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90)

― ‘-의’ 안 쓴 깨끗한 보기 10

등록|2008.08.22 19:36 수정|2008.08.22 19:36

ㄱ. 초등학교 4학년 때 일

.. 내 큰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 오오사카시립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162, 163쪽

 보기글 앞쪽에서는 “4학년 때 일이다”로 쓰지만, 바로 뒤에서는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로 씁니다. 토씨 ‘-의’는 이렇게 붙여도 되고 안 붙여도 될까요. 글쓰는 이 개성에 따라 붙여도 되고 안 붙여도 될까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o)
 └ 강의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x)

 이제는 토씨 ‘-의’를 안 쓰고는 말을 못한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책이나 학교나 언론매체 영향을 받아서 그럴 텐데요, 한 번 길들고 익숙해진 말투는 좀처럼 털어내기 어렵구나 싶어요. 어떻게 해야 좀더 바르고 알맞는 말투인 줄을 머리로는 알아도, 몸으로는 자기 스스로 애쓰거나 움직이지는 못한달까요.

 알맞고 바르게 써야 할 말은 알맞고 바르게 써야 좋습니다. 아주 조금만 생각해 보고 되돌아보고 곱씹으면 말씀씀이 추스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우리 둘레에서 아주 조금만 마음을 쏟아도 풀어낼 수 있는 자그마한 일에 마음을 잘 안 쏟습니다. 골목길에서 자동차를 몰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빵빵거린다든지, 길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고이 보듬지 못한다든지, 아이들이 마음속 깊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넉넉히 헤아리지 못한다든지 하면서. 이런 매무새와 몸가짐이 우리들 말씀씀이로도 알게 모르게 이어진다고 느낍니다.


ㄴ. 서너 마리 개들

.. 목장의 청년들도 서너 마리 개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섰다 ..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회색곰 왑의 삶》(지호,2002) 207쪽

 ‘청년(靑年)’보다는 ‘젊은이’로 적어 주면 좋습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해도 됩니다.

 ┌ 목장 청년들도 서너 마리 개들을 데리고 (o)
 ├ 목장 젊은이들도 개를 서너 마리 데리고 (o)
 │
 └ 목장의 청년들도 서너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x)

 우리들은 학교에서 사귀는 동무들을 두고 “우리 학교 동무들”이라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을 두고는 “우리 학교 선생님”이라 하고요. 이때처럼 “목장 젊은이들도”로 적어 주면 한결 낫습니다. 애써 “서너 마리의 개들”이 아닌 “서너 마리 개들”로 적었는데, 보기글 앞쪽도 좀더 마음을 기울여 주면서 다듬어 놓으면 반갑겠습니다.


ㄷ. 수천 개 회사들

.. 영국의 ‘지구의 친구들’은 영국 내 수천 개 회사들이 종업원들에게 회사차를 제공함으로써 얻고 있는 세금상의 혜택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앨런 테인 더닝/구자건 옮김-소비사회의 극복》(따님,1997) 90쪽

 이 글은 토씨 ‘-의’를 어설프게 안 쓴 글이긴 하지만, 다른 낱말이나 말투에서는 영 아쉽습니다. “회사차를 제공(提供)함으로써”는 “회사차를 대(빌려) 주면서”나 “회사차를 타게 해서”로 다듬습니다. “세금상(-上)의 혜택을 폐지(廢止)하기 위(爲)한”은 “세금을 적게 내는 혜택을 없애려는”이나 “세금을 줄이는 혜택을 없애려는”으로 손질합니다. “운동을 전개(展開)하고 있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나 “운동을 하고 있다”로 고칩니다.

 ┌ 영국 내 수천 개 회사들
 │
 │(1)→ 영국에 세워진 수천 회사들
 │(2)→ 영국에 있는 수천 회사들
 └ …

 흔히 “수천 개의 회사” 꼴로 잘못 쓰는 우리들입니다. “회사 수천 곳”으로 적으면 될 텐데, 꼭 숫자말을 앞으로 옮기며 토씨 ‘-의’를 붙이려고 합니다. 숫자말을 앞으로 옮긴다고 해도 “수천 회사”로 적으면 되는데.

 ‘개(個)’를 넣어 “수천 개 회사들”이라고 적는데, ‘개’도 덜어서 “수천 회사들”이라고만 적어 주면 됩니다. “영국 내(內)”는 “영국에 있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