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명박 대통령, 정권은 짧지만, 역사는 깁니다"

[주장] 위험스런 '4대 국정노선'을 고발한다

등록|2008.08.14 12:32 수정|2008.08.14 12:32
이달 25일이면 이명박 정부가 정식 출범한 지 6개월이 된다. 지난 6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는 참으로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출신의 정동영 후보를 5백만 표 이상의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그들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를 합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었다.

그들의 의도대로 지금 대한민국호는 잃어버린 10년 이전으로 회항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관점이라면 그들의 유일한 국정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잃어버린 10년론'은 가히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 이명박 정부는 '잊어버린 10년'을 외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 이외에는 특별한 국정 철학을 찾아보기 힘들다. ⓒ 청와대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이 국정철학이나 국정노선이 될 수는 없다. 이것은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노리는 정치적인 선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철학이나 국정노선은 무엇일까?

흔히 말하기를 이명박 정권에는 국정철학이 없다고들 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지금이나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지도자치고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 대통령은 최소한 왜 우리가 경제를 살려야 하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따라서 '경제 살리기' 역시 선동적인 구호일 따름이다.

국정철학이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사색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오로지 '잘 살아 보세' 또는 '성공하는 삶' 만을 목표로 남보다 부지런히 살면서 남을 이기며 성취해 온 인물이다. 이런 대통령한테 유용한 국정 철학을 기대하는 일은 무리가 아닐까?

국정철학이야 없다손 치더라도 국정노선이 없을 리는 없다. 이명박 정부에도 국정노선은 있다. 아니 그것은 다른 정부보다 오히려 뚜렷하다. 이 글에서는 출범 6개월 만에 완연히 실체를 드러낸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4대 국정노선'으로 요약해 본다.

공기업의 민영화... 해외 자본과 재벌만 배불린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선진화'라는 말로 바꾸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포함한 41개 공기업이 전면 민영화된다. 이 중 대부분의 기업은 국민의 편의 생활과 직결되는 공기업들이다. 여기에는 토지, 공항, 건설, 관광, 자원 등을 주무로 하는 공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기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보아야 한다. 시장은 고전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의 주장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되지는 않는다. 연암이 소설 <허생전>에서도 경고했듯이 대자본은 끊임없이 독과점과 매점매석을 노리는 법이다. '시장 자유화'라는 말은 '만인 대 만인 투쟁'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소수 강자의 논리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공기업은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물가 안정에 문외한인 이명박 정부가 이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 국민은 공기업 민영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제주 영리병원 설립이 지역 개발의 호기임에도 불구하고 거부되지 않았는가?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기업이다. 정부가 국민의 동의도 없이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가격이 최소 수조 단위인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그것이 누구의 수중으로 가겠는지를 헤아려 보자. 해외 투기 자본 아니면 국내 재벌 아니겠는가? 결국 공기업 민영화란 '전 기업의 투기화' 또는 '전 기업의 재벌화'와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방송의 국영화... 방송만 장악하면 지지율이 오를까

▲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경찰 병력이 투입된 가운데, 여경들이 항의하는 여직원들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정부는 전 방송을 국영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공언한 'KBS는 정부산하기관'이라는 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끝내 이 말을 취소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때 공모에 의해 선출된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국가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한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일이다. 여기에는 감사원과 검찰, 국세청과 방통위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동원되었다. 또한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린 MBC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 YTN 구본홍 사장 등의 낙하산 인사들에서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방송 장악은 편집증적인 집요함을 보여 주었다.  

공영방송에 가해지는 공권력의 탄압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 기관들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방송만 장악하면 지지율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보는 시각 역시 참으로 근시안적이다. 5공 시절 모든 방송이 권력의 주구였지만 전두환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얼마나 낮은 수준이었는지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외교의 미국화... 실질적인 균형 외교가 없다


'우리나라가 미국정부와 혈맹이 된 것은 60년이 된다. 6·25전쟁 때 우리를 다시 살려준 그 은혜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이명박 정부의 대미관은 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정부에는 외교정책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지 회의가 들 정도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 국가 정상간 협약인 6· 15 와 10· 4 는 무시하면서, 장관급인 통상본부장이 맺은 미 쇠고기협상은 금과옥조처럼 받들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일본 도야코 윈저호텔에서 열린 G-8 확대정상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이 대통령은 미국이 독도 표기를 분쟁지역으로 했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그것을 독도로 되돌리자 한껏 감사를 표시했다. 외교란 '소리 없는 전쟁'이거나 '소리 없는 비즈니스'라고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미국이 뭐가 그리 감사하다는 것인지? 게다가 청와대 대변인은 독도 표기가 바뀐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시와 면담하려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부시를 세 번씩이나 만났다.

놀랍게도 이 대통령은 부시를 만날 때마다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부시의 골프카를 운전해 주기도 하고 부시의 허리를 감싸 안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언젠가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위험한 쇠고기를 수출하겠는가?"라고 말했는데, 이로 보아 이 대통령의 미국 신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금강산 피격사건 같은 민족 문제도 북한과 직접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미국이 한 마디 해 주기만을 고대했던 것 같다. 이러니 중국이 한 "한미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라는 말도 지나친 표현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는 지나치게 한미동맹론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실질적 균형외교가 이루어지도록 4강 외교의 틀을 잡아야 한다. 자고로 지나친 사대외교는 당장의 비용은 줄일 수 있을지언정 역사적으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자초했다. 조선의 명에 대한 지나친 사대가 병자호란을 불러일으켰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사유화... 코드인사를 넘어선 정실인사

최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 차관은 언론사의 미 특파원 시절 이 대통령을 만나 친분을 쌓은 사이다. 이 대통령은 장관은 물론 비서관까지 직접 면담하여 선발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제 한국 사회의 중요 관직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고소영'은 더 이상 유명 배우의 이름이 아니다. 주지하듯이 이것은 이 대통령의 학연(고대)과 교연(소망교회)과 지연(영남)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서울시청(S라인)이라는 '관연'도 있다.

이 대통령의 실패 인사 중 최악으로 평가되는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서울시와 소망교회 라인이었으며 최근 다시 기용될 예정인 곽승준 전 수석 등은 고려대 인맥이다. 무엇보다도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민정수석 등의 5대 사정기관장은 하나 같이 영남 출신이다.

최근에는 각종 공공기관장에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임동오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호남지역 교수 단체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고려대 교수 출신이며, 이 대통령 서울시장 재직시 '청계천복원시민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이명박 대선캠프 출신이며, 강경호 코레일 사장은 이 대통령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시 메트로 사장이었다. 전언대 코스콤 사장은 이명박 후보 자문 교수진이었고, 정국록 국제방송교류재단 사장은 대선캠프 특보였다. 그리고 박대원 한국국제협력재단 총재는 서울시 국제관련 자문을 맡았고, 이명박 대통령 고향 후배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열거하기에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지난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 인사라는 말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실 일정한 국정노선을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일정한 정도의 코드 인사는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는 코드인사가 아니라 아예 정실인사에 불과하다. 이것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의도가 없이는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4대 국정노선,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명박 정권의 4대 국정노선, 즉 공기업의 민영화, 방송의 국영화, 외교의 미국화, 권력의 사유화는 우리 국민과 이 나라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제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으니 앞으로 4년 반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정권은 짧지만 역사는 길다'라는 말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김갑수 기자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이며 최근 장편소설 <오백년 동안의 표류>를 출간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