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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한자말 덜기 (45) 선택

[우리 말에 마음쓰기 399] ‘왼오른’을 버리고 ‘좌우’만 찾는 한국사람

등록|2008.08.10 12:39 수정|2008.08.10 12:39

ㄱ. 선택

.. 그런 경우에도 실은 그 말 선택이 썩 간단치가 않다 ..  《이청준-야윈 젖가슴》(마음산책,2001) 135쪽

 ‘그런 경우(境遇)에도’는 ‘그런 때에도’로 다듬고, ‘실(實)은’은 ‘알고 보면’으로 다듬으며, ‘간단(簡單)치가’는 ‘쉽지가’나 ‘수월하지가’로 다듬습니다.

 ┌ 선택(選擇) :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   - 선택 기준 / 선택 사항 / 다양한 상품 개발은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
 │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단어의 선택이 필요하다
 │
 ├ 선택이 썩 간단치가 않다
 │→ 고르기가 썩 쉽지 않다
 │→ 고르기가 썩 어렵다
 └ …

 어떤 말을 골라서 쓰느냐에 따라서 자기 생각을 좀더 잘 나타내느냐 못 나타내느냐가 갈립니다. 잘 고르는 만큼 자기 생각을 더 잘 나타낼 수 있습니다. 못 고르는 만큼 자기 생각을 두루뭉술하거나 흐리멍텅하게 나뒹굴도록 할 수 있어요.

 ┌ 고르기 / 고름
 ├ 추리기 / 추림
 ├ 간추리기 / 간추림
 ├ 가리기 / 가림
 ├ 뽑기 / 뽑음
 ├ 솎기 / 솎음
 ├ 가려뽑기 / 가려뽑음
 └ …

 찬찬히 헤아린다면, 누구나 ‘고르다-추리다-가리다-뽑다-가려뽑다’가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다 다른 쓰임새에 따라서 다 다른 자리에 알맞게 넣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찬찬히 헤아리지 않으면, 가만히 돌아보지 않으면, 얼렁뚱땅 대충대충 말하거나 글쓰겠다는 마음이라면, ‘고르다’도 ‘추리다’도 ‘가리다’도 ‘뽑다’도 잊습니다. 오로지 ‘選擇’ 하나만 하고, 때때로 ‘choice’를 합니다.

 ┌ 선택 기준 → 고르는 잣대 / 고르는 눈
 ├ 선택 사항 → 고르는 사항 / 고를 것
 ├ 선택의 폭을 넓혀 → 고를 테두리를 넓혀 / 널리 골라 보게
 └ 알맞은 단어의 선택 → 알맞는 낱말 고르기

 즐겁게 살고 싶으면 즐겁게 할 일을 찾기 마련이고, 아름답게 살고 싶으면 아름답게 할 일을 찾기 마련입니다. 올바르게 살고 싶으면 올바르게 할 일을 찾기 마련이면서, 자기 생각과 마음과 매무새를 올바르게 추스릅니다. 생각과 마음과 매무새를 올바르게 추스르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과 쓰는 글도 올바르게 되도록 가다듬습니다.

 입으로만 가다듬는 사람은 껍데기입니다. 말로만 추스르는 사람은 속 빈 강정입니다. 시늉으로만 갈고닦는 사람은 빈 수레입니다. 말도 말입니다만, 삶부터 바르게 설 때라야만 말이 바르게 섭니다.


ㄴ. 좌우

.. 건물 중심부에서 하늘로 뻗어 있는 굴뚝은 새의 가느다란 목처럼 보였고, 그 좌우에 있는 구조물은 양쪽 날개처럼 보였다 ..  《히로세 다카시/육후연 옮김-체르노빌의 아이들》(프로메테우스출판사,2006) 10쪽

 “건물 중심부(中心部)”는 “건물 가운데”로, “양(兩)쪽 날개처럼”은 “두 날개처럼”으로 손질합니다. “새의 가느다란 목처럼”은 “가느다란 새 목”으로 손봅니다.

 ┌ 좌우(左右)
 │  (1) 왼쪽과 오른쪽을 아울러 이르는 말
 │   - 좌우 날개 / 좌우로 갈라지다 / 파도에 여객선이 좌우로 흔들린다
 │  (2) 옆이나 곁 또는 주변
 │   - 좌우로 둘러싸이다 / 두리번두리번 좌우를 살펴보다
 │  (3) 주위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
 │   - 좌우 측근 / 좌우를 물리치다
 │  (4) 좌익과 우익을 아울러 이르는 말
 │   - 좌우 대립의 양상 / 학원 사태는 좌우 학생 간의 갈등을 가져왔다
 │  (5) 어떤 일에 영향을 주어 지배함
 │   - 미래를 좌우하다 / 성패를 좌우하다
 │  (6) 편지 글에서, ‘어르신네’의 뜻으로 어른의 이름 뒤에 쓰는 말
 ├ 좌우(座右) : 앉은 자리의 오른쪽. 또는 그 옆
 │
 ├ 그 좌우에 있는
 │→ 그 옆에 있는
 │→ 그 둘레에 있는
 │→ 그 왼쪽 오른쪽에 있는
 └ …

 ‘좌우’라는 한자말은 아예 안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자주 쓰일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 (1)에서는, “두 날개”, “둘로 갈라지다”, “믈결에 배가 기우뚱기우뚱 흔들린다”로 다듬어 줍니다. (2)에서는 “꼼짝없이 둘러싸이다/왼쪽 오른쪽 모두 둘러싸이다”, “두리번두리번 둘레를 살펴보다”로 다듬습니다. (3)에서는 “두 측근”, “왼팔 오른팔 모두 물리치다”로 다듬어 봅니다. (4)은 그대로 두어야겠다고 느낍니다만, “두 편이 맞서는 모습”, “두 갈래 학생이 부딪히게 했다”로 다듬어도 됩니다. (5)은 ‘움직이다-영향 끼치다’를 넣어서 다듬을 수 있고, (6)은 글쎄, 이런 말을 쓰나요? 국어사전에 실어 놓기는 한 풀이입니다만, 도무지 언제 적 말풀이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두 번째 ‘좌우’인 ‘座右’는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나, 이런 말을 쓴다고 해도 알아먹을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원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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