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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스마트'는 학생복 아냐?"

무식한 남편과 무식한 아내가 만들어가는 '무식 퍼레이드'

등록|2008.08.07 15:38 수정|2008.08.07 15:38

아내와 남편.보라. 무식한 아내와 무식한 남편의 꼴을. 지인이 아내와 내가 같은 단풍나무아래서 각각 찍은 사진을 합성해서 보내준 것이다. ⓒ 송상호


나와 아내, 딸 셋이서 TV를 보고 있었다. 주로 드라마를 같이 보는 편이다. KBS <태양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SBS <조강지처 클럽>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 급기야 아내의 무식(?)이 들통 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다.

"'스마트'하다."

그걸 보고 딸아이가 묻는다.

"아빠, '스마트'가 뭐야?"
"그건, '영리하다, 똑똑하다'라는 뜻이지."

여기까진 좋았다. 아내가 대뜸 끼어든다.

"아니, '스마트'는 학생복 아니었어?"

딸아이가 대꾸한다.

"아이 엄마는~"

나는 이 총체적 난관을 '스마트'하게 대처한다.

"당신! 허허허허. 뭐 그래도 당신은 무식한 것도 예뻐 보여."
그러자 아내는 겸연쩍어 하면서

"뭐… 그래도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 히히히히히"

TV CF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델몬트 주스'의 '델몬트'를 '오렌지'라고 알고 딸아이에게 '오렌지'라고 우기는 엄마를 보는 듯하다. 아내는 대학 다닐 때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닌데 가끔씩 위와 같은 CF를 우리집에서 연출 한다.

그렇게 CF를 찍고 난 후 잠시 외출할 일이 생겼다. 아이들 이모 가게에 간판을 새로 달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러 아이들(딸과 아들), 아내와 나섰다. 차안에서 대화 중 한 장면이다.

"안성의 어느 단체에서 '만리포'로 수련회 간대."
내가 입을 연다. 나도 여기 까진 좋았다.

"여보, 그런데 '만리포'가 어디야? 제주도와 가까이 있는 거야?"

'서귀포'와 맞물려 연상한듯 말하는 나에게 아내가 받아 친다.

"무슨! '만리포'는 서해안이잖아. 지난 번 태안 기름 유출 사건 일어난 곳."

내가 감탄한다.

"아, 그래! 당신은 그런 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내 왈. "그거야 기본 중에 기본이지."

우리는 좋겠다. 무식한 아내에 무식한 남편이라서. 사실 이런 식의 에피소드를 나와 아내는 자주 연출한다. 내가 운전하고 아내가 옆에서 조수를 할 때면 꼭 생긴다.

"여기는 38번 국도이고, 조금만 더 가면 27번 국도가 나와. 그러니까 내 말대로 계속 이리로 가."

이건 나의 유창한 '길 설명'이 아니라 아내의 유창한 '길 안내'다. 그렇게 아내가 말이 끝나고 나면 감탄한 내가 꼭 하는 18번 멘트가 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내가 하는 말. "운전하면서 모르는 당신이 이상한 거야… 호호호호"

사실 우리 '더아모의집'에서 타고 다니는 15인승엔 네비게이션이 없다. 그래서 아내는 내 차의 네비게이션이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둘 중 누가 더 무식한 걸까. 사실 '스마트'를 몰라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다. 물론 가끔 쪽팔리기는 하겠지만. 그런데 '만리포'가 어딘지, 38번 국도가 어딘지 모르면 상당히 불편한 게 사실이다.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하기야 요즘 네비게이션이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없는 차도 상당히 있는데다가 설령 내비게이션이 있다손 치더라도 현재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대략 머리에 그리고 찾아가는 것과 무조건 네비게이션에만 맡기고 가는 것엔 운전자의 안정감이 다르지 않을까. 이왕 하는 운전이라면, 이왕 찾아가는 목적지라면 행복하고 안정되게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암튼 아내와 나는 장군 멍군, 피장파장, 주거니 받거니, '도토리 키 재기'를 한 셈이다. 하여튼 무식한 남편엔 무식한 아내가 딱 이다. '천생연분, 찰떡궁합'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하하.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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