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부실, 인사전횡으로 아웃? 이 대통령에게도 적용"
[길거리 인터뷰] KBS 앞 밤샘 농성중인 송영길·이수호·노회찬
▲ 7일 저녁 정부의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이덕만
▲ 7일 저녁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무대 차량 위에 KBS 이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 이덕만
7일 밤 KBS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아래 범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마친 후 축구 중계를 보던 시민들이 강제로 연행됐다.
이 상황에서 성유보 범국민행동 상임위원장,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현상윤 전 언론노조 부위원장, 최용수 PD연합회 정책위원(KBS PD),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정청래 전 의원 등도 연행됐다.
연좌 농성을 벌이던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 등은 경찰의 진압과정 중 여경들에게 둘러싸인 채 바로 옆의 최상재 위원장과 최용수 정책위원 등이 강제 연행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이 다가와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끝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촛불을 켜고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30분 넘게 이들을 에워싸고 어찌할 줄 모르며 묵묵히 바라보던 경찰 병력은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철수했다.
8일 새벽 2시 현재, 정부의 KBS 장악 저지와 경찰의 강제 진압 등을 규탄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현 KBS 사태에 대한 생각,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전날밤 이루어진 무차별 연행, 그리고 이날 오전 있을 KBS 이사회의 의결 이후 대책 등에 대해 물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5공 시대로 회귀한 느낌...국민이 가만 안 있을 것"
▲ 7일 저녁부터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밤을 새며 농성중인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 이덕만
"정연주 사장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 요구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방송법 제1조에 이렇게 나와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고 있는가? 이 법의 목적이 지켜지고 있는가?
감사원의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환율정책 실패는 바로 경영부실이고, 모든 낙하산 인사야말로 인사 전횡이다. 결국 정연주 사장의 개인 비리는 전혀 없지 않나. 버젓이 임기도 남아있는데 지금 왜 해임시키려고 하는가. 민주주의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각종 공직에 대한 임기보장제도를 만든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감사원은 현재 직권남용 중이다. 정연주 사장 측이 감사원을 상대로 해임요구 무효 청구소송을 낸 것은 잘한 일이다.
방송법 제46조의 이사회 설치 목적을 보면, '공사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나와있다. 만일 이사회가 오늘 해임권고 결의안을 의결한다면 이는 이사회 설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의 진행 방향은 어떻게 보는지.
"YTN 구본홍 사장이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임명한 것, MBC 'PD수첩' 과잉 수사와 현재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 압박에 이르기까지 언론 장악은 거침없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를 저지할 자신감이 있다. 예전 군사 정권의 언론 장악 환경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바로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언론 장악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 현상윤 전 언론노조 부위원장, 최용수 PD연합회 정책위원(KBS PD),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 등 언론 종사자들이 무차별 연행됐다.
"5공 시대로 회귀한 느낌이다. 권력 기관들이 스스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버린 꼴이 됐다. <PD수첩>에 대한 과잉수사만 봐도 그렇다. 조중동은 얼마나 많은 왜곡보도를 저질렀나. 법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 이사회에서 정 사장 해임권고 결의안이 의결된다면 민주당의 향후 대책은 무엇인가.
"법정 투쟁을 열심히 뒷받침하겠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시도, 부메랑이 될 것"
▲ 7일 저녁부터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밤을 새며 농성중인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 이덕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 언론 장악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설마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 오판이었다. 어젯 밤처럼 정당한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강제 진압할 줄 몰랐다. 오늘 오전 KBS 이사회가 열리는 것을 대비해 경찰이 '청소'를 한 것 같다."
- 현 정권의 언론장악이 어디까지 갈까.
"언론종사자·시민사회단체·네티즌들의 저항이 어느 정도일까가 관건이다. 이명박 정권은 현재 초법적 폭력을 행사 중이다. 저항세력을 초토화시키려 한다.
뜻대로 언론 장악을 어느 정도 이루겠지만 부메랑이 되어 이명박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합법 촛불문화제였음에도 강제 연행이 이뤄졌다. 언론노조의 핵심 대표들을 노골적으로 연행한 것은 방송장악 의도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 이사회에서 정 사장 해임권고 결의안이 채택될 확률이 매우 높다. 민주노동당의 향후 대책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은 오늘 아침 8시부터 비상대책회의를 한다. 범국민행동과 야 3당(민주당, 자유선진당, 민노당)이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 나가겠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 공동대표] "언론 장악은 이 대통령의 오판"
▲ 7일 저녁부터 정부의 KBS 장악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밤을 새며 농성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 공동대표. ⓒ 이덕만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폭거이다. 공영방송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곡해시키고 있다. 국민의 방송인 KBS를 대통령의 방송으로 만들고 있다. 언론장악을 위해 모든 권력기관이 총동원되고 있다. 군대만 빼고 말이다.
어젯밤에는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축구 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24명을 무차별 연행했다. 이것이야말로 이명박 정권 스스로 자신의 불안함을 입증하는 셈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할 이 때, 5공식 공권력 행사를 저지르고 있다. 설사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더라도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재 정권의 말로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정책에 대해 '노골적 언론장악'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이명박 대통령의 오판이다. 미국으로부터의 자주성을 오판하더니 쇠고기 굴욕 협상을 저지르지 않았나. 일본과의 관계를 오판해서 일본의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언론만 장악하면 모든 걸 손에 쥘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다. 설령 YTN, KBS, MBC를 손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국민은 더 많은 매체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언론 장악은 이뤄질 수 없을 거다."
- 국회의원들 옆에 앉아있던 언론 관계 핵심 대표들만 강제 연행했는데.
"이사회를 무단으로 열기 위해 언론 관계자들을 강제 연행한 것이다."
- 진보신당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가. 법정 투쟁을 계획 중인지.
"현 정권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법을 어기고 있는데, 어떻게 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나. 전국민 투쟁에 진보신당도 적극 동참하겠다. 최근 경찰이 시위자 검거에 포상금 운운하는 것은 경찰로서의 치욕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의 사냥꾼이 된 꼴이다."
덧붙이는 글
이덕만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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