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종 팀장 'KBS 사장 해임에 개탄' 보직 사퇴
"현 정부 국정철학 구현하는 사장 왔을 때 감내할 용기 없다"
▲ 11일 팀장직을 사퇴한 KBS 이장종 PD. ⓒ KBS
KBS 환경정보팀장을 맡고 있는 이장종 PD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해임에 항의하며 11일 팀장보직을 사퇴했다.
이 PD는 사퇴 이유에 대해 먼저 "공영방송 최고 책임자로서 정 사장의 리더십과 철학, 그리고 그 분의 도덕성에 대한 평소의 신뢰와 존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사장의 해임은 회사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경영의 기초단위로서 팀의 리더는 당연히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책감이 크기 때문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권력자들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했으며 사내 갈등을 타인의 문제로 눈 감았고 법의 정의를 순진하게 믿었다, 이 모든 것이 제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라고 개탄했다.
이 PD는 "팀장직을 사퇴한다는 저의 공개적 의사표현은 누구에 대한 저항도 요구사항관철을 위한 투쟁의 의미도 아니다"라며 "단지 '이 정권의 국정철학'을 잘 구현할 신임사장이 왔을 때 그것을 감내할 용기도 없고, 내 양심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 때문이다. 그 어떤 권력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내 양심의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글을 접한 KBS 조합원들은 "쉽지 않은 의견 표명"이라며 인터넷 게시판에 지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KBS PD는 "우리가 자꾸 나약해지는 것은 조그만 이익이라도 지키려고 하다 보니 불의에 눈 감는 것인데, 작은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크게 보는 것이 존경스럽다"며 "양심 있는 팀장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배의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원래 높은 자리 올라가게 되면 자연스레 시대정신을 망각하게 되는데, 이 선배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나이가 많으신데도 역사 앞에서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다는 데 대해 존경한다, 평소에도 존경해오던 선배인데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장종 PD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팀장 보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오늘 드디어 사장이 해임됐습니다. 정의와 진실은 온갖 술수와 거짓의 폭력 앞에 무너졌습니다. 그 모순을 접하며, 오늘 결심했습니다. 팀장보직을 사퇴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집니다.
첫째, 공영방송 최고 책임자로서 정 사장의 리더십과 철학, 그리고 그분의 도덕성에 대한 평소의 신뢰와 존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장의 해임은 회사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경영의 기초단위로서 팀의 리더는 당연히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책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권력자들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했으며, 사내 갈등을 타인의 문제로 눈 감았고, 법의 정의를 순진하게 믿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침묵하라, 행동하라, 그리고 말하라"
제 신념이자 좌우명입니다.
저는 행동해야 할 때 침묵했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자책으로 팀장직을 사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팀장직을 사퇴한다는 저의 공개적 의사표현은 누구에 대한 저항도, 요구사항관철을 위한 투쟁의 의미도 아닙니다. 단지 ‘이 정권의 국정철학’을 잘 구현할 신임사장이 왔을 때, 그것을 감내할 용기도 없고, 내 양심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 때문입니다. 그 어떤 권력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내 양심의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습니다.
2008. 8.11
환경정보 팀장 이 장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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