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뿜는 로보트... 나를 따르라 !"
[추억] 방역차량이 내뿜는 연기를 쫓는 아이들
▲ 우리 동네를 지키는 로보트가 나타났다. 아저씨는 아이들이 몰려오는 걸 보면 일부러 그 쪽으로 발사해준다. ⓒ 진민용
"부르르르르....릉"
▲ 사라지기 전에 한 녀석이라도 달려와야 할텐데.. 꼬마들의 마음을 잘 아는 아저씨는 속도를 늦춰준다. ⓒ 진민용
작은 골목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매쾌한 냄새를 뿜으며 연기를 내뿜는 방역차량. 지금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도시에서는 그 자취를 감췄지만 아직도 많은 동네는 이 방역차량이 없으면 쓰레기 더미에 집을 짓고 사는 파리, 모기, 하루살이 등이 더위에 지친 마을 주민들을 총 공격을 해댄다.
▲ 드디어 한 녀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전에 뒤 쫓아가야 한다. 꼬마녀석을 본 아저씨도 이제는 슬쩍 속력을 내며 애간장을 태운다. ⓒ 진민용
▲ 연기 로봇의 소문은 삽시간에 골목 전체로 퍼지고 추종세력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뒤를 따른다. ⓒ 진민용
▲ 자기들의 영역이 연기로 가득차면 왠지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두고 싶지만 로봇은 나중을 기약하며 사라진다. ⓒ 진민용
한 동네를 도는데 불과 몇 분이지만 방역을 했다는 안도감은 오래간다. 특히 골목에 놀던 꼬마녀석들은 "쿠르르르르…"하는 모터소리가 들리면 여기저기서 뛰쳐나와 그 연기에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달려간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뛰어놀던 골목이 순식간에 연기로 꽉 차서 보이지 않는 게 더 신기한가 보다. 그래서 사라져 가는 연기가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좀 더 빨리 달려서 짙은 연기를 온 몸으로 만끽한다.
우리의 연기 뿜는 로보트는 그렇게 사라져 간다. 다음에 또 온다는 약속을 하면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