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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포토에세이] 이슬 (5)

등록|2008.08.23 20:11 수정|2008.08.23 20:11

참취조금 더 가까이 이슬의 속내를 들여다 본다. ⓒ 김민수

우리의 모든 희망이 이슬처럼 사라진다해도 그 희망이 있는 동안 나는 절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슬이 바람에, 아침햇살에 사라진다고 해도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이고 희망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에 절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은 절정의 순간에서도 나는 교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이룬 소망은 곧 이슬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릴적부터 하나 둘 이뤘던 소망들은 사라졌지만 그것들이 하나 둘 이뤄졌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내가 온전치 못한 존재라고 해서 나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끈끈이주걱먹이가 아닌 물방울을 붙잡고 있다. ⓒ 김민수

오늘 우리가 낙담하고 지친 이유는 내 곁에 이미 와있는 감사의 조건들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상' 그것은 '권태로움'의 다른 말이 아니라 '감사'의 다른 말입니다. 일상이 깨어질 때 우리는 혼란스럽습니다. 떠난 후에야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간혹은 그렇겠지만 매사에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그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작은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지내다가 작은 이슬방울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산책을 할 때 번거롭게 느껴지던 거미줄, 막대기로 휘휘 걷어내던 거미줄이 이젠 너무도 소중한 나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참취이슬마다 가을꽃 참취가 피어났다. ⓒ 김민수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전에는 마음보다 다른 것들이 지키기 힘든 줄 알았습니다.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나 이런 것들도 결국은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다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돈이나 명예나 권력을 지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면 결국 마음을 지킬 수 없습니다. 마음을 지키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들, 그것이야 말로 하늘의 보물인 동시에 땅의 보물입니다.   내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당신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다 드러내어도 부끄럽지 않은 것들이 들어있길 소망합니다.

맨드라미맨드라미의 빛에 물든 이슬방울 ⓒ 김민수

이슬은 자기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남을 담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갑니다. 작은 풀꽃에서부터 나무와 강과 바다와 하늘까지 다 품습니다. 자기를 비움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텅 빈 충만', 그렇습니다. 이슬은 그 자체가 '텅 빈 충만'입니다. 비어있으되 비어있지 않고, 충만하되 넉넉한 마음이 이슬의 마음입니다.   요즘 작은 이슬방울 속에 새겨진 꽃들을 보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마음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치유되어감을 느낍니다. 이슬을 지으신 분께서 이슬을 통해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것을 느낍니다.  

맨드라미참 맑고 깨끗한 이슬, 새겨진 꽃들 맑게 피어나다. ⓒ 김민수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아픔도 있고, 고뇌도 있고, 절망도 있고 심지어는 거짓과 음모와 술수도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입니다.   내 안에도 당신 안에도 이분법적으로 선한 것 혹은 악한 것만 들어있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선과 악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입니다.   그러나 참 사람은 자기 안에 들어있는 악함을 보며 탄식하고, 자기 안에 들어있는 선한 모습에 겸손해하며 남을 향해서 보다는 자신을 향해서 엄격합니다. 약자에게 관대하며 강자에게 담대합니다. 강자의 횡포에 분노하며 약자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자기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위해 움직입니다. 그래도 서있는 길을 돌아보면 악한 길에 서있음에 한탄하는 사람입니다.   그 참사람이 바로 당신, 나이기를 간절하게 소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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