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MB맨', 어떻게 20일만에 30억 마련했나
공천자금 둘러싼 의혹... 버스회사 자금조성 개입설도 제기
▲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에게 30억원을 건넨 김종원 이사장. 그는 '버스업계의 실력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 시사프리신문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애초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게 받은 돈은 30억3000만원이었다. 김 이사장이 김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목적은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서였음은 이미 드러난 바다.
김종원 이사장은 올초 이아무개 서울시의원을 통해 김옥희씨를 처음 만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30억3000만원을 건넸다. 2월 13일 10억원, 2월 25일 10억원, 3월 7일 10억3000만원을 각각 건넸다. 김 이사장은 대부분 현금이 아닌 수표로 돈을 건넸다.
[의혹① : 30억원의 출처] 버스회사들이 갹출한 로비자금인가
그렇다면 김 이사장은 30억3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한 것일까. 그는 30억여원이 '개인돈'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20여일 만에 30억여원을 마련할 정도로 재력가일까?
김 이사장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위치한 광천상고(광천정보고·광천제일고의 전신)를 졸업했다. 이후 83년부터 현재까지 25년간 D교통(서울 성북구 정릉동 위치)의 대표이사로 근무해왔다. 5·6공시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과 한국자유총연맹 성북회장을 지낸 뒤 91년부터 95년까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김 이사장은 2003년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 취임한 뒤 버스업계의 실력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6년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 재선했고,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제23대 회장과 전국교통단체총연합회 제3대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을 쌓기 시작한 것도 '버스업계 실력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2003년이다.
그런데 김 이사장의 재산 규모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 초기에 서울시의원을 지냈지만, 당시 지방의회 의원들은 재산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재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태다.
다만 김 이사장이 25년간 황금노선을 보유하고 있던 버스회사를 운영해왔다는 점을 들어 적지 않은 재산을 쌓았을 것이란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는 현재 고급주택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한 서울시 의원은 "D교통이란 버스회사가 그리 탄탄한 회사가 아니고 김 이사장도 돈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김 이사장 주변에서는 "김 이사장이 30억여원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는 얘기도 터져 나왔다.
그런 가운데 30억여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몇몇 버스회사들이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그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등 버스회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이사장이 김옥희씨에게 건넨 30억여원이 '개인돈'이 아니라 몇몇 버스회사들이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면 버스업계가 'MB맨 김종원'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검찰은 30억여원의 출처와 관련 "김 이사장이 건넨 30억여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보고(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힌 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D교통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김 이사장의 재산 규모는 물론 '버스회사 자금조성 개입설'도 "모른다"며 말문을 닫았다.
[의혹② : 미반환금 5억여원의 용처] 한나라당 공천 로비자금에 쓰였나
▲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사촌 '공천청탁 30억수수' 구속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지난 1일 오후 서울지검에서 호송차량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씨는 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 연합뉴스 한상균
30억여원을 둘러싼 의혹은 더 있다. 김 이사장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떨어지자 김옥희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김씨는 30억여원 중 25억원만 돌려주었다.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은 금액은 5억3000만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김씨는 미반환금 5억3000만원을 어디에 썼을까?
검찰이 6일 밝힌 바에 따르면, 김씨는 한나라당 공천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3억여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옥희씨가 김종원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30억3000만원을 모두 본인 계좌에 입금했고, 공천 전 이 계좌에서 3억여원을 인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3억여원은 '공천로비자금설'과 연관돼 가장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인출된 3억원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김씨의 오피스텔 구입 비용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쓰이거나 김씨 아들 계좌로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이날 "그렇게 인출된 돈이 현재까지 정치권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며 '공천로비자금설'을 일축했다.
검찰이 밝힌 대로 공천 발표 이전에 인출된 돈이 대부분 '개인용도'로 쓰였다고 해도 나머지 2억원은 어디에 썼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다만 사용처가 최종 확인되지 않은 2억원이 공천로비자금으로 쓰기에는 그리 많지 않은 돈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김옥희씨가 김 이사장에게 받은 돈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공천에서 탈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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