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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보석을 얻을까, 하늘의 보석을 얻을까?

[포토에세이] 이슬(2)

등록|2008.08.07 15:37 수정|2008.08.07 15:37

이슬 속에 새겨진 꽃작은 이슬방울의 세계가 신비롭다. ⓒ 김민수


구약성서 신명기에 '위에서는 하늘의 보석 이슬이 내리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슬이 곧 하늘의 보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땅에 있는 물방울 보석이 그렇게 예쁘다고 하지만 하늘의 보석인 이슬만큼 할까요?

하늘의 보석 이슬, 이 말은 참으로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 맘몬의 노예가 되어 땅의 보석만 추구하고 있는 때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이슬이 하늘의 보석이라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 한국의 보수기독교인들의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못해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것인지, 저들이 믿는 하나님과 내가 믿는 하나님이 정말 같은 분인지 좌괴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들에게 촛불을 드는 이들, 부시방한을 반대하는 이들은 사탄이요, 악마로 보이는가 봅니다. 사명감(?)에 서로잡혀 선동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천국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들의 천국이미지는 이 세상의 온갖 편리함이 다 갖춰진, 심지어는 길까지도 순 황금길로 만들어진데다가 헌금액수에 따라 평수가 달라지는 아파트, 미국식 자본주의와 패권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 그들의 천국이미지가 아닐까 싶더군요.

이슬맑은 이슬,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 ⓒ 김민수


그런데 그들에게 구약성서가 하늘의 보물은 이슬이라고 하니 그들에게는 허망한 말이겠지만 가난한 자들에게는 이 얼마나 통쾌한 말인지 모릅니다. 아름답지만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이슬, 단지 존재하는 것을 보는 그 순간만 소유할 수 있는 이슬, 풀섶에 지천이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이슬입니다.

차마 아름답다고 느낄 겨를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이슬을 매일 새벽에 만나는 이 땅의 농민들이 경쟁적인 도시인들보다 더 많은 보석을 가까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이것이야말로 복음(기쁜 소식)이 아닐까요?

땅의 보물을 얻으려고 혈안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하늘의 보물이 보일리가 없겠지요? 그리고 보인다한들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지 못하고, 하늘의 보물을 보물도 알지 못하는 이들은 장님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장님들이 자신들도 천국에 가지 못하고, 천국 길을 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촛불을 든 종교인들들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면 촛불을 반대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라고 무조건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부시방한을 찬성하며 열광하는 종교인들을 보면서 절망을 보았습니다.

이슬자기를 고집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잃지않는 이슬 ⓒ 김민수



작은 이슬방울들 하나마다에 맺혀있는 꽃, 한 송이 꽃이 이슬방울마다에 새겨졌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 하나하나도 작은 이슬방울들 같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소망을 담아 촛불을 밝혔다면 왜 그런지 겸허하게 듣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지도자의 덕목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행태들을 보면 지도자이길 이미 포기한 것 같습니다.

확신한다고 다 옳은게 아닙니다. 오히려 잘못된 확신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기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지혜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겠지요.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보다 당장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지지자들을 늘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죠. 과거 독재정권이 자주 사용했던 동원, 그것이 요즘에도 일어나고 있으니 황당하다 못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모두가 땅의 보물에 눈이 어두운 까닭입니다.

나도 땅의 보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둘 중의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하늘의 보석을 택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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