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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대학 꼭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나?

국토해양부, 이번엔 국립대학 대상으로 가칭 인수의향서 접수

등록|2008.08.13 10:27 수정|2008.08.13 10:27

▲ 경기 의왕시에 소재한 한국철도대학 ⓒ 의왕시



국토해양부 '한국철도대학 사립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고려대 세종캠퍼스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지방 국립대학들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며 철도대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경기도와 철도대학이 자리한 의왕시는 철도대학의 지방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철도 인프라들이 집중된 철도대학 일대를 '철도특구'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자칫 중앙정부와 경기도 간 힘겨루기마저 우려되고 있다.

<대전일보>는 지난 11일자에서 "충남대는 최근 국토해양부에 한국철도대학 인수 의향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충남대 임윤수 기획처장은 11일 전화통화에서 국토해양부로부터 철도대학 인수 제안 공문을 받았으며 신청서 마감일인 지난 8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 기획처장은 "만약 철도대학을 우리 충남대가 인수할 경우 경기도 의왕시에 소재한 철도대학 캠퍼스를 이전하지 않고 충남대 의왕 캠퍼스로 운영할 계획을 인수의향서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하며 "최종 결정은 국토해양부가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충남대는 대전지역에 위치한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등 철도 유관기관들이 철도대학 인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미 지난 7일과 8일 코레일과 대전도시철도공사와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등 철도대학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 대전도시철도공사와 협약체결을 게시한 충남대학교 홈페이지 ⓒ 최병렬



국토해양부는 당초 사립대를 대상으로 철도대학 인수 추진에 나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선정하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되자 지난 7월 2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방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가칭 인수의향서를 접수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 철도정책과 김배성 사무관은 12일 전화통화에서 "형평성 차원에서 지난 7월 말 국립대학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으며 일부 대학에서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철도대 사립화의 기본방침에서 변화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무관은 "인수의향서라 하면 사립대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처럼 공식 공지를 하고 공개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며 "국립대학들이 왜 사립대학만 하고 우리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어 아이디어 접수 차원에서 실시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10여개 국립대학 가운데 5∼6개 대학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대학들이 의향서 또는 의견서를 접수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대학인 충남대가 철도대학 인수에 관심을 갖고 나선 것으로 확인되자 특구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와 의왕시는 국토해양부의 향후 조치를 예의주시하면서 당초 계획과 일정대로 철도대학 일대를 '철도특구' 추진하는 방침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철도대학 이전 막기 위해 특구지정 나선 경기도와 의왕시
철도대학의 4년제 개편 사업은 철도청이 2005년 1월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철도대학 운영주체가 국토해양부로 이관됨에 따라 환경변화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고급인력육성 필요성이 제기되며 4년제 종합대학교에 흡수시킨다는 방침으로 계획돼 추진됐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철도대학 사립화를 결정하고 공모를 추진, 2006년 12월 인수대학 공모, 2007년 3월 인수 제의서 접수에 이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를 통해 2007년 5월에 1순위로 고려대(서창캠퍼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국토해양부는 고려대, 철도대와 그동안 통합논의를 벌였으나 교직원신분, 학제개편, 통합후 학교발전 등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7월 2일 협상 종결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철도산업 및 인력의 전문화, 고급화를 위해서는 철도대학의 개편이 필요하므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발전적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반면 경기도와 의왕시는 의왕시에 위치한 한국철도대학은 자타가 공인하는 '철도 허브도시'의 중추로 현 위치에 존치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서 산.학.연 시설을 연계한 철도클러스터 조성 대안으로 '철도특구' 지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관련 경기도와 의왕시는 특구지정 타당성 용역(경기도)에 이어 특구 계획안 수립(경기도, 의왕시), 주민공람공고, 공청회(의왕시), 의회 의견 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의왕시) 등의 과정을 거쳐 지식경제부에 철도특구 지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의왕시민모임 조창연 대표는 "한국철도대학은 철도 인프라와 더불어 의왕시의 정체성과 다름없다"며 "철도대학 사립화가 봉착돼 또다시 국립화에 나선 정부가 철도대학를 꼭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왕시민들에 대한 설득부터 해보라"고 말했다.

한국철도대학 주변 20만6455㎡를 차지하는 면적에는 한국철도대학, 철도박물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성능시험연구소 등 국가기간 철도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집적화된 철도 인프라 집중육성사업과 철도메카 인프라 단지로 가능성이 매우 풍부하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도 지난 2005년 '수도권발전 종합대책'에서 철도대학과 인프라를 연계시켜 철도 산업 R&D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 발표를 통해 의왕 철도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도대학 지방이전 계획은 논란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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