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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부르짖는 조중동

'건국 신화'로 격상된 정부수립 60주년, 건국절 논란은 '옹졸한 일'로 치부

등록|2008.08.15 14:11 수정|2008.08.15 14:11
"국민의 태반이 이 위대한 나라의 탄생일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 <조선일보>
"광복 63년, 건국 60년이 되는 아침이다. 그 역사적 비중 앞에서 광복절이 맞니, 건국절이 맞니 하는 다툼은 옹졸하다." - <중앙일보>
"우리는 남쪽에서만이라도 유엔 감독 하에 총선을 치르고 정부를 수립해 자유민주주의 씨앗을 뿌린 건국 주역들의 공로를 인정해야만 한다." - <동아일보>

올해 8·15를 맞아 조중동은 사설을 통해 '건국 60년'을 '경축'했다. 이들 앞에서 '건국절'을 둘러싼 사회의 논란은 '무의미한 일'이거나 '옹졸한 일'이 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 등 보수세력이 내놓은 '건국 담론'은 '당연한 일'이요, '객관적 사실'이었다.

<조선>,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 조선일보 사설 '광복과 건국의 의미를 같이 새기고 함께 음미해야'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광복과 건국의 의미를 같이 새기고 함께 음미해야'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광복절인 8월 15일을 건국일로 택했던 것은 우리에게는 '광복'이 곧 '건국'이고, '건국'이 곧 '광복'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광복이 먼저냐, 건국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는 "3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건국일을 아는 사람은 전체의 5.1%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건국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학계·정계·언론계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뜻을 집요하게 훼손해온 데 따른 것이다"며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이런 '대한민국 짓밟기'를 바로잡자는 움직임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건국 60주년'에 대한 <조선일보>의 감정은 대한민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 앞에서 더욱 격해진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세워진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것이 세계 대부분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발전론 교과서에 실려 있는 대한민국 건국 신화"라며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신화'로 격상시켰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 대한민국 건국 신화와 북한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 선택이 얼마나 옳았던 것인지를 새삼 절감한다. 그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 단독 정부 수립을 단행한 이들에게 '공경'을 나타냈다. 

<조선일보>는 마지막으로 "그러나 국민의 태반이 이 위대한 나라의 탄생일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후세들에게 대한민국을 비방하고 역사를 거꾸로 뒤집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고 엉뚱하게도 본고장에서 다 망해버린 좌파의 이념이 방방곡곡의 서점을 뒤덮고 있다"며 "우리가 오늘 민족 광복과 함께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동시에 새기고 음미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동아>, "자유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건국 주역들의 공로 인정해야"

▲ 동아일보 사설 '정부수립 60년, 광복 63년 대한민국의 길' ⓒ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사설 전체를 '건국 60주년'에 할애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정부수립 60년, 광복 63년 대한민국의 길'을 통해 "오늘날 정부수립을 광복과 떼어놓고 보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나, 이는 명실상부한 주권재민의 현대국가를 처음 갖게 됐다는 점에서 정부수립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자는 뜻일 뿐"이라며 "양자를 결코 나눠서 볼 필요가 없다. 그런 시도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계속성에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동아일보>는 "한국민주당(한민당)이 공산세력에 정면으로 대항해 정부수립의 기반을 닦는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은 이들의 피와 땀 위에서 세워진 것"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단정론자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동아일보>는 "건국 주역들의 선택이 옳았음은 오늘의 북한이 여실히 보여준다"며 "북한도 다음 달 9일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을 맞지만 주민은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인권은 세계 최악의 상태로 떨어져 있다, 당시 우리가 북한과 같은 길을 갔다면 어떻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8·15를 맞아 현 사회에 대한 '충고'와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성적 논의와 적법 절차보다는 '떼법'으로 집단이기주의를 관철시키려는 풍조가 팽배하다, 법의식과 사회계약의 미비로 시위문화는 20년 전에서 거의 개선된 것이 없음이 광우병 파동을 통해 드러났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동아일보>는 "우리가 세계사의 대세에 역류하는 세력에 뒷다리를 잡혀 있노라면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무대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며 "광복 63년, 정부수립 60년을 맞아 각계 지도층과 국민 모두가 건국이념을 마음의 좌표로 삼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중앙>, "단순한 '정부수립의 날'이 아니다, 건국이라 불러 마땅하다"

<중앙일보>는 사설 '건국 60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통해 "단순한 '정부수립의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훌륭한 나라를 일으킨 날이라는 자긍심에서 건국이라 불러 마땅하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다는 성공신화는 과장된 수사나 정파적 레토릭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물론 그 과정에서 힘든 고비도 많았고 어두운 흔적도 적지 않다, (중략) 그렇지만 우리는 60년 전 건국의 정신이 옳았고, 곡절에도 불구하고 근대화에 성공했다"며 "이제 대한민국의 60년을 신식민지와 분단, 독재와 종속과 같은 부정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자학적 역사관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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