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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왼손잡이의 날'이랍니다

등록|2008.08.13 11:30 수정|2008.08.13 11:30

▲ '오른손'과 '왼손'은 가치중립적인 단어다. 그러나 '오른손'이 '바른손'이 되는 순간 가치가 부여되고, '왼손'은 '바르지 못한 손'이 된다. ⓒ 김귀현

오늘(8월 13일)은 '왼손잡이의 날'이다. 영국 왼손잡이협회가 1992년에 처음 이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왼손잡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나는 자연스레 이 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침팬지와 같이 양 팔을 지닌 대부분의 동물들이 왼손잡이로 살아갈 확률은 반반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현재 평균적으로 10~12%만이 왼손잡이로 살고 있고, 한국에서는 그보다 낮은 5% 안팎의 왼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평균 수치도 지금에 와서 많이 높아진 것이다. 런던 대학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00년경에는 왼손잡이가 전 세계에 약 3%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편견과 억압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매우 익숙한 왼손잡이로 살고 있지만, 어릴 때 나에게 가해진 그 '억압'의 역사는 아마 평생 기억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붕대로 칭칭 동여매어졌던 나의 왼손, 친지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어른들한테 왼손을 쓰는 게 들키지 않도록 왼쪽 구석만 찾아다닌 일들, 왼손으로 과일을 깎으려고 하면 늘 위험하다며 손사래를 쳤던 어른들, 야구를 할 때 왼손 글러브가 없어서 우두커니 구경만 했던 기억들, 또 가끔은 왼손을 쓸 때 회초리로 매를 맞아야 했던 기억들 등.

그래도 어릴 적 심리적인 억압과 상처는 받았으되 울음보까지 터뜨린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때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담임선생님 주도로 학교에 탁구부가 생겼고, 나도 좋아하는 담임선생님을 따라 탁구부에 들어갔다. 라켓을 잡기 전 콜라병에 모래를 채워 넣고 스윙 연습을 여러 날 했다. 그것이 끝날 즈음 담임선생님이 내가 왼손잡이란 것을 눈치 채고 말았는데, 왼손잡이는 자기가 가르치기 힘드니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꿈에 부풀어 있던 나는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벽을 잡고 꺼이꺼이 통곡을 했다.

'오른손'과 '왼손'은 가치중립적인 단어다. 그러나 '오른손'이 '바른손'이 되는 순간 가치가 부여되고, '왼손'은 '바르지 못한 손'이 된다. 이처럼 왼쪽과 관련해 부정적 가치가 부여된 말들은 많다. 왼쪽으로 옮긴다는 뜻을 지닌 '좌천'은 한직으로 물러난다는 뜻이고, '왼고개를 젓다'는 부정 또는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내가 자랄 때는 왼손잡이를 비하하는 표현인 '짝빼기'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왼손잡이에 대한 억압과 편견이 사라진다고 해도 유전적 요인 때문에 오른손잡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다수자와 소수자로 구획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문제는 서로 다른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다수가 아닌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이다.

소수자를 다름으로 이해하지 않고 틀림이나 열등함으로 이해하는 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계속될 것이다. 왼손잡이의 날을 맞아 이 땅의 모든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 좋겠다. 그 속에 행여 편견과 억압이 있었다면, 존중과 배려로 바꾸자.
덧붙이는 글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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