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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쓰니 아름다운 '우리 말' (52) 세굴레-삼종지도

[우리 말에 마음쓰기 401] ‘사람’과 ‘human being’

등록|2008.08.13 09:27 수정|2008.08.13 09:27
ㄱ. 사람 - human being

.. 아이들과 함께 나 또한 한 인간으로서 참되게 성장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을 ‘human being(인간이 되어감)’이라고 했던가 ..  〈인천주보〉 1967호(2008.2.10.) 3쪽

미국말을 쓰는 서양사람들은 ‘사람’을 가리켜 ‘human being’이라고도 말합니다. 보기글을 쓴 분이 묶음표에 넣었듯이, 이 낱말은 ‘사람이 되어 감’을 가리킵니다. 사람을 가리키는 낱말뜻이 ‘사람이 되어 감’이라. 그러면, 우리들은 죽는 날까지도 오롯한 ‘한 사람’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도 ‘한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일 테지요.

 ┌ human being(인간이 되어감)
 └ 사람(살다 - 살아가는 사람)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말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말 ‘사람’은 ‘살다’라는 움직씨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말 ‘사람’ 말풀이는 ‘살아가는 사람’, 미국말과 비슷한 느낌이 되는데, ‘살아가면서 자기라고 하는 목숨붙이 하나를 만들어 간다’고, ‘사는 동안 차츰차츰 자기를 가꾸며 한 목숨붙이를 이루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람 / 살다 / 삶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 삶입니다. 어떻게 자기를 가꾸며 일군 삶이냐에 따라서 한 사람 이야기를 하는 우리들입니다.

 ― 사람 / 人間

우리 말 ‘사람’을 한자말로 옮기면 ‘人間’입니다. 한자말 ‘人間’도 그 나름대로 어떤 뜻과 느낌과 생각이 담겨 있을 테지요. 미국말 ‘human being’에 ‘사람이 되어 감’을 담고 있듯이.

곰곰이 짚어 봅니다. 우리 말 ‘사람’에도 이 우리 말 나름대로 남다른 뜻과 느낌과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말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리 토박이말 ‘사람’에 어떤 뜻이 담겨 있고 어떤 삶이 배어 있고 어떤 생각이 스며 있으며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가를 돌아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또는 늘 곁에 있는 우리 말은 헤아리지 못하는 가운데, 자꾸만 바깥으로만 눈길을 돌립니다. 다른 사람 것에 마음이 끄달립니다. 자기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초라하게 느끼는 가운데 자기 것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깊이와 너비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ㄴ. 여자가 가야 할 세 가지 길

..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중기 이후 여자 아이 때부터 가르치는 여성 덕목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여자가 가야 할 세 가지 길이었어요 ..  《권인숙-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청년사,2008) 15쪽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읽히려고 쓴 글입니다. 이 아이들한테 ‘삼종지도’라는 말로 이야기를 했다면 잘 알아들었을까요, 아니면 못 알아들었을까요. 요즈음은 영어와 함께 한자도 많이 가르치고 있으니, 알아듣는 아이도 제법 있었으리라 봅니다.

 ┌ 삼종지도(三從之道) : 예전에,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를 이르던 말.
 │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을 따라야 하였다
 │
 ├ 여자가 가야 할 세 가지 길이었어요 (o)
 └ 삼종지도였어요 (x)

‘삼종지도’는 한 낱말입니다. ‘여자가 갈 세 가지 길’은 한 낱말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한 낱말로 된 ‘삼종지도’가 쓰기에 낫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낱말이 아니더라도 ‘여자가 갈 세 가지 길’로 적으면 누구나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요.

어느 쪽이 한결 알맞고 낫다고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말뜻이 또렷한 ‘여자가 갈 세 가지 길’을 단출하게 추스를 만한 낱말을 우리 나름대로 지어 볼 수 있다면 더욱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 세굴레
 └ 세길

곰곰이 살피면, ‘삼종지도’라는 낱말에는 ‘여자’를 가리키는 한자가 없습니다. ‘셋(三) + 따를(從) + -의(之) + 길(道)’처럼 적었으니 “세 가지 따르는 길”을 나타낼 뿐입니다. 그러면, 토박이말로 이런 옛말을 풀어낼 때 ‘세 가지 길’이나 ‘세길’로 적어도 괜찮아요. 또는, 여자한테만 주어진 ‘굴레와 다를 바 없는 길 세 가지’이니 ‘세굴레’로 적어도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원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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