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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서평] 책을 다룬 책 <아무도 읽지 않은 책>

등록|2008.08.29 19:44 수정|2008.08.29 19:44

▲ [아무도 읽지 않은 책] 겉표지 ⓒ 지식의 숲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열정이 느껴진다. 사실 책을 중히 여긴다고 해서 당장에 목구멍의 포도청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 역시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만나면 반가와서 어쩔줄을 모른다. 이번 책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또 그러했다. 제목부터 책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용 또한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쳤다.

이 책은 책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위대한 천문과학자 코페르니쿠스에 관련된 과학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에서 책의 행방을 쫓아 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 뿐인가, 케플러의 <새로운 천무학>, 갈릴레오의 <천궁도>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전문적인 과학용어도 등장하지만 전반적으로 쉽게 읽혀진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 연구는 지구중심설에 대한 반박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중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세의 출판기술은 오늘날처럼 많은 책을 다량으로 인쇄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는 없었다. 또한 교회의 금서목록에 해당하는 책이라서 몇몇 사람들에게만 전해졌다. 저자는 이렇게 전해오는 책들 속에서 책주인들을 거쳐간 흔적에 주목한다. 어떤 사람들이 읽었는지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면밀히 관찰해 나간다.

16세기 초판본과 2판본속에 담겨진 숨은 이야기들, 그리고 수수께끼를 풀듯 어려운 퍼즐 조각을 맞추어 가며 책이 있는 곳이라면 저자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궁금증과 의심이 해결되는 순간이 오면 남모를 희열과 전율을 느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다량으로 무수히 많은 종류의 책들이 출판된다. 헌책방을 전전하며 한손에 구하고자 하는 목록을 들고 헌책방을 뒤지다가 만나면 어쩔 줄 모르고 좋아했던 헌책에 대한 향수도 없어진지 오래다. 요즘은 책에 다른 사람의 낙서나 손때가 있는 것마저 싫어한다. 중고책이라도 다른 사람의 흔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고책 사이트에서도 새책이 더 인기다. 물론 귀중한 고서적은 다르겠지만, 일반 시중에 유통되는 책들은 헌책이 되면 책의 생명을 고하고 만다. 누군가 다른 수집벽을 가진 사람들과 달리 책 수집가들이 새책과 다름없는 완벽한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순결한 상태로 획득해서 혼자만 희롱한다는 특별한 성적쾌락으로 묘사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개인적으로 고서부터 근대기 서적까지 26년간 10만권을 수집한 화봉문고의 여승구 대표나, 유럽 출장중 고서점,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다 서양고서를 집중적으로 구입하며 이제는 서양고서관련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김준목씨를 존경한다. 그야말로 책에 미쳐 사는 사람들이다. 탐미주의자-표정훈, 전작주의자-조희봉씨의 책에 대한 애정행각은 부러울 뿐이다. 그들이 있어 책과 사람들이 아름답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은 책 표지나 내용지가 특이하고, 책내용 중에 많은 고서적을 만날 수 있어 눈과 머리로 지적유희를 맛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 예스24에도 송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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