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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91)

―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다듬기

등록|2008.08.26 12:04 수정|2008.08.26 12:04

 쇠퇴의 : 쇠퇴의 길

.. 사진미디어의 상징적 존재인 〈라이프〉도 1972년 말에는 폐간될 수밖에 없었고, 이 무렵을 경계로 미국의 보도사진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  《구와바라 시세이/김승곤 옮김-보도사진가》(타임스페이스,1991) 14쪽

 “사진미디어(-media)의 상징적(象徵的) 존재(存在)인”은 “사진매체에서 상징과 같았던”이나 “사진매체를 대표하는”이나 “사진매체에서 얼굴 노릇을 하던”으로 손질해 봅니다. “1972년 말(末)”은 “1972년 끝무렵”으로 손보고, ‘폐간(廢刊)될’은 ‘그만둘’이나 ‘문을 닫을’로 손보며, “이 무렵을 경계(境界)로”는 “이무렵부터 해서”나 “이무렵부터”로 손봅니다. “미국의 보도사진”은 “미국 보도사진”으로 다듬습니다.

 ┌ 쇠퇴(衰退/衰頹) : 기세나 상태가 쇠하여 전보다 못하여 감
 │   - 진보와 쇠퇴 / 국력의 쇠퇴 / 기억력의 쇠퇴 / 완만한 쇠퇴 끝에
 │
 ├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 뒷걸음을 치게
 │→ 무너지게
 │→ 나빠지게
 └ …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진보(進步)’라는 말로 가리키니, 뒤로 물러나는 일을 ‘쇠퇴(衰退)’라는 말로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할 때 ‘나아감’이라 하고, 뒤로 물러난다고 할 때 ‘물러남’이라 하면, 이런 말 뒤에 토씨 ‘-의’가 달라붙을 자리가 없습니다.

 ┌ 진보의 길로 접어들게 → 발돋움하게 / 나아지게
 └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 뒷걸음 치게 / 무너지게

 나아가는 길이 ‘발돋움’이나 ‘새로움’이나 ‘거듭남’이나 ‘높아짐’이나 ‘늘어남’이라 한다면, 물러나는 길은 ‘뒷걸음’이나 ‘낡음’이나 ‘고여 썩음’이나 ‘케케묵음’이나 ‘무너짐’이나 ‘낮아짐’이나 ‘줄어듦’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국력의 쇠퇴 → 나라힘이 줆
 ├ 기억력의 쇠퇴 끝에 → 기억하는 힘이 줄어든 끝에
 └ 완만한 쇠퇴 끝에 → 차츰 무너지던 끝에

 갈고닦으면 새로워집니다. 내버려 두면 무디어집니다. 보듬으면 거듭납니다. 팔짱을 끼면 낡고 슬어 버립니다. 추슬러 돌보면 좋아집니다. 내팽개치면 나빠집니다.

 하루하루 돌보고 가꾸며 갈고닦는 우리 말과 글이 된다면, 우리 말과 글은 하루하루 나아지거나 새로워집니다. 가끔 돌보는 시늉을 내거나 아예 등을 돌리는 우리 말과 글이라 한다면, 우리 말과 글은 하루가 다르게 뒷걸음을 치거나 무너지거나 어지러워집니다.

 날마다 배우고 익히니 늘어나는 영어 솜씨입니다. 한 달에 한 번도 국어사전 뒤적이는 일이 없으니 줄어드는 우리 말 솜씨입니다. 나날이 외우고 책을 들여다보니 북돋울 수 있는 한문 솜씨입니다. 언제 한번 차근차근 말과 글을 되돌아보거나 되짚는 일이 없으니 마구잡이로 쓰다가 엉터리가 되고 마는 우리 말 씀씀이입니다.

 잘되는 까닭은 우리가 애썼기 때문입니다. 안 되는 탓도 우리가 안 애썼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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