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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방송3사, 민주주의 후퇴도 '여야 공방'으로 다루나

등록|2008.08.30 11:37 수정|2008.08.30 11:38
지난 28일 한나라당이 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좌편향 정책을 담은 법령을 9월 국회에서 정비하겠다”며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통과된 법안들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찬회에서 쏟아져 나온 한나라당의 법안들을 살펴보면 ‘부자를 위한 법안’, ‘민주주의 후퇴 법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시위 집단소송제’, ‘복면 착용 처벌’ 등 이른바 ‘집회 및 시위문화 선진화 방안’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내용이다. 또 ‘정보통신망법’에 ‘인터넷 상에서의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 형량을 높이겠다는 것도 국민들의 정부비판 목소리를 틀어막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지주회사제 완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부동산 세금의 완화는 재벌과 부동산 부자 등 우리사회 기득권 집단의 이익만을 위한 조치들이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역시 친여적인 수구보수신문들에게 방송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여론다양성을 훼손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28일,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책과 법안을 꼼꼼히 점검한 방송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방송3사 메인뉴스는 한나라당의 추진 법안과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을 단순 전달하면서 ‘여야 공방’으로만 다뤘다.

▲ . ⓒ 민주언론시민연합



KBS는 <정기국회 격돌 예고>에서 “이번 국회를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내보낸 뒤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공기업 개혁, 좌편향적이고 반시장적인 법령 정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구체적 과제로 소득세와 대기업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불법시위로 인해 피해입은 사람이 개별 소송을 거치지 않더라도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집단소송제 등이 제시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권의 반민주적 일방 독주를 막겠다며 민권,민생국회를 다짐했습니다”라며 민주당의 연찬회 소식을 전했다. 보도 마지막에는 “여야 모두 민생․경제국회를 약속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 10년 동안의 성과에 대해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치열한 대립이 예상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전형적인 ‘공방 보도’라 할 수 있다.

SBS 역시 ‘여야 공방’의 틀에서 한나라당 주장과 민주당 주장을 각 한 꼭지씩 다뤘다.
<“좌편향 법령 정비”>에서 “한나라당은 의원 연찬회에서 ‘감세와 투자활성화’, ‘민생 서민 고통 해소’, 그리고 ‘신성장 동력 확충’에 주력해 첫 정기국회를 ‘경제국회’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라며 “이를 위해,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진 좌편향적이고 반시장·반기업적인 법령들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불법시위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는 “특히, 불법시위로 피해를 본 상인들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집단 소송제를 도입하고, 시위 때 복면을 착용하거나 쇠파이프를 제조·운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어 “수년동안 사회의 잘못된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떼법을 근절하기 위한 이런 방지제도를 도입해야겠습니다”라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어진 보도 <“과거 회귀 용납못해”>에서는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집시법 개정이나 시위 피해 집단소송제 도입 등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발상이라며 저지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며 민주당의 반발을 다뤘다.

MBC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원연찬회를 <‘집단소송제’ 논란>, <치열한 대결 예고> 2꼭지에서 다뤘다. <‘집단소송제’ 논란>에서는 집단소송제가 어떤 내용이며,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간단하게라도 설명하고 야당의 반발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어진 <치열한 대결 예고>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을 열거하는 데 그쳤다. 각 당이 제시한 정책들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172석의 거대여당이다.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고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국회에서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언론들이 거대여당의 법안을 꼼꼼히 따지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도하는 것만이 그나마 ‘의회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18대 국회 원 구성과 함께 한나라당이 쏟아내고 있는 법안들을 오직 ‘여야 공방’의 틀에서만 다룬 방송3사의 보도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송사들이 한나라당 정책의 내용과 그것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이명박 정권과 거대 여당이 날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기계적 균형’ 뒤에 숨어 몸을 사리는 행태는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 앞에 방송사들이 어떤 보도 태도를 보일 것인지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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