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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하는 당신 말에선 어떤 향기가 나나요?

[아가와 책 104] 이재준의 <아이 사랑 표현 사전>

등록|2008.08.09 18:51 수정|2008.08.09 18:52

▲ 책 <아이 사랑 표현 사전> ⓒ 리더북스


“아이에게 부모의 말은 첫 번째 향기이자 당신에 대한 마지막 기억입니다!”


책의 속표지에 적힌 이 한 문장은 날카롭게 내 마음을 찔렀다. 몇 해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나며 엄마가 남긴 이런저런 말들이 내 가슴에 마지막으로 남아 늘 기억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들도 우리 아이의 가슴에 이렇게 남겠지?’ 하고 생각하면 아이한테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극명한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다시 한 번 그런 짓 하면 그냥 안 둔다.”(위협하는 말)
“엄마는 화내고 싶어서 화내는 줄 아니.”(변명하는 말)
“동생한테 창피하지도 않니?”(비교하는 말)

나를 포함한 주변의 엄마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런 말들은 아이에게 큰 상처를 주고 성장에 방해되는 여러 요인을 포함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의 행동이 못마땅하여 자주 혼을 내게 되는 것도 엄마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는 인색하고 꾸중과 혼내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아이는 쉽게 주눅이 든다. 우리 아이가 정말 성공한 사람이 되고 행복하길 바란다면 이제 혼내기를 멈추고 적극적인 사랑 표현의 방법을 모색해 보자.

책 <아이 사랑 표현 사전>은 중학생 아들과 일곱 살 딸을 둔 저자가 실제 자녀 교육을 하면서 얻은 지혜를 모은 것이다. 저자는 교육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의 홍보실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 교육만큼은 제대로 해 보겠다고 뛰어다닌다.

온갖 소문난 부모들과 교육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 보지만 결론은 단 하나다. 아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최고의 축복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만 깨달으면 끊임없이 사랑하고 칭찬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희생과 용기, 참을성과 배려를 배워가는 부모 역할을 하다 보면 아이는 저절로 자란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 밥을 먹은 후에 필수적인 코스로 차와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다고 한다. 가족들이 함께 먹을 후식 메뉴를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것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도넛 등인데, 그 유명한 던킨 도넛, 허쉬 초콜릿, 하겐다즈,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의 창업자가 모두 유대인이다.

유대인 부모는 이러한 디저트에 잊지 않는 것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아이를 위해 웃음과 칭찬과 격려의 양념을 치는 일이다. 사랑은 최고의 양념이다. 식사 시간에 엄하게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는 우리의 훈육 방법과는 사뭇 다르다. 옛날에는 대가족이라 엄격한 예절 교육이 필요했지만, 지금 같은 두 자녀 한 자녀 가정에선 식사시간에 이렇게 사랑을 듬뿍 주는 풍토도 괜찮을 것이다.

책의 맨 첫 장에서 저자가 권하는 교육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에게 더 나은 인생을 선물하고 싶다면 부모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라고 못을 박아 두었는데 그 내용이 의미가 있다.

“아이를 단숨에 바꾸겠다는 생각부터 버리자; 아이는 부모 자신이 바뀌기 전에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아이의 눈을 보고 활짝 웃어 주자; 아이는 부모의 눈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세상을 살아간다.
아이와 공감하는 대화를 많이 하자; 열 마디의 말 중 여덟 마디는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말을 하자. 그리고 나머지 두 마디로 꼭 전하고 싶은 가치를 이야기하면 아이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말은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어려운 내용이다. 주변의 엄마들을 보면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잔뜩 인상을 쓰고 있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대하는 경우가 많다. 웃는 얼굴의 엄마 모습을 많이 본 아이가 웃음도 더 많고 사회성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은 엄마가 믿는 만큼,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만큼 더 크게 자란다고 생각된다. 우리 아이는 네 살이 되면서 엉뚱한 행동도 많이 하고 가끔 말을 안 들으며 미운 짓도 하는 등 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엄마인 나는 온순했던 과거의 딸을 생각하며 혼도 내고 실망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아이와 공감하는 대화를 많이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의 말처럼 열 마디 말 중에 여덟 마디의 공감과 이해를 충분히 주고, 두 마디의 교육을 덧붙였더라면 아이는 더욱더 엄마와 교감하는 모습으로 자랐을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꼭 기억하며 실천하고 싶은 이야기다.

책에는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들이 많다. 식당에 갔는데 아이가 정신없이 뛰어다닌다면 “제발 얌전히 좀 앉아 있어 줄래?”하며 간청하지 말고 “엄마는 네가 식탁 사이를 뛰어다니지 않으면 좋겠다. 넘어지면 위험하고 다른 사람이 식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겠니?”하며 단호하게 말하는 게 좋다.

저자는 자애로운 부모가 되려면 단호하면서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를 훈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호하면서도 애정 어린 마음이라니, 이대로 실천하는 부모 되기 또한 어렵고 힘든 길임이 분명하다.

오늘도 감정적인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그 노력만으로도 부모의 길은 대단하며 칭찬받을 만하지 않은가! 아이와 나 자신, 그리고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사랑과 칭찬의 메시지를 서로 듬뿍 전하는 그런 모습을 산다면 그 가정은 세상의 어떤 디저트보다도 달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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