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불 뿜는 로보트... 나를 따르라 !"

[추억] 방역차량이 내뿜는 연기를 쫓는 아이들

등록|2008.08.26 17:42 수정|2008.08.26 17:42

▲ 우리 동네를 지키는 로보트가 나타났다. 아저씨는 아이들이 몰려오는 걸 보면 일부러 그 쪽으로 발사해준다. ⓒ 진민용



"부르르르르....릉"

온 동네가 시끄럽다. 작은 골목길을 달려가는 로보트다. 이 로보트는 불을 내뿜는다. 아니 연기를 내뿜는다. 골목 구석구석에 포진하고 있던 적군들은 이 연기에 초토화 된다. 모기, 파리, 진드기 등 어두운데 숨어서 밤이 되기를 기다리던 적군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전멸시키는 로봇이 수시로 나타나 적군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 사라지기 전에 한 녀석이라도 달려와야 할텐데.. 꼬마들의 마음을 잘 아는 아저씨는 속도를 늦춰준다. ⓒ 진민용


작은 골목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매쾌한 냄새를 뿜으며 연기를 내뿜는 방역차량. 지금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도시에서는 그 자취를 감췄지만 아직도 많은 동네는 이 방역차량이 없으면 쓰레기 더미에 집을 짓고 사는 파리, 모기, 하루살이 등이 더위에 지친 마을 주민들을 총 공격을 해댄다.

▲ 드디어 한 녀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전에 뒤 쫓아가야 한다. 꼬마녀석을 본 아저씨도 이제는 슬쩍 속력을 내며 애간장을 태운다. ⓒ 진민용


▲ 연기 로봇의 소문은 삽시간에 골목 전체로 퍼지고 추종세력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뒤를 따른다. ⓒ 진민용


▲ 자기들의 영역이 연기로 가득차면 왠지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두고 싶지만 로봇은 나중을 기약하며 사라진다. ⓒ 진민용


한 동네를 도는데 불과 몇 분이지만 방역을 했다는 안도감은 오래간다. 특히 골목에 놀던 꼬마녀석들은 "쿠르르르르…"하는 모터소리가 들리면 여기저기서 뛰쳐나와 그 연기에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달려간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뛰어놀던 골목이 순식간에 연기로 꽉 차서 보이지 않는 게 더 신기한가 보다. 그래서 사라져 가는 연기가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좀 더 빨리 달려서 짙은 연기를 온 몸으로 만끽한다.

우리의 연기 뿜는 로보트는 그렇게 사라져 간다. 다음에 또 온다는 약속을 하면서….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