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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사님, 고향 사람들 그만 놀라게 하십시오

[주장] '국물효과'로 지방 잘 살게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

등록|2008.08.28 19:36 수정|2008.08.28 19:36

▲ 7월 24일 오후 수원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수도권규제철폐촉구 비상결의대회'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원유철,이화수 국회의원등 참석자들이 규제철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경기도


김문수 경기도 지사님, 이명박 대통령의 '선지방 발전, 후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직격탄을 날리셨더군요. 김 지사께서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서 '배은망덕'하다고 하셨습니다.

김 지사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들립니다. 저는 두 분의 다툼에 끼어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그저 구경이나 할 '남의 싸움'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 거듭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한한 배은망덕한 쪽은 김 지사라고 생각합니다. 김문수 지사께서는 자기를 낳아 길러준  고향땅 '지방'의 은혜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경북에서 자라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닌 김 지사께서는 자신의 고향땅 지방이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돈, 사람, 권력, 정보 모두 수도권을 향해서 떠나고 비수도권 지방은 야위어 죽기 직전에 있습니다. 매년 다녀간다는 성묫길에 김 지사도 보셨겠지요.

올해도 김 지사의 고향땅 '지방' 청년들은 교문 나서기가 두려워 떨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지중지 기른 제자들이 풀 죽어 있는 모습을 보면 선생 노릇하는 저로서는 마음이 찢어집니다. 선생이 뭘 제대로 가르치질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라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지방의 사정은 특별히 심각합니다. '지방' 청년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려면 수도권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괄시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계실 김 지사께서 그러시니 더 억장이 무너집니다. 만약 김 지사의 말씀이 다음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적 발언이었다고 해도 문제가 됩니다. 그렇지 않고 신념에 따라 한 것이었다면 더더욱 크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도권 규제정책을 계속한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을 규제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는 말씀은 정말 귀를 의심케 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은 김 지사 인식처럼 지방이 떼를 써서 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나라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초집중 체제를 해결하여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기르자는 전략입니다.

이 때문에 알만한 선진국가들은 일찍이 이런 과제들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것을 '조용한 혁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혁명이라고 할만 한 일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것을 '세기적 전환'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메이지유신'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이른바 '전후개혁'에 버금가는 중요한 일이라는 얘깁니다.

김 지사의 주장은 수도권이 우선 잘 살고 그 '국물효과'로 지방이 잘 살자는 말씀인데 그런 입 발린 얘기는 우리가 지난 수 십 년 간 지겹도록 들어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시장친화적 균형발전'이라는 묘한 말씀을 하셨을 때, 그리고 최상철 교수를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임명하셨을 때 놀란 가슴이 이제 '선지방 발전, 후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입장 정리로 겨우 가라앉고 있습니다.

한숨을 돌리나 했더니 이번에는 김 지사께서 우리 지방 사람들을 놀라게 하시는 군요. 김지사님, 경기도만 생각하지 말고 고향땅 지방의 앞날도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김태일 기자는 영남대학교 정치행정대학 학장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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