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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인천타이거항공' 상근직원은 단 1명

[기획취재③] 등기부등본 발행주식 19만6천주, 인천교통공사 "20만주 아니었나"

등록|2008.08.28 10:04 수정|2008.08.28 10:49
최근 지자체들이 '레드오션'으로 지목 받고 있는 저가항공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미 직접 출자했거나 설립을 추진중인 지자체는 제주, 인천, 부산 등 전국적으로 4, 5곳에 이른다. 침체된 지방공항을 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자칫 무분별한 설립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최근 싱가포르 타이거항공과 제휴하여 인천타이거공항을 설립,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천시 사례를 통해 지자체의 저가항공사 시장 진출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국씨티은행 20층에 있는 인천타이거항공 사무실 ⓒ 이정환


인천시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사와 합작하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타이거항공사'의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과 인천시 사이에 '항공주권' 공방이 뜨거워지면서 지분구조와 이사회 윤곽 정도만이 드러났을 뿐이다. 아직은 '깜깜이 항공사'인 셈이다.

인천시가 '인천타이거항공(본법인)' 설립 준비를 위해 출범시킨 특수목적법인 (주)인천타이거항공(아래 인천타이거항공)의 실체 역시 아직까지 '깜깜한' 편이다. 지난 1월 설립 등기를 마친 탓에 등기부등본을 통해 발행주식과 자본금 그리고 임원 현황은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27일 현재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인천타이거항공 이사는 모두 5명으로 이중 한국인이 3명이다. 대표이사는 인천교통공사 사장이고 나머지 2명은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국 소속 공무원들로 모두 겸직 인사인 셈이다. 그래서 전임자들이 누구고 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했다. 가능하다면 그들의 생각까지도 듣고 싶었다.

다만, 홈페이지나 전화번호도 '뜨지' 않는 상황. 인천시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사무실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등기부등본상의 주소지로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27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동 1127번지 한국씨티은행 빌딩 20층'으로 향했다. 법인 설립 7개월이 다 되가는 시점인 만큼,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사무실은 20층 맞다, 간판이 없을 뿐"

▲ 특수목적법인(SPC) 인천타이거항공 사무실 내부 ⓒ 이정환



하지만 어느 빌딩에나 있게 마련인 '층별 안내도'에서 인천타이거항공의 이름은 볼 수 없었다. 20층에는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소비생활센터 그리고 편집실이 전부였다. 20층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서도 인천타이거항공 안내 표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20층에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직원이 지나갔다. 인천타이거항공을 물었지만 금시초문이란 반응이었다. 1층으로 다시 내려와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물었지만, 마찬가지 대답이 돌아왔다. "20층에 인천타이거항공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보육정보센터, 소비생활센터, 편집실이 전부"라고 했다.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국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로 '오해'를 풀었다. "사무실은 20층이 맞는데 아직 간판이 없을 뿐"이란 해명이었다. "상근 직원이 안내해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도 했다. 허나 잠시 후 나타난 박아무개씨는 "상근 직원은 나 혼자"라고 했다. 간판도 없고 드나드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같은 층에 있는 사람조차 '존재'를 모를 만했다.

사무실은 '물론' 조용했다. 인천타이거항공에 오기 전, A 항공사와 B 항공사에 있었다는 박씨는 "지금 인천타이거항공을 무슨 매국노나 악의 축 또는 싱가포르 앞잡이 정도로 몰고 있는 분위기가 아쉬울 따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박씨는 "지난 6월에 인천타이거항공에 왔다"면서 "본법인 설립에 필요한 항공운송면허와 운항증명(AOC)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현재 업무를 소개했다. 그가 건네준 명함의 직책은 프로젝트 매니저, 하지만 박씨는 "회사 지분 구조나 자본금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인천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사업인 만큼, 앞으로 잘 되게끔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지금은 임시 사무실 정도로 쓰고 있는 상태로 나 혼자 근무하지만, 앞으로 부문별 전문가들이 충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당초 인천시는 연내 취항이 목표라고 공언했지만, 국토해양부의 항공운송면허 여부가 불투명했고 국내 항공업계의 거센 반발 또한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연내 취항 목표'라더니...인천타이거항공 전임자 단 1명

▲ 인천시가 인천시의회에 제출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세부계획 ⓒ 인천시의회


실제로 인천시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출자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해 인천시의회에 제출한 인력 세부계획에 따르면, 인천타이거항공은 예산과 운영을 총괄하고 용역을 체결하는 경영관리팀,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법인설립팀, 항공면허를 준비하는 항공운송전략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올해도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인천타이거항공 전임자는 단 한 명. 시의회 일부 의원들과 상당한 진통을 겪어가면서 특수목적법인 인천타이거항공을 설립한 목적이 무엇이었느냐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께 사무실을 방문한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항공사 설립은 물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많은 준비가 요구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전담인력이 배치돼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그런데 오늘 사무실에 와보고 참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을 보니까 실제 경영을 타이거항공에 의존해서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면서 "실질적 경영을 위한 노하우를 나름대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을 내놨다.

장금석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전화통화에서 "세부적인 자세한 검토나 준비보다는 무슨 성과를 내기 위해 시기를 정해놓고 거기에 짜 맞추려는 듯하다. 지금 제대로 준비하는 것인지 전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서 "시민사회와의 소통 없이 인천시가 강행을 고집한다면, 인천연대 역시 다른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2007년도 인천교통공사 감사보고서 ⓒ 이정환


특수목적법인 인천타이거항공 등기부등본상의 발행주식 총수는 19만6천주다. 자본금은 9억8천만원으로 시의회 속기록에는 인천시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 각각 49%인 4억8천만원을, 나머지 2%(2천만원)는 인천교통공사가 출자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지방공기업 경영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2007년도 인천교통공사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천타이거항공의 발행주식총수가 20만주로 나와 있다. 인천교통공사가 인천타이거항공 발행주식총수 20만주 중 4천주를 취득했다는 내용으로, 등기부등본상의 발행주식총수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감사의뢰인(인천교통공사)이 잘못 제시한 자료를 그대로 써서 빚어진 실수일 수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설립 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7년 말 현재 기준으로 20만주 중 4천주를 취득하는 것으로 돈이 건너갔는데, 실제 등기 과정에서 해당 지분이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법인 덕수의 윤종훈 회계사는 "어떤 사실을 추정할 때는 공고사항을 진실이라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등기부등본과 감사보고서의 발행주식총수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 있는 것은 당연히 잘못됐고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 회계사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란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타이거항공 이사로 등록돼 있는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국 관계자는 "현 등기부등본상 지분 구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인천교통공사 감사보고서와 차이가 나는 부분을 묻자 "그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 교통공사 쪽에 질문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 측은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인천교통공사 재무회계팀 관계자는 "등기부등본 발행주식총수가 19만6천주고 자본금도 9억8천만원이란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자본금이 10억원으로 나와야 하고 20만주를 발행해야 한다고 해서 그중 2%인 4천주를 취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출자기관들끼리 의견 조율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인천시는 시민사회에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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