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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불의 향기가 삼겹살을 감싸다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잘 숙성된 짚불에 굽는 삼겹살은 풍미백배

등록|2008.08.29 08:25 수정|2008.08.29 10:56

▲ 짚불에 삼겹살을 굽고 있다 ⓒ 맛객


맛객의 음식취향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숙성'이다. 한국의 식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숙성이고 보면, 토속적인 입맛을 가진 맛객으로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생물의 신선함도 좋지만, 미각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염장이나 말린 생선이 한 수 위다. 숙성에서 오는 감칠맛. 그러다 보니 맛객은 이틀이나 지난 생선회도 초밥으로 먹는다.

뿐인가, 부패하기 일보 직전의 콤콤한 갈치구이나 찌개를 즐기기도 한다. 그 맛을 모르면 부패이고, 그 맛을 안다면 숙성이다. 완전 감칠맛이다. 맛객은 입은 후자이다. 이렇듯 맛객의 미각은 숙성을 만나 춤을 춘다.

그런데 이 숙성이 음식에만 있는 건 아니다. 불에도 있는데 그게 바로 짚불이다. 특히 이즈음의 짚은 일년 동안이나 자연숙성과정을 거쳤기에, 햇짚에 비해 짚불의 향취가 극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잘 숙성된 짚불에 굽는 삼겹살의 맛은 풍미가 절정이다.

잘 숙성된 짚불에 굽는 삼겹살은 풍미백배

▲ 한적한 시골 도로가에 위치한 그 집. 짚불삼겹살구이로 이름났다 ⓒ 맛객



짚불삼겹살의 참맛을 보려면 산넘고 물건너서 전남 무안의 두암식당까지 가야 한다. 명함에는 무안역 옆에 있다지만 완전 촌동네나 다름없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도로 옆에 있는 그 집의 입구에는 노송 서너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에는 고인돌까지 있다. 업소의 외관과 간판은 초등학생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원색의 유치함이지만, 음식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차림부터 살펴보자.

▲ 정갈함은 떨어지지만 음식 하나하나 손맛이 배어 들었다 ⓒ 맛객



짜릿한 감칠맛의 송어젓(타지에서는 밴댕이젓으로 통용된다), 마늘철에 잔뜩 담가두고 내놓는 마늘대김치, 지방 맛기행의 묘미 중 하나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찬거리를 만났을 때 아니겠는가. 무안의 특산물인 양파김치 등등 하나같이 손맛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따로 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자, 정말 그런지 일단 짚불삼겹살구이부터 청해보자.

▲ 짚불삼겹살구이 1인분에 7천원한다 ⓒ 맛객



짚불삼겹살구이는 바로 구워 먹어야 제맛이기에 한 석쇠(1인분)씩 나온다. 일단 아무것도 곁들이지 말고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씹어보자. 아~ 짚불의 향기가 삼겹살을 감싼 맛이라니.

혹, 그런 느낌 아는가? 고향집에서 쇠죽 끓일 때 문틈과 갈라진 벽틈으로 스멀스멀 피워나는 구수한 냄새를. 혹은, 골방 그 특유의 흙냄새를. 맛객은 그런 고향의 냄새를 순간 떠올렸다.

▲ 짚불에 구운 삼겹살을 뻘게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 난다 ⓒ 맛객



이번엔 뻘게장에 찍어 맛을 보자. 게의 풍미와 짚불의 풍미가 어우러지며, 삼겹의 고소함이 박자를 맞춘다. 약간 짭짤하다면 이번엔 쌈으로 맛을 볼까.

집 앞 남새밭에서 기른 채소에 뻘게장을 찍은 삼겹과 마늘대지를 올리고 쌈을 했다. 짚불의 향취는 반감되지만 그냥 삼겹살쌈과는 확실이 다른 깊은 맛이다. 그날 일반 쌈장도 나왔지만 완전 찬밥신세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 무안 특산물로 담근 양파김치는 상큼했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출중했다 ⓒ 맛객


자, 느끼해? 이 쯤에서 양파김치를 맛봐야 한다. 양파 특유의 상큼한 맛으로 입안의 느끼함은 싹 달아난다. 특히 아삭거리는 식감은 그동안 맛 본 양파김치 중에 으뜸으로 쳐줄 만했다. 그 맛에 탄복한 나머지 한 통 구입해 와 먹을 정도였으면 말 다했지.

▲ 짚의 향취가 풍기는 듯하다 ⓒ 맛객



식사를 마치고 짚이 쌓여 있는 공간으로 가봤다. 아직도 상당한 양의 짚이 쌓여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짚불의 향취에 매료되어 돌아갔을까? 지금이야 짚불삼겹살구이로 명성을 얻었지만 처음엔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한다.

솔잎으로 구워봤는데 그을음이 생겨 결국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짚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장사의 목적이 아니라 식구들끼리 구워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무안 향토음식의 반열에 올랐으니 세상 참….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3493981 에서 확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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