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제품 가격 올리자, 품질도 올리자"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좌담회] 환경운동가·짠돌이·주부가 만나 쓰레기를 말하다
<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쓰레기 좌담회를 통해 이 시대 쓰레기 문제를 눈높이에서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 지난 26일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쓰레기 좌담회'가 열렸다. 오른쪽부터 짠돌이카페 운영자 이대표씨,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 가장 왼쪽이 김혜원 시민기자다. ⓒ 안홍기
지난 8월 26일 오후 4시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쓰레기 기획 좌담회'가 열렸다. 6~8월 동안 했던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 기획을 정리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는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 짠돌이카페 운영자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이대표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주부인 김혜원씨.
4시에 시작한 좌담회는 8시가 돼서야 끝날 만큼 뜨거웠다. 김혜원 기자는 "주부들이 쓰레기 발생의 주범인 것처럼 여겨지는 게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대표 기자는 판에 박힌 쓰레기 캠페인을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현실 가능한 사례를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1회용 면도기로 1년 동안 쓰는 사례를 비롯 페트병 활용법 30가지, 내 쓰레기에 다른 사람 쓰레기 한줌씩 가져오는 '1+1 캠페인', 벼룩시장 관광상품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결론은 '쓰레기 줄이기가 너무 힘들다'였다. '쓰레기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홍수열 팀장조차 "쓰레기 줄이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것은 돈버는 비법 알려달라는 것과 같다"면서 놀랄 만한 해법은 없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쓰레기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선 의견 100% 일치였다.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법이 각기 다른 3인3색 쓰레기 좌담회 내용을 여기에 소개한다.
[휴가철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짱박은 당신, 그 물은 누가 먹을까
▲ 짠돌이클럽 대표인 이대표씨. ⓒ 안홍기
김혜원(이하 김) "바닷가 사람들이 그냥 버리기만 해도 좋다고 말하더라. 모래에 파묻는단다. 그러면 겨울이 돼야 여름 쓰레기가 나타난다."
홍수열(이하 홍) "해수욕장은 그나마 낫다. 관리주체가 없는 경우가 문제다. 인적 드문 계곡에 몰려가서 버리면 대책이 없다. 관광버스 같은 경우는 가다가 버린다. 관광지에서 만든 쓰레기를 봉투에 담은 뒤 마을 입구에 버리기도 한다. 모든 관광지마다 관리인을 두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 지역민들의 심적 박탈감이 크다. 도시에서 음식 싸갖고 와서 버리기만 하고, 지역에선 물건을 사지 않는다.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느낀다."
이 "버리고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산이다. 경기도 강원도에서 버린 쓰레기는 지류를 타고 고스란히 한강에 들어온다. 그 물 누가 마시겠나. 서울 사람이 마신다. 쓰레기는 고스란히 나한테 돌아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홍 "쓰레기 이동 분쟁이 심각하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부산과 경남·북간 분쟁이 그렇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간 갈등이 그렇다. 강에 있을 때는 환경부 관할이지만, 바다로 흘러가면 해양수산부 관할이 돼 버린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 국제 분쟁이 되기도 한다."
김 "분리수거통이 없다. 휴가철 만이라도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하면 좋겠다. 결국 사람이나 예산 문제일 텐데, 깨끗하게 치울 수만 있다면 쓰레기분담금을 더 낼 뜻이 있다."
이 "관광지에 갈 때는 1회용품 많이 사용한다. 그럴 때 쓰도록 물에 녹는 1회용품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관광지 요식업체와 레포츠업체도 책임있다. 낚시하러 호수에 자주 가는데, 깜짝 놀란다. 그대로 수장된 낡은 보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수거비용의 10~20%는 업자들에게 부여하면 어떨까."
홍 "업자들이 쓰레기를 만든 게 아닌데, 부담하라고 법으로 강제하긴 힘들다. 결국 관리인이 없는 지역이 문제다. 그런 곳에 노인 인력을 활용하면 어떨까. 일자리 만들기도 되고."
이 "관리인이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있으니 더 꼭꼭 숨기더라."
김 "관광지에서 내 쓰레기는 꼭 가져온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기 쓰레기에 다른 쓰레기 하나씩만 가져오는 운동 벌이면 어떨까. '1+1' 운동이다. 한 사람이 한 줌씩만 남 쓰레기 가져와도 효과가 클 것 같다. 또한 학교에서 쓰레기 일기를 쓰게 하는 거다. 아이가 부모에게 지적하면 부모는 부끄러워한다."
이 "여행의 개념을 바꾸자. 여행이라고 하면 가서 먹고 노는 것으로 생각한다. 적게 먹고 가볍게 가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비우는 여행을 하자."
홍 "'자기 쓰레기 가져오기'가 결국 쓰레기 처리에서 정석이다. 버리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다. 교육과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 문제는 정부 캠페인이 감동이 없어서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새롭고 재미있는 교육·홍보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일본에 있는 후지산 불법 투기 대책 시민모임은 아이들 대상으로 불법 투기 포스터전을 연다. 그리고 부모들을 부른다. 부모들은 잔뜩 긴장한다.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아이디어가 많아야 한다. 냄비근성도 문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 시민 모두 꾸준히 관심을 가질 때 바뀔 수 있다."
[분리수거] "초콜릿 하나 버리기 이렇게 힘들어서야"
▲ 주부 시민기자인 김혜원씨. ⓒ 안홍기
홍 "1995년 종량제를 처음 실시한 뒤 감량 측면에선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김 "섞인 것들이 많다. 세제통 같은 경우 뚜껑은 플라스틱, 몸통은 종이다. 초콜릿은 더 심하다. 종이 껍질에 은박지 속껍질, 그 속에 다시 낱개 은박지에 종이 장식물까지 들어간 게 있다. 업체가 재활용 생각하고 만들면 좋겠다. 재질을 통일하면 되지 않나."
홍 "그게 에코 디자인이다. 제품 경쟁력 때문에 디자인이 복잡해지고 화려해진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건지 답답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보람 느끼도록 분리수거나 재활용 성과를 자주 알려주면 좋겠다.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 이만큼 성과가 나왔다고."
김 "혜택이 있으면 더 열심히 한다. 그 전에 산 아파트에선 부녀회가 쓰레기를 팔아서 생긴 수익금으로 봉투를 사서 각 집에 돌렸다. 혜택이 돌아오니까 사람들은 더 열심히 했다."
이 "에코 마일리지 제도를 만들어 열심히 쓰레기 줄이고 분리수거 잘하면 세금을 줄여주고 전기료도 깎아주는 거다."
홍 "쓰레기 처리하는 것은 거의 주부 몫이다. 얼마 전 수도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적이 있는데, 90%가 '주부가 쓰레기를 버린다'고 답했다. 쓰레기 분리하고 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재사용시장을 키우자.(형태 변형 없이 고스란히 다시 쓴다는 점에서 '재활용'과 구분) '짠돌이카페'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광장에서 재사용시장을 열었다. 참여가 뜨거웠다. 트럭으로 물건을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재미있게 하니까 모이더라. 외국에선 벼룩시장을 관광상품화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는 거다."
김 "일본 도쿄 벼룩시장에 간 적 있다. 쓸 만한 게 없더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 "무조건 다시 쓰라고 하면 안된다. 꼭 필요한 것 쓰게 해야 한다. 홍대 예술아트마켓처럼 근사하게 가는 거다."
김 "학교 장터가 좋더라. 학습지·교복 등 쓸 만한 물건이 많이 나온다."
홍 "자발성이 중요하다. 억지로 하는 장터는 지원 끊기면 그대로 사라진다."
[음식물] "반찬 양 줄이라고? 1식3찬 해도 괜찮나"
▲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 ⓒ 안홍기
홍 "가정이다. 전체 60% 이상이 가정에서 나온다."
김 "정말인가? 나는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이 "나는 군대인 줄 알았다"). 쓰레기 줄이려고 식판 쓰고 부페식으로 하는 집 봤다. 우리 집에서 그렇게 하면 가족에게 원성 듣는다. 식탁문화를 바꿔야 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음식쓰레기 주범이라고 하니 억울해 죽겠다."
홍 : 가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냉장고다. 냉장고 곳곳에 보관했다 나중에 고스란히 버린다.
김 "냉동실에 음식을 많이 넣는 것은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건어물 같은 경우도 상온에서 보관하면 나쁜 냄새가 난다. 냉동실에 넣으면 그렇지 않다. 반찬 양을 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부실하게 1식3찬을 할 수 있나."
홍 "문화와 습관, 둘 다 부딪힌다. 냉장고 관리를 위해 가계부를 쓰는 가정도 있다. 먼저 산 것을 뒤에 둬서 버리는 음식 없도록 하기도 하고. 집에서 지렁이를 기르기도 한다."
김 "실천이 너무 어려우면 주부들은 안할 것 같다. '이게 뭐야'라고."
이 "강요는 반대한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홍 "쓰레기 줄이는 법 알려달라는 것은 돈 버는 법 알려달라는 것과 같다. 자기 생활방식을 파악하면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실천이다."
김 "주부들에게 너무 피해의식을 느끼게 하지 말라. 동기유발을 주면 알아서 할 것이다."
[1회용품] 1회용 면도기 1년 쓸 수 있는 까닭
이 "1회용품 사용은 생각과 습관 문제다. 편리를 포기할 수 있나, 귀찮음 이겨낼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나는 1회용 면도기를 알루미늄 쿠킹 호일에 갈아서 1년 쓴다. 문제없다. 카페 회원들에게 페트병 재활용법 물었더니 약 30가지가 나오더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김 "건강 문제를 강조하는 게 좋다. 아이에게 안 좋다고 생각한 뒤부터 1회용품 안쓴다."
이 "1회용품 가격 올리자. 대신 품질도 올리자."
홍 "1회용품은 안 쓰는 게 좋다. 유해성(건강) 부분은 정부가 나서서 크게 떠들 수 없다. 종이컵의 경우 유해 성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환경기준·인체유해기준에 밑돈다. 성분이 있다고 만들지 마라 할 순 없다. 사발면 같은 경우도 플라스틱이 나쁘니 종이로 바꾸자고 하는데, 코팅한 종이가 꼭 플라스틱보다 좋다고 할 수 없다.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환상이다. 안쓰고 적게 쓰는 게 중요하다."
이 "집에선 잘 지켜지는데, 사무실에선 안 지켜진다."
홍 "쓰레기 문제는 큰 게 아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지키면 된다. 사무실에서 개인컵 쓰기, 슈퍼마켓에 가서 손에 들 수 있는 것은 비닐 안 받기 하면 된다. 습관적으로 비닐 쓰고, 종이컵 쓰는 게 얼마나 많나."
김 "계란판 보면 아깝다. 부피도 커서 분리수거 할 때 힘들다. 다회용기로 만들어서 계란판을 들고 가면 그만큼 깎아주면 어떻겠나.(시장 바구니 들고 다니듯이?) 그렇다. 주부들은 콩나물값도 깎으려고 하는데, 혜택 있으면 당연히 한다."
이 "굳이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계란판 만들 필요 있나? 볏짚으로 만들자. 옛날에 그렇게 하지 않았나."
홍 "볏짚 이야기도 나왔는데, 자연 제품이 화학가공제품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나?(모두 고개 끄덕끄덕) 자연 제품이 좋다는 것은 매립 기준으로 했을 때다. 더 잘 썩는다는 거다. 따져보자. 플라스틱 제품 여러 번 쓰는 것보다 자연제품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과연 더 친환경일까. 녹말 이쑤시게 같은 경우 식량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 "1회용품 안쓸 순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왕 쓴 것 오래 쓰는 거다. 또한 1회용품 범위를 넓히자. 따지고 보면 종이신문도 1회용품 아니냐. 종이컵 뿐만 아니라 우리가 쓰는 보다 많은 물건이 1회용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조심하지 않겠나."
홍 "내가 쓰레기운동하는데도 아내에게 면기저귀 쓰자고 하면 반대한다. 일일이 못 빨면 세탁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다른 집 물건들과 함께 세탁되는 게 싫다는 것이다."
이 "나도 치과에서 남 쓰던 것 내 입에 넣으면 싫다."
김 "장애인 아이들 봉사 활동을 한다. 수시로 침을 흘리는 아이가 있는데, 물티슈가 필수다."
이 "우리 카페에서 아껴쓰고 여러 번 쓰자고 말하는데, '너네들 때문에 우리 산업 망한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부담된다."
홍 "결국 산업체질을 바꿔야 한다. 문화산업이 더 커져야 한다고 본다. 소비산업을 줄이는 대신 정신이 즐거운 산업이 커져야 한다."
김 "'에코디자인'이라고 하는 게 보면 우리 부모님들이 다 했던 거다. 아빠 털옷에서 털실 빼서 큰아이 옷 만들고 큰아이 크면 그 옷에서 다시 털실 빼서 작은아이 옷 만드는 게 바로 에코 디자인 아닌가. 담배은박지로 방석 만들던 것도 마찬가지다. 에코이스트라는 유명한 에코 디자인 회사가 만든 사탕은박지 제품 보고 깜짝 놀랐다. 결국 우리가 다 했던 것이다. 우리가 궁상이라고 했던 게 지금 에코 디자인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촛불' 보면서 느낀 건데, 청소년들이 나서면 바뀔 것 같다."
이 "무조건 하자는 것 반대다. 재미있어야 한다. 재사용·재활용 마니아층을 만들자."
홍 "쓰레기 문제를 계속 환경 관점에서 접근하니까 실패하는 거다. 문화로 접근하자. 또 중요한 점은 경험이다. 남이 쓰던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데, 해보면 별 것 아니다.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벼룩시장 장터다. 재미있게 재사용 할 수 있는 재사용장터 많이 만들자."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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