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도 보도자료 배포할 수 있을까?'
가끔 방송에서 나오는 여의도 국회의원들의 보도자료 배포 뉴스를 접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000 의원실이 입수하여 분석·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으로 시작되는 뉴스 멘트는 나 같은 기초의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탄탄한 보좌진과 전문인력이 배치되어 있고 각종 고급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국회의원실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실'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에 비해 보좌는커녕 생업에 시달리며 혼자서 팔방미인격으로 활동해야 하는 나 같은 기초의원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안 그래도 '놀고 먹는 의회'라는 이미지를 전국 곳곳에서 떨쳐버리지 못하는 게 기초의회의 현실이다. 회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회기 중에도 시민과 만나는 소통의 장을 만들지 못하면 점점 풀뿌리 민주정치는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돈다. 행사장을 좀 덜 다니더라도 시민의 갈급증을 풀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보도자료 하나 만든다면 그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소통공간이 될 것이 아닌가. 이런 속에서 나 자신의 나태함도 극복한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민감한 지역현안이기도 한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 피해보상' 자료를 집행부에 요청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김포공항 국제공항화 복귀'가 노골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포시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사안이기도 했다.
해당부서에서 도착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보상규정의 문제점을 며칠간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 자부담 50%를 전제로 한 보상금 50% 지원규정'이었다. 올해 김포시에 공항공단에서 항공기 소음 피해보상금으로 책정되어 내려온 게 2억5250만 원이다. 적지않은 금액이지만 이 금액을 청구한 해당 아파트 각 단지에서는 시설비의 50%를 마련하지 못하면 규정상 도로 반납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S아파트의 경우 체육시설및 놀이터 등으로 내려온 9500만 원에 상응하는 금액을 별도로 마련하지 못하면 보상금은 도로 반환된다.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다.
이외에도 몇몇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민 체감도를 반영한 항공기 소음피해 기준의 완화, 보상 심의위원회에 지역민들의 참여인원 확대, 김포공항 증편시 주민의견 반영통로 설정및 인근 지자체간 상설화된 대책협의회 구성등의 대안도 함께 정리했다.
자료 내용을 정리하고 나니 그 다음은 지역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먼저 의회 사무과를 통해 30여 명에 달하는 경기도 파견 기자단및 김포지역 언론인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입수했다. 그리고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2장 분량의 A4 용지에 정리했다. 비교적 깔끔한 사진 한 장도 추렸다. 예전에 본회의 당시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문을 하던 사진이었다.
'이번 한번만 하고 말 것은 아니잖아. 그렇다면 이름도 한번 붙여볼까?'
그래서 '대두통신'이라는 이름도 탄생했다. 나의 큰머리 이름에서 유래한 닉네임이자 블로그 명칭이기도 한 '김포대두'에서 따온 명칭이다. '대두통신'이 탄생하기까지 고민의 과정을 담은 간략한 취지문도 썼다. 이 취지문에다 자료분석 내용과 의견제시, 사진을 한데 묶어 드디어 기자들에게 단체메일을 발송했다. 몇몇 분들에게는 문자로 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2년이 다 지나도록 평소 기자들과 개인적인 술자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거기에다가 초선의원으로 입성하자마자 첫 행감 때 지역신문 광고협찬 예산내역을 분석하며 해당부서를 질타해 일부 기자들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언론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상황을 시민의 혈세로 보완해 줄 순 없다는 점에서 원칙고수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보도자료 내용의 무게와 상품성, 시기적 적절성, 그리고 진정성의 소통'이라는 생각을 해보면서도 보도자료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과 판단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지 5분도 안되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오전에 벌써 지역신문 인터넷판 3군데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기사내용에는 '정왕룡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눈에 띤다. 경기도 일간지 기자들도 여러사람이 취재를 겸한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개인적 조언과 격려도 덧붙인다. 공항공사의 주민 보상실태와 체계가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라는 의견들이다. 일부 기자는 시청 담당부서는 물론이고 한국공항공사 담당자와 전화통화 취재도 마친 것 같았다. 저녁 늦게까지 이와 관련된 전화를 받으면서 '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대두통신 1호는 나름대로 성공작이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밀려든다. 하지만 언론 지면을 얼마나 장식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니 고민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적어도 내 블로그에 관련자료를 중심으로 공부한 기록이 올라간다면, 그리고 단 몇 명의 시민이라도 이를 통해 소통의 공간이 함께 마련된다면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대두통신'이 앞으로 몇호나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 땅의 풀뿌리 정치 발전에 자그마한 흔적을 남겼다는 자부심을 갖고 잠자리에 들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 하루였다.
가끔 방송에서 나오는 여의도 국회의원들의 보도자료 배포 뉴스를 접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000 의원실이 입수하여 분석·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으로 시작되는 뉴스 멘트는 나 같은 기초의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안 그래도 '놀고 먹는 의회'라는 이미지를 전국 곳곳에서 떨쳐버리지 못하는 게 기초의회의 현실이다. 회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회기 중에도 시민과 만나는 소통의 장을 만들지 못하면 점점 풀뿌리 민주정치는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돈다. 행사장을 좀 덜 다니더라도 시민의 갈급증을 풀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보도자료 하나 만든다면 그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소통공간이 될 것이 아닌가. 이런 속에서 나 자신의 나태함도 극복한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민감한 지역현안이기도 한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 피해보상' 자료를 집행부에 요청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김포공항 국제공항화 복귀'가 노골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포시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사안이기도 했다.
해당부서에서 도착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보상규정의 문제점을 며칠간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 자부담 50%를 전제로 한 보상금 50% 지원규정'이었다. 올해 김포시에 공항공단에서 항공기 소음 피해보상금으로 책정되어 내려온 게 2억5250만 원이다. 적지않은 금액이지만 이 금액을 청구한 해당 아파트 각 단지에서는 시설비의 50%를 마련하지 못하면 규정상 도로 반납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S아파트의 경우 체육시설및 놀이터 등으로 내려온 9500만 원에 상응하는 금액을 별도로 마련하지 못하면 보상금은 도로 반환된다.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다.
이외에도 몇몇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민 체감도를 반영한 항공기 소음피해 기준의 완화, 보상 심의위원회에 지역민들의 참여인원 확대, 김포공항 증편시 주민의견 반영통로 설정및 인근 지자체간 상설화된 대책협의회 구성등의 대안도 함께 정리했다.
▲ 김포시에 요청해 받아낸 관련자료 ⓒ 정왕룡
자료 내용을 정리하고 나니 그 다음은 지역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먼저 의회 사무과를 통해 30여 명에 달하는 경기도 파견 기자단및 김포지역 언론인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입수했다. 그리고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2장 분량의 A4 용지에 정리했다. 비교적 깔끔한 사진 한 장도 추렸다. 예전에 본회의 당시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문을 하던 사진이었다.
'이번 한번만 하고 말 것은 아니잖아. 그렇다면 이름도 한번 붙여볼까?'
그래서 '대두통신'이라는 이름도 탄생했다. 나의 큰머리 이름에서 유래한 닉네임이자 블로그 명칭이기도 한 '김포대두'에서 따온 명칭이다. '대두통신'이 탄생하기까지 고민의 과정을 담은 간략한 취지문도 썼다. 이 취지문에다 자료분석 내용과 의견제시, 사진을 한데 묶어 드디어 기자들에게 단체메일을 발송했다. 몇몇 분들에게는 문자로 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2년이 다 지나도록 평소 기자들과 개인적인 술자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거기에다가 초선의원으로 입성하자마자 첫 행감 때 지역신문 광고협찬 예산내역을 분석하며 해당부서를 질타해 일부 기자들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언론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상황을 시민의 혈세로 보완해 줄 순 없다는 점에서 원칙고수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보도자료 내용의 무게와 상품성, 시기적 적절성, 그리고 진정성의 소통'이라는 생각을 해보면서도 보도자료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과 판단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지 5분도 안되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오전에 벌써 지역신문 인터넷판 3군데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기사내용에는 '정왕룡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눈에 띤다. 경기도 일간지 기자들도 여러사람이 취재를 겸한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개인적 조언과 격려도 덧붙인다. 공항공사의 주민 보상실태와 체계가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라는 의견들이다. 일부 기자는 시청 담당부서는 물론이고 한국공항공사 담당자와 전화통화 취재도 마친 것 같았다. 저녁 늦게까지 이와 관련된 전화를 받으면서 '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 정왕룡 김포시의원 ⓒ 정왕룡
대두통신 1호는 나름대로 성공작이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밀려든다. 하지만 언론 지면을 얼마나 장식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니 고민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적어도 내 블로그에 관련자료를 중심으로 공부한 기록이 올라간다면, 그리고 단 몇 명의 시민이라도 이를 통해 소통의 공간이 함께 마련된다면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대두통신'이 앞으로 몇호나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 땅의 풀뿌리 정치 발전에 자그마한 흔적을 남겼다는 자부심을 갖고 잠자리에 들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커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