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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대회 재도전, 그들만의 잔치

[주장] 재도전 나설 열정으로 광주 발전에 올인하라

등록|2008.08.25 17:59 수정|2008.08.26 12:45
박광태 광주시장은 1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2013년 U대회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광주는 유치에 실패했고, 실패 후 박 시장이 처음 한 말은 '시민의 뜻에 따라 재도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첫 도전에서 보여준 독단적이고 일방통행식 결정을 반성하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과 광주시는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잘못을 포장하고 재도전을 위한 명분쌓기 수순에 곧바로 들어갔다. 광주시는 2013년 U대회개최지 결정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 회의에 참석한 대학생과 관변단체를 이용한 대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공짜 여행과 골프 접대를 받은 일부 언론은 나팔수가 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웅변하는데 열을 올렸다.

또한 들러리에 나선 시민단체를 통한 토론회, 또 대표적 식물의회인 광주시의회를 통한 토론회를 거치면서 이 토론회 결과가 시민의 의견인양 호도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광주시 U대회 담당과장은 토론회장에서 자신의 뜻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U대회 반대론자를 향해 공공연히 비난을 퍼붓는 등 광주의 명예를 더럽혔다.

광주는 지금 위기다. 이미 박광태 시장의 일방통행식 행태가 극에 달해 있고 모든 공무원이 그에게 충성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관변단체의 장은 모두 제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채워넣고 그들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동행하는가 하면 심지어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광주시가 숲가꾸기 사업을 한답시고 멀쩡한 나무를 파헤치고, 애먼 보도블록을 드러내고 꽃잔디를 심는데 수억에서 수십 억원을 쓰고 있다는데 언론은 취재는커녕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광주천 정화에 쏟아부어야할 예산도 부족한데 천변 다리를 디자인한답시고 수백 억원을 쓰는 주객이 전도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제동을 거는 시민단체도, 말리는 사람도 없다.

또 구질구질한 시정을 홍보하는데 수십 억원을 낭비하고 있는데 언론도, 시의회도 비판은커녕 그 내용을 알리는데 인색하기 그지없다. U대회 재도전의 호도된 여론을 알리듯 광주시의 행정 난맥상을 소상히 알렸다면 광주가 지금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U대회 재도전은 이런 의미에서 재고되어야 하고 마땅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순히 경제유발효과, 고용창출효과 등의 사탕발림으로 비이성적 언론을 통해 시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을 치른 중국경제가 벨리효과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 있는 것을 보면 U대회의 재도전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광주 경제가 IMF보다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는데도 박광태 시장은 3선 게임에 올인하고 있다. U대회의 효과가 과장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간만큼이라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제 스포츠계에 광주시를 적극 알리고, 정부를 설득하여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아 낸 후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 국제대회를 유치하는데 열악한 지자체의 예산을 쏟아붓고 지역 기업에 기부금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마련하려 한다면 또다시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 국제도시의 위상 역시 말로만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국제 스포츠 대회 하나 유치한다고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이 세워지지 않는다. 공무원의 자세부터 시민의식까지 모두 변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굵직굵직한 국제대회가 즐비하다. 지자체별로 유치신청을 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을뿐 10여개 넘는 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정부도 더 이상 국제대회유치에 국가예산을 쓸 만큼 여유가 없다. 투자한 만큼의 경제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징징댄다고 국가예산을 내려주고, 지역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언론은 U대회 재도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 오히려 U대회 유치에 나설만큼의 열정으로 광주시의 발전에 올인하면 어떨까 한다.

지금 광주는 최소한의 정화기능마저 없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공룡화로 관의 지원이 없이는 운영하기 어렵다. 이런 시민사회단체는 기업이지 건전한 시민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사회단체라고 보기 어렵다. 일부 언론은 철저하게 관과 밀착되어 비판기능을 상실했다. U대회 재도전과 관련한 보도태도만 보아도 이들 언론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단연할 수 있다. 관변단체는 단체장의 인사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파리 목숨과 같다. 단체에 걸맞은 행사는 온데 간데 없고 단체장의 입맞에 맞는 행사로 충성을 맹세한다.

변해야 한다. 광주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개개인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이 뼈아픈 반성을 하지 않으면 지난 20여 년간 민주화의 과정에서 줄기차게 외쳐왔던 광주의 정신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시험대가 이번 U대회 재도전과 관련된 민주적 절차이다.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재도전 밀어붙이기는 또다시 민주성지 광주를 나락으로 빠져 들게 할 것이다. U대회 재도전은 재고되어야 한다. 조건부 찬성, 무조건 찬성, 무조건 반대 등 모두에게 논리적 근거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논리적 근거도 '지금의 무모한 재도전 선언 포기'보다 앞설 수 없다.

광주시와 박광태 시장, 그리고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는 이성으로 돌아와 지금 챙겨야할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역량을 갈라놓고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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