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기다리며 '열사' 상받았지만 "살고 싶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기륭투쟁 전면승리 결의대회' 열어
▲ 서울 여의도동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륭투쟁 전면승리 비정규악법 전면개정 촉구 서울지역 결의대회'가 열렸다. ⓒ 장일호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 64일째인 13일,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앉았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여의도동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금속노조 서울지부 주최로 '기륭투쟁 전면승리 비정규악법 전면개정 촉구 서울지역 결의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말 그만 하고 책임을 져라"
금속노조·공공노조·진보신당 당원 등 모인 사람들은 '국회는 기륭문제 즉각 해결하라', '64일째 목숨 걸고 단식하는데 한나라당은 뭐 하나' '죽기를 각오했다 반드시 승리한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기륭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재영 민주노총 서울지역 본부장은 "함께 투쟁하지 못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며 "오늘 밤이 될지 내일 밤이 될지 목숨을 장담 못하는 현실에 놓인 기륭전자 노동자에게 민주노총이 뜨거운 마음으로 연대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책임을 촉구하며 "말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책임을 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정규직을 다시 비정규직이 되게 하지 말고 정규직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기륭전자 이미영 조합원은 어제 사측과의 교섭 결렬을 설명하며 "기륭전자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도 확인했는데 정규직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1년 뒤 정규직도 보장할 수 없으며 2차 하청으로의 취업만 가능하다고 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어 "64일째 단식하는 동지들은 오늘 밤, 아니 매 순간순간이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며 "그 어떤 것도 사람 목숨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또 "사측과의 교섭 결과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는 발언 도중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정미 열사 상패 받은 기륭전자 노동자들
▲ 발언 도중 끝내 눈물을 보이는 이미영 조합원 ⓒ 장일호
이정미 열사정신사업계승회의 최윤경 집행위원장은 "지치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는 기륭동지들에게 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상을 수여한 박행란 조합원은 "소금과 효소도 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열사의 상을 받았다는 것이 기분이 묘하다"고 말하며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터로 돌아가는 삶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정미 열사정신사업계승회로부터 상패와 위로금을 전달받고 있는 기륭전자 박행란 조합원. ⓒ 장일호
이날 결의대회에는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남측본부(범청학련) 학생들과 알리안츠 노동조합 율동패 '알리새'도 함께 했다. 또 노동가수 박준씨는 노래로 흥을 돋웠다.
이어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내놓은 중재안을 갖고 교섭에 임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한나라당 건물에는 '국민과 함께 한 걸음 더 큰 걸음 어울림 2008'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64일째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노동자의 손도 잡고 한 걸음 걸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나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한 노동자의 말 울림이 깊다.
덧붙이는 글
장일호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