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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추리소설이란 바로 이런 것!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

등록|2008.08.15 12:00 수정|2008.08.15 12:00

▲ <인사이트 밀> 겉표지 ⓒ 학산문화사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던 사람들은 어느 정보를 보고 깜짝 놀란다. 시급이 11만 2000엔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누가 장난 친 거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오타가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응모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차를 사고 싶어 하던 ‘유키’도 그랬다. ‘설마?’하는 생각에 응모했는데 덜컥 연락을 받게 된다.

도대체 무슨 아르바이트기에 그런 것일까? 유키는 그것을 물어보지만 ‘업체’는 알려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연령과 성별 불문. 일주일 기간의 단기 아르바이트. 어느 인문과학적 실험의 피해자. 하루의 구속 시간은 24시간. 인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4시간 피험자를 관찰한다”는 정보뿐이다. 뭔가 불길하다. 그럼에도 유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떠난다. 그곳에는 유키처럼 의아해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온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혼자 관찰당하는 실험은 아닌 셈이다.

마침내 아르바이트가 시작된다. ‘암귀관’이라고 불리는, 어느 이상한 구조물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유키를 포함한 그들은 모두 개인실을 배당받는다. 문이 잠기지 않는 이상한 곳이었다. 유키는 모든 것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일주일 동안만 버티면 되니 뭐 문제 있을까 싶다. 푹 잘 생각까지 하는데 베갯머리에서 엉뚱한 것을 발견한다. ‘무기’다. 누군가의 악취미인 것일까? 다음날, 다른 방에는 다른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도 악취미 정도로 생각하게 될까?

암귀관에는 감옥이라는 것도 있을 뿐 아니라 10개의 관이 있는 방도 있다. 유키를 포함한 그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애써 무시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길하다. 특히 문어디선가 흘러 나오는 이상한 목소리가 그것을 가중시킨다.

“다른 사람을 살해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살해되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할 사람을 도왔을 경우, 여러분은 보다 많은 보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사람을 살해하고 그 사실을 지적당해 그 지적이 다수결에 의해 올바른 것으로 판정되었을 경우에는 ‘감옥’에 보내지게 됩니다.”

무슨 뜻일까? 마음만 먹으면 10억 엔까지 벌 수 있다는 소리다. 여러 명을 죽이면 그런 계산이 나온다. 이것도 악취미일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체가 발견된다. 누군가 더 많은 보너스를 받게 됐다는 말이고 이때부터 암귀관에는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게 된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은 본격 추리소설의 고전적인 플롯, 즉 폐쇄된 공간에서 한 명씩 죽어나간다는 줄거리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진부한 것 같은가? 너무 많은 소설이 그것을 밑바탕으로 삼았기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암귀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보너스의 계산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을 많이 죽이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각자에게 무기가 있으니 모두 죽이면 될 것 같지만 불가능하다. 누군가를 죽인 것이 발각되면, 혹은 용의자로 지목되어 ‘감옥’에 보내지면 돈이 삭감된다. 돈 때문에 생판 모르는 사람을 죽이기에는 완전범죄를 만들 정도의 치밀함이 요구된다. 이것이 어렵다면 안 죽이고 시간을 버티면 될 일이다. 그러면 기본금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될까? 문이 잠기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을 아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더욱이 ‘범인을 잡으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뭔가 심상치 않게 만든다. 가령 누군가를 죽인 뒤에 다른 사람에게 그 누명을 씌워 그것을 폭로한다면? 곱절의 돈을 벌 수 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면 어떨까? 범인을 찾는 행위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이렇듯 <인사이트 밀>은 장면 장면마다 다양하게 ‘해석’하게 만드는 요소를 두루 갖춰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 고전적인 것을 감각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기에 ‘재밌는’ 추리소설의 미덕을 지니게 된 것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은 어떤가? 올해 소개된 추리소설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래저래 재밌는 추리소설의 미덕의 두루 갖춘 셈이니 늦여름을 즐겁게 보내는 파트너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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