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내집마련보다 건설사 살리기 나섰다 새도시로 경기 부양, 분양가상한제 무력화
[분석] 부작용 뻔한 이명박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
▲ 당정이 합의한 8ㆍ21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21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참여연대와 환경정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강부자 정부를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1일 이명박 정부의 첫 부동산정책이 나왔다. 출범 6개월만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오전 '주택공급 기반 강화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주택을 더 짓고, 침체 국면의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다.
내용도 수도권 2곳에 새도시를 추가로 짓고, 아파트 분양권 되팔기(전매) 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쪽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분양가상한제 역시 사실상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정책을 전면으로 내세움으로써,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난개발 뿐 아니라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은 투기적 가수요를 일으켜,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등으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형평수의무비율 등 빼고 재건축 규제 대부분 완화
우선,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경기부양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재건축 관련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크게 손대는 것이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가 너무 많아 서울 등 도심지역에 아파트 등을 쉽게 짓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8월 21일 이명박 정부가 처음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규제완화로 요약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를 위해 3년 정도 걸리는 재건축 사업기간을 절반인 1년6개월로 단축시키고, 재건축 후분양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논란이 됐던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를 사고 팔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폐지되며, 건물 높이도 현재 최고 15층까지로 돼 있는 것을 18층까지 지을수 있도록 높였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정부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20% 내외의 분양가 인하가 예상된다"라고 해놓고, "하지만 민간 부문의 공급 위축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분양가가 떨어질 것이지만, 건설회사들이 집을 짓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택지의 실매입가를 감정 가격의 120% 내에서 인정하고, 건설회사의 연약지반 공사비 등을 추가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럴 경우 분양가 상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회사들이 택지비를 부풀릴 경우 이를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않고, 이는 고스란히 고분양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건축비 산정과정에서도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택지비까지 완화되면 분양가 상한제는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된다.
난개발 우려속 수도권 2곳 새도시 건설... 전매제한기간도 완화
이밖에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것이 신도시 추가 건설이다. 위치는 이미 새도시로 지정된 인천 검단지구와 경기 오산 세교지구다. 이들 지역 주변을 추가로 새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인천 검단지구 주변 690만㎡를 추가로 개발되고, 이곳에 2만6000가구가 지어진다. 기존 검단지구까지 합하면 모두 9만2000가구다. 또 오산 세교2택지개발지구 주변 520만㎡를 묶어서 새도시로 개발되고, 세교 새도시에는 모두 3만7000가구가 들어선다.
하지만 이미 이들 지역 주변에 새도시가 한꺼번에 들어서면서, 난개발 논란과 함께 공급과잉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 사태 우려도 크다.
이미 예상됐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되팔기(전매) 제한 기간도 완화된다. 정부는 수도권의 주택 전매제한 기간을 현재 5~10년에서 1~7년으로 크게 완화하기로 했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기존 10년에서 7년(전용 85㎡이하)으로, 5년에서 3년(85㎡초과)으로 분양권 되팔기 제한기간이 줄었다. 물론 민간택지의 경우 이 보다도 더 제한기간을 완화했다.
주택업계 쪽에선 그동안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최대한 완화하는 방향으로 요구해왔고, 정부가 이번에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 내집 마련 요구보다 주택건설업자 이익만 대변?
▲ 지난 2005년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같은 내용과 함께, 정부는 주택건설업계를 위해 각종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주택건설업자가 주택건설 목적으로 사들인 땅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지방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택신축판매업자(시행사)가 지어서 가지고 있는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 비과세 기간도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준다. 건설회사가 주택신축판매업자로부터 건설 비용을 미분양주택으로 받은 것에 대해서도 5년간 종부세를 면제해 준다.
결국 주택건설업자들의 경영 판단 미숙과 과도한 건설사 난립, 고분양가 등으로 인한 미분양 문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주는 꼴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주거복지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이 집값 안정기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망국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분양가상한제 무력화 등을 들면서, "투기를 부채질하고, 집값 폭등에 따라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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