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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에는 뱃사공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막내와 함께한 산골여행 3(정선아우라지에서 대관령까지)

등록|2008.08.08 15:16 수정|2008.08.08 15:59

대나무배 아우라지 강변에 있는 대나무로 만든 뗏목배 ⓒ 임재만


정선의 아우라지 강변이 점점 밝아온다. 어젯밤 전야제의 요란한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고 새벽 안개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옛 뱃사공들의 노래 소리가 조양강을 따라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이곳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정선의 조양강을 거쳐 영월의 동강으로 흘러간다. 정선아리랑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곳 아우라지는 한양으로 뗏목을 실어 나르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아우라지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장마철 강물이 불어나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된 사랑하는 남녀의 애틋함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으로, 정선아리랑 가사 중에서 애정편의 유래지로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남한강 천리 물길을 따라 목재를 서울로 운반하던 유명한 뗏목터로 특히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 때에 필요한 목재를 뗏목으로 엮어 한양으로 운반하던 곳이다.

오늘(7월 31일)부터 아리랑에 얽힌 옛 이야기가 가득한 이곳 아우라지에서 뗏목축제가 시작된다. 매년 8월 초에 열리는 뗏목축제는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뗏목타기 및 아리랑 시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열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 일어났는지 막내가 강변에서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놀고 있다.

"아빠 ! 이거 타고 집에 갈 수 있을까!"
"왜? 뗏목타고 가고 싶냐?"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그럼 한번 해볼까?"
"정말요?"
"다음에"
"훨~"

농부들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농부 ⓒ 임재만


아우라지 강변을 나와 구절리역으로 출발했다. 송천을 따라 올라가면 레일바이크의 출발역인 구절리역이 있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매우 긴 폭포로 알려진 오장폭포(길이 127m)가 주변에 있다. 구절리로 가는 길에 들녘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아저씨는 농약 뿌리는 분무기를 등에 지고 아주머니는 큰 널빤지를 들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 부부는 논둑에 풀약을 치고 있었는데 벼에 풀약이 닿을새라 널빤지로 양옆의 벼를 가리고 있었다. 그 부부가 일하고 있는 곳은 아우라지 주변에 있었는데 첩첩산중인 정선고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큰 들녘이었다.

구절리역에 도착하자 도시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된다. 이곳엔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고, 미루나무가 서 있는 강변의 레일 위에는 노란색의 풍경열차가 동화속의 그림처럼 서있다. 더욱이 주변의 노추산 허리를 감고 있는 흰 구름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할 만큼 신비롭기만 하다.

풍경열차구절리역에 있는 풍경열차(노란색)와 기차펜션(빨간색) ⓒ 임재만


구절리 역구절리 역내의 모습 ⓒ 임재만


이곳 구절리역에서 레일바이크가 출발하는데, 종착지인 아우라지역까지는 7.2km 정도가 되며 야간에도 탈수가 있다. 주변의 노추산의 비경과 오장폭포를 둘러본 다음,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지나노라면 양쪽에 늘어선 기암절벽과 정겨운 농촌풍경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구절리역에는 여치 모양으로 지어진 이색적인 여치 카페가 역내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으며 그 옆으로는 숙박할 수 있는 기차 펜션이 있다. 10개의 객실로 되어 있는 기차펜션은 기차 출입구와 이어진 나무로 만든 테라스가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테라스로 나오면 정선을 감싸고 있는 노추산의 웅장한 모습과 그 아래로 흐르는 송천계곡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www.ktx21.com, 033-563-8787)

송천계곡에 들어가 막내와 물장구를 치며 한참을 놀았다. 막내 녀석은 어렸을 적부터 물에서 노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집 앞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놀곤 했다.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막내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지나는 길옆 가게에서 와플을 사서 손에 쥐어주니 싱글벙글이다.

맑은 물송천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 임재만


폭포송천계곡에 있는 작은 폭포 ⓒ 임재만


오후 3시가 넘어 대관령으로 길을 나섰다. 멀리 대관령 꼭대기엔 그림 같은 풍차가 돌아가고 있다. 옛길을 따라 대관령으로 올라서자 푸른 동해 바다와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래를 굽어보는 재미가 있다.

갑자기 바람이 세지기 시작하며 먹구름은 아이들 숨박꼭질하듯 바쁘게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바람은 점점 세어져 그냥 서있기조차 힘들다. 구름은 강물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 특이한 형상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아직 해질 시간을 멀었는데 벌써 어둠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대관령의 하늘삼양 목장 가는 길 ⓒ 임재만


풍차대관령에 있는 풍차 ⓒ 임재만


구름의 이동을 살피며 삼양목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 목장 입구에 도착 하자 경비원이 막아선다. 이곳 삼양목장을 관람하자면 두 시간 정도 소요가 되는데 지금은 5시가 넘어서 어렵다고 한다. 오후 3시 이전에 입장을 해야만 한다고 귀뜸해 준다. 막아서는 경비원이 무척 야속했지만 하는 수 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돌아 나와야만 했다.

이곳 대관령 읍내에서는 강원도 감자축제(8월 1일)가 열리고 있었다. 읍내는 이곳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로 읍내 전체가 북적되고 있다. 음악소리를 따라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무대에서는 신나는 댄스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곧이어 송대관, 박상철 가수가 나와 흥을 돋우고 나자, 갑자기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기 시작한다. "우당탕탕..." "와~" 사람들의 함성이 밤하늘에 크게 울려 퍼진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저물었다. 하늘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라디오에선 내일과 모래 큰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축제장 주변의 야외식당에 들어가 막내와 얘기를 나누었다.

대관령의 하늘바람따라 바삐 움직이는 구름의 모습 ⓒ 임재만


"내일부터 비가 많이 온다는데 어쩌지?"
"......"
"예정대로라면 이틀 더 여행을 해야 하는데..."
"아빠! 여기에 찜질방이 있던데 거기서 묶고 내일 날씨를 보고 결정해요."
"그래, 좋은 생각이다."
"근데, 비구름이 우리만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그러게..."
"너 엄마 보고 싶지 않니?"
"조금..."
"너 많이 컸다. 너무 빨리 자라면 안 되는데..."
"훨~"

여행코스 : 정선 아우라지 - 구절리 - 오장폭포- 강릉왕산면 - 대관령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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