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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92)

― ‘제3의 도시’, ‘제3의 자아’, ‘제3의 방법’ 다듬기

등록|2008.08.28 18:18 수정|2008.08.28 18:18

ㄱ. 제3의 도시

.. 인구 14만여 명에 불과한 중소도시임에도 충청북도 제3의 도시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 척박하기 그지없는 문화환경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 없다는 ..  (김기태)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183호 86쪽

 “인구 14만여(餘) 명(名)에 불과(不過)한 중소(中小)도시임에도”는 “(사람이) 14만 남짓 사는 작은 도시임에도”로 다듬으면 어떨까요. ‘위상(位相)’은 ‘자리’나 ‘높이’로 고치고, ‘척박(瘠薄)하기’는 ‘메마르기’로 고치며, ‘방치(放置)할’은 ‘내버려 둘’로 고쳐 봅니다.

 ┌ 충청북도 제3의 도시
 │
 │→ 충청북도에서 셋째로 큰 도시
 │→ 충청북도 셋째 가는 도시
 │→ 충청북도 세 번째 도시
 └ …

 토씨 ‘-의’를 붙이면 말이고 글이고 두루뭉술하게 됩니다. ‘제3의 도시’라면, 세 번째로 세운 도시인지, 어떤 잣대로 따졌을 때(아름다움ㆍ사람 숫자ㆍ땅넓이ㆍ살림돈ㆍ문화 눈높이ㆍ교육 눈높이 들) 셋째 가는지, 아니면 크기로 따져서 셋째로 큰지 알 수 없습니다.

 ‘제2의 도시’도 그렇고 ‘제1의 도시’도 그렇습니다. 무엇 때문에 1이고 2이고 3이고 말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환히 나타내어 보여주어야겠습니다.


ㄴ. 제3의 새롭고 더 좋은 자아

.. 위기는 다만 극복될 뿐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제3의 새롭고 더 좋은 자아, 사회, 역사가 창조되어야 한다 ..  《김재준-죽음으로 산다》(사상사,1975) 17쪽

 ‘극복(克服)될’은 ‘이겨낼’이나 ‘딛고 일어설’로 손보면 좋고 ‘자아(自我)’보다는 ‘나’라는 말을 쓰면 어떨까요. ‘창조(創造)되어야’는 그대로 써도 나쁘지 않지만, ‘만들어야’나 ‘이루어야’나 ‘일구어야’로 써도 좋습니다.

 ┌ 제3의 새롭고 더 좋은 자아
 │
 │→ 또 다르며 새롭고 더 좋은 나
 │→ 여태와는 달리 새롭고 더 좋은 나
 │→ 이제껏 없었던 새롭고 더 좋은 나
 │→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롭고 더 좋은 나
 └ …

 ‘제3’이라면 이것도 아니지만 저것도 아닌, 곧 ‘또 다른’ 무엇을 가리킵니다. 또 다른 무엇을 가리킨다면, 여태까지는 없었던 무엇이거나 여태까지는 하지 않았던 무엇이기도 할 테지요. 이제까지 보지 못한 무엇이거나 이제까지는 만나지 못한 무엇이거나 이제까지는 부대끼지 못한 무엇일 수 있고요. ‘어떻게 다른’ 무엇이냐를 가리킵니다.


ㄷ. 제3의 방법

.. 하지만 다음의 예가 보여주듯이 제3의 방법이 있다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54쪽

 “다음의 예(例)가”는 “다음 보기가”나 “다음 이야기가”나 “다음이”로 다듬어 줍니다. ‘방법(方法)’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길’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제3의 방법이 있다
 │
 │→ 또 다른 길이 있다
 │→ 새로운 길이 있다
 │→ 세 번째 길이 있다
 └ …

 첫 번째 길이니 ‘제1의 길’이고 두 번째 길이니 ‘제2의 길’이며 세 번째 길이니 ‘제3의 길’인가 갸웃갸웃해 봅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갈림길에 놓였을 때, 이리로도 못 가고 저리로도 못 가다가 새로운 길을 찾아서 간다고 할 때에 으레 ‘제3의 길’을 말하는데, ‘이쪽 길’을 놓고 ‘제1의 길’이라 하는 일은 드뭅니다. ‘저쪽 길’을 놓고 ‘제2의 길’이라 하는 일도 드뭅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면 ‘아예 다른’ 길이거나 ‘아예 새로운’ 길이거나 ‘아주 다른’ 길입니다. 둘 모두 아닌 길이라 ‘남다른’ 길이나 ‘낯선’ 길이곤 합니다.

 ┌ 다음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또 다른 길이 있다
 ├ 다음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길이 있다
 ├ 다음 보기와 같은 세 번째 길이 있다
 ├ 다음에서 살필 수 있듯이 길은 여러 가지이다
 └ …

 첫 번째 길이니 ‘첫 번째 길’이나 ‘첫 길’이나 ‘처음 걷는 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 길이니 ‘두 번째 길’이나 ‘둘째 길’이나 ‘달리 걷는 길’은 아닌가 헤아려 봅니다. 세 번째 길이니 ‘세 번째 길’이나 ‘셋째 길’이나 ‘또 다르게 걷는 길’은 아닐는지 곱씹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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