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논의했다"... 5일째 수정되지 않은 백악관 홈피
한미정상 기자회견 당시 이 대통령 발언 오역... '내부 기술적 문제'로 수정 안돼?
▲ ⓒ 백악관
지난 6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우리말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백악관 홈페이지 녹취록에는 "논의했다"고 영어로 번역되어 실린 것이 만 5일이 지나도록 수정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11일 오전 "백악관 쪽은 녹취록이 잘못 나간 것을 알고 있다"고 거듭 설명하면서 "녹취록을 수정하는 데 있어 내부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 정치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취록의 'did discuss'를 'didn't discuss'로 알파벳 두 자만 추가하면 되는데 무슨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이렇게 문구 수정이 늦어지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의 영문은 한국시각으로 11일 오전 10시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녹취록이다. (바로 가기)
▲ 백악관 녹취록11일 오전 10시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한미정상회담 녹취록.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논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논의했다"고 답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 김태경
이명박 대통령 "…그렇게 하고, 아프가니스탄 뭐 파견 문제, 이것은 부시 대통령이 답변을 해야 되잖아요? 내가 할 것이 아니고. 그러나 그런 논의는 없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을 드립니다." (As for Afghanistan and sending Korean troops, I think, again, President Bush should be able to answer that. But I can tell you that we did discuss this issue.)
부시 대통령 "우리는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대통령께 말씀드린 것은 비전투지원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 젊은 민주주의를 도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비전투지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We discussed it... And the only thing I talked to him about was non-combat help. I asked him to consider as much non-combat help as possible to help this young democracy.)
대체 무슨 기술적 문제?
청와대 측은 또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요청했다"는 7일 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대해서도 바로잡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지금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박정하 춘추관 행정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대해 "비군사적 지원 등에 관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잘못된 기사인데 일부 국내 언론이 받아썼다. 잘못된 기사에 대해 해외 홍보망을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11일 김은혜 부대변인은 "기사를 작성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특별한 팩트가 아니라 정상회담 내용을 가지고 추론해서 썼다고 말한다"며 "이는 기자의 해석에 대한 문제로 청와대에서 조치를 취하고 말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백악관 녹취록 오역이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해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이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파병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논의했다, 그러나 'non combat help'에 대해서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순간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으나 'non combat help'가 '비전투 지원'이 아니라 '비군사 지원'으로 통역되면서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본뜻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non combat help'는 비전투 지원으로 자이툰 부대와 같은 파병을 의미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부시가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녹취록에 이 대통령의 발언이 "논의했다"로 번역된 사실이 확인됐다.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백악관 홈페이지의 한 단어만 간단히 수정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무슨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일각에서는 백악관 쪽이 6일 한미정상회담 때 비전투병 파병을 양 정상이 논의했다고 간주하고, 회견의 흐름상 이 대통령의 발언을 "논의했다"로 고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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