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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장난이 아니야

17일 용인시 축구센터서 '이주노동자 메르데카컵' 열려

등록|2008.08.18 18:10 수정|2008.08.19 14:36

▲ 대회 식전 행사에 모인 서포터즈 모습 ⓒ 용인이주노동자쉼터


17일(일),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간부터 하나 둘 버스들이 도착했다. 장소는 국내최고 유소년 축구사관학교를 추구하는 용인시축구센터. 1200명이 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전국 각처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용인시축구센터에 온 이유는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주노동자 메르데카컵'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주노동자 메르데카컵은 인도네시아 독립을 기념함과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생활에서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서로 위로·격려하고 각국 이주노동자들과 친선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정해진 명칭이다.

대회 당일은 마침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과 정확히 일치하여, 대회 개회식에 앞서 독립기념일 행사가 진행되었다. 축사를 한 아구스 하리얀또(Agus Hariyanto)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공사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민족적 자긍심을 갖고, 정정당당한 경쟁과 인도네시아인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회에 참가한 19개 팀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포터즈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경기를 진행하였다. 19개 참가팀 중 가장 많은 견제를 받은 팀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용인 경찰서 FC'였다.

용인경찰서팀은 초대 대회부터 초청되어 늘 깨끗한 매너로 칭찬을 받아왔었다. 하지만 유일한 비 인도네시아팀인 데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경찰팀의 저력을 간파한 인도네시아 상대팀들은 어지간한 몸싸움에도 심판에게 거친 항의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 시합 모습 ⓒ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세 번의 시합을 치르고 결승전에 오른 용인경찰서팀은 내심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축구대회에 나와서 경찰이 우승한다는 것이 멍석을 깐 이주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고민 중에 "스포츠는 장난이 아니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스포츠에서 정정당당하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함께 한 사람들에게 최선의 선물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후 경찰팀은 결승전에서도 선취 두 골을 뽑아내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다시 한 번 뽐내며, 결국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경찰팀은 이주노동자팀들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았던 탓에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우승 상금은 "대회 목적에 맞게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시합이 끝나자, 결승전에서 패한 팀들도 너나없이 '즐겁고 좋은 경기였다'며 축하하였고, 시상식에서 경찰팀의 기부 소식에 박수를 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하였다.

▲ 이주노동자 메르데카컵을 전달하고 있는 아구스 하리얀또 공사 ⓒ 용인이주노동자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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