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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여름밤 방구차를 쫓다!

아이들에게 유명 연예인 못지 않게 인기얻는 방역차

등록|2008.08.29 11:14 수정|2008.08.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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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후레쉬맨보다 빠른 방구차를 쫓다! ⓒ 이장연




어렸을 적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부와와와왕~' 하는 소리와 함께, 동네는 온통 하얀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촌마을이라 집주변에 논과 개천이 있어 모기장과 모깃불, 모기향이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 시절, 여름 저녁이면 새하얀 세상이 아이들 앞에 펼쳐지곤 했습니다.

▲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오랜만에 방구차와 마주했다. ⓒ 이장연


요즘처럼 인터넷게임이다 뭐다해서 놀거리가 많지 않아, 그 신기한 광경과 소리에 이끌려 철없는 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집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쌉쌀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 연기를 쉴새없이 뿜어대는 방구차를 동구 밖까지 따라가곤 했습니다.

하얀 연기에 휩싸여 동생과 동네 아이들과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자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도 모를 만큼 멀리 와있곤 했습니다. 그러다 이웃동네 아이들과 만나면 밤늦게까지 어울리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내일도 다시 방구차가 동네를 찾아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 부아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를 뿜어대는 방구차 ⓒ 이장연




▲ 하수관로 공사로 길이 막혀 멈춰선 방구차 ⓒ 이장연



당시 포장된 도로가 없던 저희 마을에서는 자동차보다 구르마와 달구지, 경운기를 더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용달트럭이 마을과 집 구석구석에 연기를 뿜어대며 휘집고 다니는 것은, 정말 신나는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방구차 잊힌 동심을 연기속에 실어와

그런 방구차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빌라가 들어선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방구를 뿜어대는 폼새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방구차를 옛동심을 되살려 자전거로 쫓아봤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깜짝할 사이에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방구차를 쫓는 이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빌라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도 공원에서 놀다 방구차의 소리를 듣고는 옛날 저와 동네 친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방구차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방구차가 어디를 지나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꿰고 있었습니다.

유명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오랫동안 구가하는 방구차의 모습을 어렵게 사진과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 방구차가 뿜어낸 연기 속 ⓒ 이장연



▲ 3명의 아이들은 방구차가 오기를 길목에서 기다렸다. ⓒ 이장연



▲ 아이들이 기다리는 골목으로 방구차가 사라졌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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