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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신'을 어떻게 몰아내나?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에서 펴낸 <제국의 신>을 읽고서

등록|2008.08.14 19:08 수정|2008.08.14 19:08

책 겉그림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편저 〈제국의 신〉 ⓒ 동연


기독교는 이제 제국의 신으로 등장했다. 그 옛날 이집트와 바벨론이 자국의 신을 앞세워 제국으로 우뚝 섰듯이, 로마에 이어 미국이 하나님을 앞세워 전 세계 경제와 정치를 주무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그 모습을 뒤따르기에 바쁘다.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에서 펴낸 <제국의 신>(동연·2008)이 그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제국의 신과 미 제국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제국의 신과 민중의 신은 어떻게 대립되는지, 제국의 신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운동이 무엇인지 각각 밝혀주고 있다.

사실 기독교는 로마의 공인 전까지 팔레스타인의 작은 종교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콘스탄티누스의 공인 후에는 정치권력과 공조하여 제국의 신으로 등장하였다. 15세기 콜럼버스의 미 대륙 점령의 깃발도 원주민들과 이교도들의 학살로 얻은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맘몬(Mammon, 신약성경에서 물질적 부유함이나 욕심을 뜻함)으로 전 세계에 높이 세워져 있다.

"기독교는 더 이상 광야에서 자기를 계시하던 야훼 하나님의 종교가 아니라 궁정이나 거대한 성당에서 자기의 거치를 두고 있는 신의 종교가 되었다. 기독교는 더 이상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노예들을 해방하는 하나님의 종교가 아니라, 노예들을 두고 부와 영예를 누리는 억압자들과 지배자들의 종교가 되었다."(18쪽)

'제국의 신'이 우리나라에 몰아붙인 영향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보수주의 기독교계에서는 그것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버팀목으로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FTA나 미국산 소 수입정책 등의 지지에서 곧잘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해외선교정책에서도 미제국주의 선교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에서 온 선교사들은 기독교를 전파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온 것이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면서 한국교회의 돈 자랑이나 하러 온 것 같다'라는 것이었다."(275쪽)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80대 20의 사회'를 넘어 '90대 10의 사회'로 양극화가 극화되고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을 앓고 있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의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쟁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이 조직적인 사유화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있다.

과연 제국주의 신을 어떻게 몰아낼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그 대안을 찾고 있다. 예수는 하나님과 물질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하나님과 제국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논리이다.

그렇기에 제국의 신이 온 나라의 진리와 평화를 짓밟고 착취한다면 결코 침묵하고 복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권력에 의해 빼앗긴 하나님 나라의 것을 되찾아야만 한다고 소리친다. 그것은 내세적이고 신비적인 운동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로마의 지배 권력자를 심판하듯이 제국의 체제를 위협하며 맞서고 쟁취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보아야만 한다. 예수는 결코 로마 제국의 황제 가이사를 신으로 섬기지 않았다는 분명한 사실을! 약소국가와 약자를 억압하는 불의한 제국의 법질서를 추종하지 않았으며, 제국에 빌붙어서 동족을 멸시하고 억압한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지도, 값싼 축복을 빌어주지도 않았다는 것을!"(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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