:35

▲ 한국토지공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본부 노동조합이 토공과 주공 통폐합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한국토지공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본부 노동조합


"주공·토공 통합할 것"
"주공+토공=차일피일"
"통합주공·토공, 이전 전주로? 진주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반드시 합쳐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다. 서울 언론들의 주공·토공 통합 응원전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 기사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세게 반발하는 당사자들이나 이전대상 지역의 불안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통합해야 산다'는 필사적 논리다.

경남과 전북지역의 혁신도시로 이전할 두 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해당지역 정서와는 영 다르다. 링 안에선 눈치를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오히려 링 밖에서 열렬히 응원하는 언론들의 경쟁이 더 요란하기만 하다.

주공·토공 통합 부추기는 보수 신문들 속셈은?

이명박 정부와 죽이 잘 맞는 보수신문들이 가장 신났다. 발 바쁘게 통합의 불씨를 지폈다. <조선일보>는 7월 26일 '주공(住公)+토공(土公)=차일피일'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통합을 부추겼다. 제목에서부터 다분한 의도가 엿보인다..

"두 기관의 입장 차가 첨예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가든 통합되면 총 자산 84조 3828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임직원 7190명에 달하는 '공룡' 공기업이 탄생하게 된다"는 이 기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 "주공과 토공은 김대중 정부부터 통폐합이 추진됐지만 노동계의 반발과 경영 부실 가능성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한 이 기사는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두 공기업을 통폐합하면 택지 개발과 도시환경 정비사업 등 중복된 업무를 조정하고 지원부서 인력을 줄이는 방법으로 최소 2000명 정도는 구조조정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통합방안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이에 앞서 7월 21일 <중앙일보>도 '주공·토공 통폐합 예정대로'의 기사에서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묻어났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국토해양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폐합하는 법률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경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양 공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역시 구체적인 통합 방안은 기사 내용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통합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의 논리다.

<동아일보>는 8월 5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 발언에 스포트라이트를 가한 기사로 통합론에 무게를 두었다. '임태희 "주공·토공 통합할 것"'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임 정책위의장이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통폐합을 위한 정밀한 작업은 주무부처가 마련할 것'이라면서 "(통폐합의 중심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합하는 것은 맞다"고 밝힌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이 기사는 "현재 주공은 진주 혁신도시로, 토공은 전북 혁신도시로 각각 이전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고까지 밝혔다. 하지만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진화'라는 표현으로 통합논의를 부추겼다.

<동아>는 지난 5월 15일에도 '주공·토공 통합 급물살 탈 듯…국토부 찬성선회' 기사에서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폐합에 반대해 왔던 국토해양부가 '찬성'쪽으로 입장을 틀었다"고 반겼다. <연합뉴스>를 인용해 보도했지만, 제목에서 배어난다.

통합문제 다룬 <한겨레> 기사가 돋보이는 이유

주공과 토공의 통합문제를 다룬 '서울 언론'에는 불안해 하는 지역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도 이에 가세했다. <서울신문>은 8월 4일 '통합 주공-토공 이전 전주로? 진주로?'란 제목에서 두 지역을 놓고 저울질하듯 했다.

이 기사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공기업대책특위에서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방안이 8월중 나올 것'이라면서 '두 기관을 통합한 이후 구조조정을 하느냐, 아니면 구조조정을 하고 나서 통합을 하느냐의 방법 중에서 어느 것이 최적이라는 결론은 아직 못 내렸다'고 밝혔다"면서 "현재 주공과 토공은 각각 진주와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에 통합 공사가 어느 곳으로 이전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8월 4일 '주공·토공 통합 산 넘어 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주공과 토공의 통합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지난 10여년 간 미뤄왔던 두 기관의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며 "하지만 두 기관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다 정치권의 입장도 제각각이어서 가능성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들의 보도 내용은 엇비슷해 보이지만 제목들이 암시하듯 두 기관의 통합을 부추기려는 의지가 짙게 배어난다. 같은 '서울 언론'이지만 지역민들이 <한겨레신문>의 7월 21일자 지면을 다시 찾아 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공사 통합 또 추진'이란 제목의 기사와 표가 다시 봐도 돋보인다. 국토해양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한데 합치기로 하고, 관련 법률안을 9월 정기국회에 내기로 했지만, 그간의 통합논의 과정에서 보아왔듯이 '정치적 학습'에 다름 아니었음을 기사는 암시해 주고 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1998년에도 정부가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결정했고, 2001년 통합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숱한 논의과정을 거친 후 2004년 5월 통합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이런 법안이 4년 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는 과정을 바라보는 지역민들 입에선 다분히 '정치적 학습과정'이란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가뜩이나 주공은 선 통합, 후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고, 토공은 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토공 노조는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 정부 내부에서 '선 통합, 후 구조조정'안에 힘이 실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들은 통합을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일간지에 내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는 노조원들이 경기도 분당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두 기관의 입장 차가 이처럼 큰 데다 이전 대상지역은 더욱 불안한 모습들이다. 해당지역 주요 일간지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남] "지역갈등 안될 말...양 지역 만족방안 찾아야"

진주 혁신도시로 주공이 이전해 올 것이라며 내심 반겼던 경남지역은 애써 통합을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경남신문>은 지난 7월 24일 '진주 혁신도시 주공이전 기득권 인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크게 보도했다.

이 기사는 "강 장관이 쟁점이 되고 있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폐합 이후 혁신도시 이전 여부와 관련, '혁신도시에 대한 진주와 전북 완주의 기득권은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 기관이 통폐합되더라도 주택공사에 대한 진주 혁신도시 이전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그런가 하면 이 신문은 7월 17일 '주공·토공 통폐합될 경우 본사-산하기관 분산 배치'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불안해 하는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안정을 되찾아 주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공·토공 통폐합과 관련, '지방정부간 협의를 통해 안배하면 한쪽이 독식하는 시스템, 즉 승자독식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조정과정에서 서로 양보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이 지역 간 대결구도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경남도민일보>는 7월 25일 '주공·토공 통합, 지역대결 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세력대결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양 지역의 만족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주된 논리다.

"정부가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두 공기업의 통폐합이 자칫 지역 갈등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이 기사는 '주공-경남-한나라당' 대 '토공-전북-민주당'이라는 대결구도를 형성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눈치였다.

▲ 혁신도시 전북 기본계획도. 토지공사 및 농촌진흥원 등 농촌 혁신관련 공공기관이 이전되며, 대규모 농업 시험장이 현장에서 펼쳐진다. ⓒ 토지공사


[전북] "반드시 유치... 범도민 비상체제 돌입"

경제규모가 경남보다 취약한 전북지역은 더욱 불안한 형국이다. 지난 7월 25일 '토공 업무분야 완주에 온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되더라도 '토공업무분야'는 완주혁신도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전북일보>는 그러나 연일 불안한 표정을 지면에 담아냈다. 제목들에서 묻어난다.

'주공-토공 통합기관 안 오면 전북 혁신도시 차질' <7월 22일>
'주공-토공 통합논의 중단을' <7월 22일>
'토공-주공 통합돼도 혁신도시 그대로' <7월 23일>
'토공·주공 통합논란 지역갈등 심화' <7월 24일>
'토공·주공 통합 뜨거운 감자' <7월 25일>
'전북도, 혁신도시 건설 비상체제 돌입…범 도민운동 전개' <8월 5일>
"토공·주공 통폐합땐 혁신도시 차질" <8월 6일>

<전북도민일보>는 5일 토지공사의 전북이전 무산을 우려한 나머지 전북유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기사를 1면에 크게 보도했다. ''토공혁신도시 이전' 범도민 비대위 출범'이란 제목의 기사는 "토지공사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토공은 전북혁신도시 이전 대상 기관 14개 중 대표적인 기관임은 물론 인구 유입 효과를 비롯해 세입 증대 및 새만금·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사업 등과 연계된 지역균형발전의 축으로서 역할 수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당위성을 강조한 이 신문은 기사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전북을 방문하는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도 주공·토공의 통합기관이 전북으로 이전해 올 수 있도록 강한 협조의 메시지를 전달해 나가기로 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토공 전북 이전에 사활을 걸어 나간다"는 지자체의 방침도 전달했다.

<새전북신문>도 이날 '도 토공 전북이전에 올인'이란 제목의 속보기사에서 "정부의 토지공사-주택공사 통합안이 발표되면 곧바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관련 시·군 등과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는 전북도의 방침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기사는 "다만, 호·영남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두 공기업이 통합돼도 당초대로 토지공사는 전북으로, 주택공사는 경남으로 각각 이전하는 이른바 기능군별 배치를 요구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서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처럼 지역언론들의 의제는 연일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서울언론', 특히 신문들은 토공과 주공의 통합에 불을 지피는 데 열중하느라 지역의 속사정은 알 바 아니라는 태도다. 지면과 활자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부글부글 끓는 지역민심에 불을 붓는 형국이다.

지난 달 31일 "서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을 무게 있게 다룬 서울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가뜩이나 불편한 지역 민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월간중앙 정치포럼 초청 특강에서 "서울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면서 서울 중심의 한반도 광역경제권 구상인 '그레이트 케이'를 제시했다.

그는 "서울은 경기도나 여타 지방처럼 공장을 유치해 성장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서울은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고 그러면 이 경제효과가 지방으로 흘러넘치는 확산효과(spill-over effect)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의 발전을 막고 있는 각종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균형발전법을 잠시 잊은 모양이다. 2003년 12월 29일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법률 제7061호)'에 의해 2005년 6월 24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확정됐다. 당시 주공은 경남 진주로, 토공은 전북 전주·완주로 이전이 확정됐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 안정화에 기여하고 중추 관리기능의 지방이전으로, 수도권의 양적 팽창을 억제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공기업 지방이전 계획이다.

인구가 날로 감소하면서 경제구조가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지역들로서는 정부의 지역혁신역량 제고방안이 '회생제'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전할 공기업들 대부분은 정부투자기관 및 출자기관으로 부설연구소 등 연구조직을 갖추고 있어서 혁신체계 구축의 한 요소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온데 간데 없는 균형발전 논리, '난센스'

고학력 취업기회의 확대로 지방교육의 질적 향상을 유도하고 지방세수 증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름대로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며 혁신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해 왔던 것. 그래서 2006년 혁신도시 건설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 불과 1년 전인 지난해에는 혁신도시 건설을 착공했다. 2012년 혁신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한다는 정부 방침은 지방자치단체들을 부푼 희망에 흠뻑 젖게 했다.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서울과 수도권을 분산해 허약한 지방에 양분을 주입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주공과 토공의 이전지역인 경남과 전북은 통합이 될 경우 혁신도시에 걸었던 희망이 물거품이 될 처지라며 넋을 놓고 있는 상태다. 따지고 보면, 주공과 토공의 통합문제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던 메뉴다.

더구나 2003년 주공·토공 통합 논의 때 한나라당은 '두 공사의 기능이 다른데도 정부가 설득력 없는 통합논리로 무리한 통합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대해 온 정당이다. 그런 당이 이제 와서 통합카드를 강하게 내미는 모습은 매우 역설적이다. 정당성은 차치하더라도 패러독스이자 난센스에 다름 아니다. 이에 동조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언론은 감시견에 가까울까? 애완견에 가까울까? 이 또한 난센스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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