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못 채울까 걱정 커요"

[인터뷰] 광주불교환경연대 대표 법일 스님

등록|2008.08.14 10:01 수정|2008.08.14 10:01

▲ 광주불교환경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법일 스님. ⓒ 이주빈



법일 스님은 늘 바쁘다. 전남 완도에 있는 신흥사 주지를 맡고 있지만 장성 백양사 부주지도 겸하고 있어서 완도-장성을 오가는 일이 많다. 특히 지난 4월엔 광주불교환경연대 대표까지 맡아 일이 더 많아졌다.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수경 스님)의 첫 지역조직인 만큼 안팎의 기대도 크다.

그잖아도 바쁜 스님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섬마을 아이들과 서울 구경을 다녀왔다. 올해로 9년째 운영중인 '장보고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서울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9년 전에 신흥사 주지로 처음 왔는데 젊은 신도들이 하나둘 완도를 떠나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들 살기는 괜찮은데 아이들 교육 때문에 힘들어요' 하는 겁니다. 결국 지역의 문제는 핵심이 교육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때부터 완도 본섬은 물론 청산도·노화도·보길도 섬마을 초등학생들을 위해 '장보고 아카데미'를 열게 됐습니다."

9년째 섬마을 어린이 '방학 친구' 하는 법일 스님

'장보고 아카데미'는 완도 신흥사가 해마다 여는 섬마을 아이들을 위한 '방학 학교'인 셈이다. 초창기엔 한자 공부와 지역문화 답사, 도자기 만들기 체험 등을 주로 했다고. 그러다 작년부턴 섬마을 아이들에게 도시 구경을 시켜주는 것도 큰 교육이겠다 싶어 '섬 어린이 도시 원정기'를 시작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서울은 많고 많은 도시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눈만 뜨면 바다와 벗을 하고 지내는 섬마을 아이들에게 서울은 '전혀 다른 세상'이지요. 섬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갈 곳이 없어요. 도시구경 가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탐험이고 좋은 교육이 되는 것이죠."

그렇게 30명의 섬마을 어린이들은 법일 스님과 함께 서울의 야구장과 국회의사당 등을 둘러보았다. 문화관광부와 완도군의 도움이 컸다.

"장보고 아카데미를 지속하는 별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방학에 갈 데 없는 섬마을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법도 배우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등 힘든 것도 참는 법도 배워서 나중에 더 힘들었을 때 잘 이겨낼 줄 아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죠."

스님의 바람은 소박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줄 꿈은 결코 소박하지 않음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마치 찰나처럼 짧았던 '낙도 어린이 초청 서울구경'이 외딴 섬 소년이었던 내게 얼마나 아름다운 꿈의 설렘을 줬던가.  

▲ 법일 스님과 전남 완도 섬마을 어린이들이 서울 구경을 갔다. 국회의사당 앞에선 기념사진을 찍은 법일 스님과 완도 '장보고 아카데미' 어린이들. ⓒ '장보고 아카데미' 제공



"이명박 대통령은 오만을 버려야 해요"

스님을 찾는 이들은 비단 섬마을 아이들뿐만 아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생태와 환경을 염려하는 이들은 지난 4월 광주불교환경연대를 만들어 법일 스님께 대표를 맡겼다. 이렇듯 속세를 떠난 스님이지만 법일 스님은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대불련 활동을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한반도대운하 문제 등이 터지면서 '지금 불교가 할 일이 뭐냐' 고민하면서 광주불교환경연대가 태동했지요. 저는 그 친구들이 다 만들어놓은 거에 조금이라도 내 쓸모가 있겠다 싶어 함께 하고 있을 뿐입니다."

광주불교환경연대는 생태교육, 사찰 생태기행, 환경아카데미, 빈그릇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빠르고 격한 구호로 하는 운동이라기보다는 느리게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부처의 가르침은 이 세상을 너와 나, 인간과 자연이 구분하지 않아요. 상호보완적이라고 보죠. 나와 환경은 둘이 아니다, 환경이 파멸되면 나도 살 수 없다고 이해하는 겁니다. 그래서 인권은 곧 환경이고 생태인 것입니다. 다 같은 것이죠."

이명박 정부 들어서 종교적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에 이어 언론장악 파동까지 사회적 갈등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어떤 이의 말처럼 "가만있고 싶어도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자극하는" 수상한 정국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이 정부가 과연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염려가 커요. 우리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자유와 민주주의를 경험했어요. 그걸 짓누르면 아무리 못난 국민이라고 가만히 있겠어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기독교식 어법으로 '섬긴다'고 했는데 오히려 국민들을 깔보고 있어요. 오만을 버려야 해요. 국민을 진정으로 섬겨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이 자기성찰과 고민을 해야 합니다."

법일 스님은 광주불교환경연대가 '장보고 아카데미'처럼 지역과 함께 하는 운동을 하는 조직이기를 바랐다. '빈그릇 운동 강의'와 '쌀 모으기 운동'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이 운동하면 크게 생각하는데 생활 속에서 함께 공감해서 하면 더 좋겠지요. 불교에선 방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를 줄이고 세제를 줄이는 것도 방생입니다. 많은 고기를 뿌리는 것보다 생활에서 뭇 생명과 함께 살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쌀모으기를 하는 것은 광주에도 단체들이 많은데 활동가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하고 있거든요. 그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위해 젊음을 다 보냈는데 우리 사회는 책임도 못 져주고 있습니다. 해서 우리라도 보시하는 마음으로 능력껏 쌀을 모아서 그분들과 나눌 생각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법일 스님이 앞으로 이어갈 세상과의 대화가 더욱 궁금해진다. 

▲ 늘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법일 스님. ⓒ 이주빈

덧붙이는 글 * 광주불교환경연대가 주최하는 2차 사찰생태기행이 오는 17일 전남 장성 백양사와 축령산 일대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문의전화 062-223-3623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