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추석인데, 우토로 할머니들은 갈 데가 없데요"

마산 '로뎀의집', 일본 우토로마을 다녀와 ...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등록|2008.08.21 22:43 수정|2008.08.21 22:43

▲ 마산 '로뎀의집' 소속 학생들은 지난 17일 일본 우토로마을을 찾아 할머니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왔다. ⓒ 로뎀의집



"한 할머니께서 '아리랑'을 부르셨어요. 같이 불렀지요. 역시 우리 한국인은 통하는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모셔서 고향이라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할머니 한 분 한 분 안마도 해 드렸지요. 마치 손녀처럼 말입니다. 윷놀이도 하고, 비빔밥도 먹었지요. 우리도 즐거웠지만 할머니들께서 더 즐거워하셨지요. 곧 추석인데, 할머니들은 아무 데도 못 간다고 하셨어요. 한국에,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일본 교토 우토로(ウトロ)마을을 다녀온 마산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 청소년지원시설 '로뎀의집'(관장 조정혜) 소속 학생들이 밝힌 소감이다.

로뎀의집 소속 학생 6명과 인솔교사 3명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배를 타고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이들은 지난 17일 아침 우토로에 들어가 저녁 8시경 나왔다. 낮 동안 할머니들과 지낸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청소년들의 여행을 주제로 한 지원사업을 벌였는데, 로뎀의집에서 우토로마을 탐방 계획을 신청해 채택되었던 것. 이들의 우토로마을 여행 비용은 아름다운재단에서 댔다. 로뎀의집은 우토로마을 여행 계획을 세운 뒤 우토로마을 이무열 선생과 연락을 주고받은 뒤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소녀들은 이무열 선생을 만나 우토로의 내력을 듣고, 점심으로 국수를 만들어 할머니들과 나눠 먹었다. 소녀들은 오후에 할머니들의 손과 어깨, 발을 안마해 드리고, 노래를 함께 불렀으며, 윷놀이도 했다. 저녁식사로 비빔밥을 해먹었다.

이들은 우토로 주민들이 일본에서 각종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상·하수도가 대표적이다. 우토로 주변을 흐르는 폭 1m도 안 되는 도랑 건너편에는 일본인 거주지역이 있는데, 거기까지만 상·하수도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인솔했던 이선주 교사는 "지금까지 간혹 뉴스로 일본 내 한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이들도 실제로 가서 보고는 놀라는 분위기였다"면서 "상·하수도뿐만 아니라 도랑을 사이에 두고 일본인 거주지역은 개발이 많이 되고 우토로는 개발이 덜 된 상황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으며, 다시 가 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아이들은 우토로 주민들의 실상을 본 뒤 도울 게 많다는 생각을 하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일본 안에서도 우토로를 돕는 단체가 있고, 지금까지 일본이나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은 잠시 왔다가 다녀가는 정도였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따뜻함을 느꼈다는 말을 할머니들이 하더라"고 말했다.

▲ 로뎀의집 학생들은 우토로마을 할머니들과 비빔밥을 해먹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로뎀의집



이현미(18) 양은 "고령의 할머니들이었지만 누구보다 젊고 정정하신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금의 모습이 있기 전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또 이 양은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중간에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꾹 참았다"면서 "이번 우토로 주민들과 만남은 앞으로 내 삶속에도 깊이깊이 기억될 만남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상희(19) 양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들이 많았으며, 빠른 시일 안에 할머니들을 다시 뵙고 싶고, 그날까지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랄 뿐"이라며 "할머니들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우토로를 기억해달라'는 말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고 말했다.

우토로 마을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동원된 노동자들에 의해 형성된 재일 조선인 마을이다. 행정구역은 일본 교토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주민들은 모든 집 주소가 '우토로 51번지'로, 우편물은 모두 마을회관으로 온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