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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세요? '혼전계약서'는 만드셨나요?

결혼 전, 불필요한 감정싸움과 다툼을 미리 방지하자

등록|2008.08.22 21:10 수정|2008.08.23 13:32

▲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혼전계약서를 작성 중인 예비부부 ⓒ KBS


10월에 결혼을 하는 언니를 만났다. 지난해쯤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본격적인 언니의 결혼준비가 시작되면서 만남이 더욱 잦았다. 가전제품은 어디서 사면 싸게 살 수 있는지, 집장만은 어떻게 했는지, 웨딩드레스는 어떤 게 좋은지 등 모든 게 나의 관심사였다.   "언니, 우리 '혼전계약서' 안 만들어 볼래요? 언젠가 TV드라마에서 보니까 예비부부가 결혼 전에 같이 만들던데…. 미리 같이 얘기해 놓으면 서로 맘 상할 일도 없을 거예요."   "혼전계약서? 그런 얘기 들어보긴 했었는데…. 그래, 재미있겠다. 만들어보자."   '혼전계약서', 공증을 받아야 효력 발생    처음 마음은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외국에는 혼전계약서가 흔하다지만, '이혼을 전제로 한 혼인 전의 계약서'라는 인식 때문에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계약서는 꼭 이혼의 가능성만을 담고 있진 않다. 결혼 전 서로에 대한 약속을 하면서, 결혼 후에 일어날 불필요한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크다.    '사랑하기 때문에 계약서는 필요없다'고 외쳤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부모님의 권유로 만들었던 혼전계약서로 이혼 후 자신의 아들과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배우 니콜 키드먼은 컨츄리 가수인 키스 어번과 결혼할 때 남편의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계약을 했는데, 전제 조건은 매년 60만 달러의 용돈이었다고 한다.   혼전계약서는 무조건 두 사람의 동의만으로는 효력을 발생시킬 수 없다. 등기소의 공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혼전'계약서인 만큼 꼭 결혼 전에 작성해야 법적 효력이 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의 신혼부부가 만든 혼전계약서는 참고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인터넷을 종일 뒤져봐도 이렇다 할 자료가 없어, 언니와 난 4시간이 넘도록 머리를 맞댔다. 아래의 조항들은 KBS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와 인터넷에서 참고해 정리한 자료들이다.  
평등하고도 합리적인 결혼생활을 위한 '혼전계약서'
  ** 재산 ** - 결혼 전 재산에 대해서는 이혼 시 공동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결혼 전 빚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 결혼 후 생활비는 서로 갹출해서 공동재산으로 분류, 지출한다.   (5:5, 6:4 등으로 비율을 나눌 수 있다.) - 배우자의 사전 동의없이 빚을 얻거나 보증을 설 수 없다. - 성격상의 문제로 협의이혼이 됐을 경우에는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는다.   ** 외도 ** - '외도'에 대한 정의를 예비부부가 함께 논의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호텔 및 술집에서 1시간 이상 둘만 있는다.' 등) -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이혼 시, 부부 공동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   ** 피임 및 자녀양육 ** - 피임과 임신에 대한 모든 과정은 서로 의논, 합의하도록 한다. - 피임은 서로간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피임 수술 시에는 남편이 하도록 한다.   (여성의 '난관 피임수술'과 '루프피임' 보다 남성의 정관수술이 훨씬 편리하며, 신체적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 이혼 시, 자녀의 양육비 및 생활비를 함께 논의한다. - 협의이혼일 경우 자녀양육에 대한 권리를 함께 논의한다. - 맞벌이 할 경우 부부 합의 하에 평등하게 아이를 돌본다.   (부모와 부부간의 동의 없이, 어느 한쪽의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육아를 맡길 수 없다.)   ** 부모 ** - 각자의 부모님에 대한 용돈은 같은 액수, 같은 날로 정한다. - 같은 횟수로 각자의 부모님께 전화 연락, 방문을 한다.   ** 불이행 ** - 계약의 불이행 시 서로 합의한 일정 액수의 벌금을 물거나, 불이행한 대상자의 벌칙을 수행한다.   (1년 상여금 전액 증여, 상대방이 원하는 규칙의 이행 등이 있다.) -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혼이므로 무슨 일이든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   (거짓말한 것이 들통날 경우 위 조항을 시행한다.)  
  민법 제 829조의 결혼 전 '부부재산계약' 인정   부부의 혼전계약서는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때문에 서로의 합의에 따라 세부조항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더하고 뺄 것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더해 법적인 구속까지는 원치 않는, 비교적 자유로운 규칙도 존재할 수 있다. 공증인을 통하진 않지만, 서로의 신뢰로 협의할 수 있는 '신사협정'이 바로 그것이다.   - 부부간 다툼이 있을 경우라도 절대 각방을 쓰지 않는다.   (또는 1시간 정도 각자의 생각할 공간을 허락한다.) - 서로의 상여금과 용돈에 대한 논의를 사전에 충분히 합의한다. - 맞벌이가 아니라도, 부부 공동의 주거지임을 인정해 어느 한쪽만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   (요리, 빨래, 청소 등으로 분류해 서로의 동의 하에 일을 분담한다.) - 서로의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기념일을 챙기도록 노력한다.   이외에도 '배우자의 안식일'에 대한 규정이나 '부부간 잠자리'에 대한 규정도 빼놓을 수 없다. 미리 기본적인 것을 합의해 둠으로써, 어느 한 개인의 인생을 희생하는 결혼 생활이 아닌, 동반자와의 새로운 인생 시작이 가능한 것이다. 남편도 아내도 서로의 전유물이 아니니 말이다.   한국은 민법 제 829조에서 '부부재산계약'을 인정하고 있다. 결혼 전의 계약으로, 결혼 전후 재산공유와 분할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인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구체적인 모든 사안을 문서로 구속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하고도 서운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이란, 보통 20년이 넘게 타인으로 살아가던 집안이 갑자기 한 울타리로 묶이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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